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밖에서 만나요②] "전도연 연기를 눈앞에서"…'벚꽃동산' 봐야 할 이유
입력: 2024.06.25 00:00 / 수정: 2024.06.25 00:00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가 연극 벚꽃동산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샛별 기자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가 연극 '벚꽃동산'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샛별 기자

대개 연극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유명세를 바탕으로 매체로 진출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반대의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매체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역으로 연극 무대로 진출해 새로운 도전을 펼친다. 스크린,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연극무대 복귀도 늘고 있다. 다수의 배우들이 힘들다고 입을 모으는 연극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들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벚꽃동산'을 향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전도연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벚꽃동산'은 전도연과 박해수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 연극 '벚꽃동산'을 보기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LG아트센터 서울을 찾았다. 평일 저녁 7시 30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많은 관객들이 일찍부터 공연장 근처에 모여들었다. 단체로 방문해 표를 나누고 있는 관객들부터 인증샷을 찍는 관객들까지 제각각의 방법으로 본 공연을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에 맞춰 공연장 안을 들어서자 관객석은 1층부터 3층까지 빼곡했다. 앞서 예매 당시에도 일찍부터 빈 좌석을 찾기 힘들었다. 이와 관련해 공연 관계자 A 씨는 "사실 LG아트센터가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데다 평일 저녁 7시 공연이다 보니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많은 관객들이 오는 경우가 드문데 '벚꽃동산'은 이례적인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번에 새롭게 무대에 오른 '벚꽃동산'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원작 '벚꽃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해 재탄생했다. 사이먼 스톤은 극에 관해 "'벚꽃동산'은 희극이면서도 비극이다. 한국 배우들의 놀라운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자 항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평일 저녁 시간에도 연극 벚꽃동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김샛별 기자
평일 저녁 시간에도 연극 '벚꽃동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김샛별 기자

원작은 한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와 이에 뒤처진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그린다. 사이먼 스톤은 극의 배경을 2024년 한국 서울로 옮겨 재벌가의 몰락 이야기로 바꿨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던 주인공 송도영(전도연 분)이 5년 만에 본래의 '집'으로 돌아오며 극이 시작된다. '벚꽃동산'에서 집은 주요한 배경이다. 송도영이 16세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동산이 보이는 이 집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오빠 송재영(손상규 분)의 무능으로 기업이 산산조각 날 지경에 이르고 아름다운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송도영의 집안과 오랜 인연이 있는 황두식(박해수 분)이 망해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송씨 남매에게 해결책을 내놓지만 이들은 "돈 얘기는 싫다"며 현실을 회피한다.

이를 기점으로 작품은 수많은 화두를 던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너짐은 곧 새로운 출발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며 울림을 안긴다.

작품은 전도연의 27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란 점에서 일찌감치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연극으로 눈도장을 찍고 매체로 진출해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배우 박해수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 외에도 배우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이 원 캐스트로 출연해 극을 이끈다.

현장을 찾은 다수의 관객들이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연기를 실제로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샛별 기자
현장을 찾은 다수의 관객들이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연기를 실제로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샛별 기자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건 전도연을 비롯해 '연기 구멍'이 없다는 점이었다. 또한 자칫 어렵게도 느껴지는 고전 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일례로 원작을 그대로 옮긴 대사가 있는 반면 새롭게 각색한 대사들이 종종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이를 풀어내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발성이 사이먼 스톤의 각색과 연출을 실감 나게 살려내며 극의 몰입을 도왔다. 전도연은 풍성한 감정을 내세워 때로는 철없고 때로는 애통한 송도영의 복잡다단한 서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사실 '벚꽃동산'의 캐스팅은 일찍 공개되진 않았다. 때문에 선예매가 오픈됐을 당시 캐스팅을 모른 채 제목만 보고 예매를 한 관객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A 씨는 "스무 살 때부터 최소한 두 달에 한 번씩 연극 보는 걸 즐겼다.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좋아해 공연을 할 때면 항상 챙겨보는 연극 중 하나였다. 그러다 나중에 전도연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평소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만 기다렸다"고 밝혔다. 사실 6월 개막하자마자 한 차례 관람한 A 씨는 이날 한 번 더 보기 위해 LG아트센터를 찾은 것이었다.

캐스팅 라인업이 공개된 후 예매를 진행한 팬들도 있었다. 이들은 "전도연 박해수의 연기를 매체가 아닌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지 않나"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 동료들과 회식 겸 공연을 찾은 B 씨는 "오래전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부터 박해수 배우를 좋아했다. 지난해 '파우스트'도 봤었는데 이렇게 유명한 배우가 돼 규모 있는 극장에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에는 심지어 전도연 배우랑 함께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사실 다른 동료들은 연극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 두 배우가 나온다고 설득해 같이 올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벚꽃동산'은 7월 7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매주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3시에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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