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코로나 19·음주 운전·비상계엄령…'소방관'의 수난 시대
입력: 2024.12.05 00:00 / 수정: 2024.12.05 00:00

코로나19·곽도원의 음주 운전으로 4년 만에 빛 본 영화
개봉 당일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로 또다시 위기


코로나19 여파와 곽도원의 음주 운전으로 4년 만에 개봉하게 된 소방관이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마주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코로나19 여파와 곽도원의 음주 운전으로 4년 만에 개봉하게 된 '소방관'이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마주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이어 주연 배우의 음주 운전까지, 이 모든 걸 겪고 어렵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영화가 있다. 하지만 작품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봉 당일 비상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되는 초유의 국가 사태가 발생한 것. 스크린에 걸려도 어려운 상황이 자꾸만 이어지고 있는 '소방관'이다.

4일 개봉한 '소방관'(감독 곽경택)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극비수사'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곽도원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등이 출연했다.

'소방관'은 2020년 촬영을 끝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좀처럼 개봉일을 확정 짓지 못한 영화 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 2022년 9월 작품의 주연 배우로 활약한 곽도원이 제주시에서 음주 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활동을 중단하면서 계속 개봉이 밀리다가 4년 만에 드디어 베일을 벗게 됐다.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곽도원이 주연을 맡은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더팩트 DB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곽도원이 주연을 맡은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더팩트 DB

이와 관련해 곽경택 감독은 '소방관'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2년 전 이 영화를 곧 개봉할 수도 있으니까 후반 작업을 마무리하라는 말을 듣고 녹음하고 있을 때 그런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곽 감독은 "솔직한 제 심정을 말하면 아주 밉고 원망스러웠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영화 속 소방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헌신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곽도원은 베테랑 소방관 진섭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하지만 본인이 저지른 일로 인해 개봉 전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 등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는가 하면, 작품의 홍보 일정에도 전면 불참하는 등 불명예를 안았다.

이렇게 코로나19를 겪고 곽도원의 리스크를 떠안은 채 관객들과 어렵게 만나게 된 '소방관'이다. 이에 감독과 배우들은 여러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유료 관람한 관객 티켓 금액당 199원을 대한민국 소방관 장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현금 기부를 하는 '기부 챌린지'도 시작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소방관' 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심이 관객들에게 닿은 것일까. 4일 오전 7시 30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방관'은 개봉 당일 쟁쟁한 외화 경쟁작 '모아나 2'(감독 데이브 데릭 주니어)를 제치고 전체 영화 예매율 TOP2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했다.

소방관은 개봉 당일 외화 경쟁작 모아나 2를 제치고 전체 영화 예매율 TOP2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소방관'은 개봉 당일 외화 경쟁작 '모아나 2'를 제치고 전체 영화 예매율 TOP2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제야 순탄하게 관객들과 만나게 될 줄 알았던 '소방관'이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힌 것.

비상계엄은 군사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해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곤란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계엄을 뜻한다.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 안의 모든 행정 사무와 사법 사무를 맡아서 관리한다.

이에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의결안을 가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소방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소방청 본청 시사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 여파로 이를 연기했다. 다만 비상계엄령 선포가 해제됐음에 따라 주말에 열리는 배우들의 무대 인사는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소방관은 4일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소방청 본청 시사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 여파로 이를 연기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소방관'은 4일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소방청 본청 시사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 여파로 이를 연기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이렇게 개봉 전부터 이후까지 자꾸만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는 '소방관이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사태에 국가가 혼란에 빠진 만큼, 연예계도 해제가 선언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아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넷플릭스 '트렁크' 측은 이날 예정돼 있던 배우 서현진의 인터뷰를 취소했고, '소방관'과 같은 날 개봉한 '1승'(감독 신연식)을 이끈 송강호와 박정민은 SBS 파워 FM '박하선의 씨네타운' 출연을 취소하며 홍보 일정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를 시기에 제동이 걸렸다. 이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소방관'이 또다시 마주한 새로운 위기를 이겨내고 유의미한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를 바라본 연예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아무래도 국가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시시각각 파악하고 뉴스를 봐야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줄지 않을까 싶다"며 "그렇기에 개봉작들도 어느 정도 스코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안타깝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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