이방인이 된 한국인들의 고군분투
12월 31일 개봉
배우 이희준과 권해효, 송중기(왼족부터)가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송중기가 이번에는 지구 반대편으로 향했다. 낯설면서도 이국적인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보고타'로 2024년 마지막 날을 장식하게 된 그가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이하 '보고타')의 제작보고회가 6일 오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김성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보고타'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소수의견'을 연출한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먼저 김성제 감독은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자 우리에게는 낯설고 생경한 도시인 보고타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에 관한 것들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보고타'는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청춘에 관한 이야기"라며 "집안이 망해서 가족과 함께 멀리 떠난 소년이 생존하려다 보니까 일찍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정을 나누고 배신하는 그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송중기는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서예원 기자 |
송중기는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갈등'에 끌렸다는 그는 "남미라는 이국적인 풍광 안에서 인물들의 갈등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만큼 잘 나온 것 같다"고 자신했다.
국희로 분한 송중기는 보고타에 도착했던 열아홉 소년부터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려낸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욕망덩어리'라고 표현한 그는 "국희는 나이와 상황에 맞게 많은 것이 바뀐다"며 "제가 최근에 맡았던 인물 중에서 가장 욕망이 가득한 친구다. 좋게 말하자면 살아남기 위한 책임감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갈수록 용암처럼 끓어오른다"고 덧붙였다.
특히 송중기는 이번 작품에서 짧은 머리에 귀걸이를 착용하는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외적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에 그는 "평소 액세서리를 잘 안 하는데 프리 프로덕션을 갔을 때 보고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직접 스타일링 의견을 냈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스페인어 연기도 소화한 송중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려웠는데 배우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재밌었다. 스페인어만의 특유의 리듬감이 너무 재밌었고 욕심났다"며 "'빈센조'를 찍으면서 이탈리아어를 배웠는데 그것보다 재밌었다"고 강조했다.
이희준(오른쪽)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으로 분해 송중기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서예원 기자 |
이희준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연기한다. 이날 콧수염을 장착하고 또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펼친 그의 스틸컷을 본 송중기는 "저희끼리 프레디 머큐리라고 부른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이희준은 "제 마음속의 레퍼런스는 브래드 피트였는데 현장에서는 거의 '슈퍼 마리오'나 프레디 머큐리로 불렸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송중기와 첫 연기 호흡을 맞춘 그는 "늘 대본을 보면서 '수영이 국희를 왜 이렇게 좋아하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답이 대본에 나와 있지 않았는데 결국 이거는 설명할 수가 없다. 제가 그냥 중기가 좋은 것처럼"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에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로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으로, 박지환은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으로, 조현철은 교환학생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 온 수영의 학교 후배 재웅으로, 김종수는 국희의 아버지 근태로 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배우 박지환과 송중기, 김성제 감독, 배우 권해효, 조현철, 김종수, 이희준(왼쪽부터)이 춮연하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12월 31일 개봉하다. /서예원 기자 |
앞서 '보고타'는 2019년 콜롬비아 현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빛을 보기까지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알려진 작품이었다. 다만 김성제 감독은 "2019년 12월에 배우들이 보고타에 들어왔고 2020년에 찍기 시작했다. 4~5년 전에 찍어둔 영화가 아니고 4년 전에 찍기 시작해서 2년 반 동안 촬영했고 1년 반에 걸쳐서 후반 작업을 했다"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5년 전에 찍었다'는 이야기가 너무 속상했다. 저는 지난달까지 풋티지 컨펌을 받기 위해 일했다. 묵혀두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가 피하지 못한 역병이 있었기에 이를 수습하는 시간이 있었다. 전 세계적인 상황 때문에 촬영을 오래 했다"며 "영화에 걸맞을 호흡과 표현을 찾으면서 따끈따끈한 작품을 준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이희준은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되길"이라고, 권해효는 "공동체가 깨져버린 세상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개인의 흔들리는 인생을 보면서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현철은 "독특한 캐릭터들의 관계가 변해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김종수는 "연말에 볼만한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된 '보고타'는 12월 3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