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코미디①] 전용 극장도 개관…인기 높아지는 코미디 공연
입력: 2024.11.25 00:00 / 수정: 2024.11.25 00:00

지난 여름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공연 열려
메타코미디클럽 등 인기 공연들 늘어나
TV와 다른 자유로움·현장성 매력


/메타코미디
/메타코미디

"오늘 밖에서 코미디 한 편 볼까?" 코미디는 TV에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 몇 년간 TV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며 설 곳을 잃은 코미디언들은 돌파구를 찾아 무대로 향했다. 이들에게 무대란 "코미디가 시작되는 곳"이다.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들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웃음을 주며 대중과 가까이서 소통 중이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지난 8월 15~17일 국내 상징적 문화 공간으로 꼽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코미디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이 문을 연 뒤 코미디 장르가 무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싱크 넥스트 24'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공연에는 빵송국(곽범 이창호), 보따(김원식 조다현), 스낵타운(이재율 강현석) 등이 만담을, 김동하 대니초 손동훈 송하빈 이제규 코미꼬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였다. 이 공연은 공연계 코미디언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최근 코미디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유튜브와 TV에서 코미디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자 코미디가 라이브 공연장에서 부활해 대중과 더 가깝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코미디 전용 공연장이 10여 개 존재한다. 절반 이상은 오픈마이크 형태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공연을 펼치치며 지망생 육성 역할도 하고 있지만 서울코미디클럽, 메타코미디클럽 홍대 등 검증된 공연들이 정기적으로 펼쳐지며 관객을 맞이하는 공연장들도 있다.

대표적인 코미디 공연장으로 꼽히는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해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공연장은 스탠드업 코미디와 만담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매주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관객들로 붐빈다. 100석 내외 규모의 이곳은 매 공연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인기 공연이 열릴 때는 암표까지 생길 정도다.

KBS2 개그콘서트는 2020년 6월 종영했다가 2023년 11월 부활했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폐지는 방송 코미디의 몰락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KBS
KBS2 '개그콘서트'는 2020년 6월 종영했다가 2023년 11월 부활했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폐지는 방송 코미디의 몰락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KBS

◆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

코미디언들이 무대로 향한 배경에는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몰락이 있다. 과거 TV에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있었으나 현재 TV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1월 부활하긴 했으나 2020년 KBS2 '개그콘서트'마저 사라진 뒤 한 때 TV에서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곳이 모두 사라졌다.

이후 코미디언들은 살길을 찾아 공연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이마저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코미디언들은 유튜브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피식대학 빵송국 숏박스 등 유튜브에서 코미디 채널들이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이시기다. 이를 통해 스케치 코미디, '부캐(부캐릭터)' 열풍 등이 불며 TV가 아닌 곳에서도 코미디가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유튜브에서 한창 인기를 얻었음에도 코미디언들은 엔데믹 이후 다시 무대로 향했다. "코미디 본질은 무대이며 유튜브는 그것을 영상으로 옮기는 한 과정"이라는 것이 코미디언들의 말이다. 28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 5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이창호 곽범 등도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이유다.

김용준 메타코미디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는 "무대는 영상에서 다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쏟아낼 수 있는 곳"이라며 "코미디언들이 최고의 퀄리티로 웃음을 주고 싶다는 직업적 자부심이 있기에 꾸준히 무대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담어셈블(위)과 스탠드업어셈블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메타코미디
'만담어셈블'(위)과 '스탠드업어셈블'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메타코미디

◆ 뉴미디어와 오프라인 공연의 선순환

SNS와 OTT는 여러 이유로 코미디 공연의 니즈를 확대시켰다. 메타코미디 관계자는 "이전에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코미디가 전부였다면 요즘은 뉴미디어가 발달하며 개인의 취향이 파편화됐다. 또 해외 코미디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코미디에 국경이 사라졌다. 대중이 코미디에 대한 다양한 니즈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SNS의 파급력은 코미디 공연 시장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코미디 공연 실황 영상이 퍼지며 공연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었다. 또 SNS를 통해 코미디언을 먼저 접한 뒤 이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팬덤도 생겼다.

덕분에 TV에 모습을 비추지 않고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들도 탄탄한 팬층을 쌓았다. 대니초, 김동하 등은 코미디 공연으로 전국투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TV 노출이 적은 이들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티켓 파워만큼은 상당하다. 1000석 규모의 공연도 가뿐히 매진시킨다.

◆ TV와 달리 제약 無…현장성도 큰 매력

오프라인 코미디 공연의 매력 중 하나는 방송 매체와 달리 소재나 수위에 제약이 없는 점이다. 코미디언들은 무대 위에서 사회적 이슈나 정치나 성 등 민감한 주제를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다.

TV, 유튜브와 다른 현장감도 코미디 공연을 보는 이유다. 일반 공연과 달리 식음료를 곁들이며 웃고 마시고 볼 수 있는 공연도 코미디 공연의 매력으로 꼽힌다. 김 매니저는 "코미디를 영상으로 봐도 재미가 있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확실히 있다"며 "술이나 음식을 먹고 마시며 자유롭게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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