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사 인수과정 석연찮은 거래 개입 정황
'SM 시세 조종 의혹'에 이은 경영진 또 다른 혐의 포착
'SM 인수' 이후 불거지고 있는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SM 시세 조종 의혹'에 이어 '드라마 제작사 인수과정 의혹'에 휩싸이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역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SM 인수' 이후 불거지고 있는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SM 시세 조종 의혹'에 이어 '드라마 제작사 인수과정 의혹'에 휩싸이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역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가 24일 엔터업계 다수 관계자들을 통해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검찰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직원 중 일부가 드라마 제작사 인수과정에서 석연찮은 불법거래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은 앞서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구속영장 청구 명단에 포함됐던 인물로 카카오엔터의 사세 확장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문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 관련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며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커머스 자회사였던 그레이고(현 크리스피스튜디오)의 지분 30%(약 500억원 규모)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한 PEF 가젤제1호유한회사에 넘겼다. 만년 적자였던 그레이고는 이준호 부문장이 대표로 있던 회사다.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그레이고의 지분을 71.73%에서 30%대까지 줄였고, 원아시아파트너스 측은 그레이고의 최대주주(40%대 지분 확보)에 올랐다. 이 부문장은 또 카카오 입사 후 2020년 본인 회사인 B사를 카카오엔터 자회사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22일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전 의장의 사무실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3개월 만에 재차 압수수색하면서 카카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출석하는 장면. /남용희 기자 |
이준호 부문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에 그레이고 지분을 넘긴 직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투자책임자로 합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거래 당사자라는 점에서 사전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의혹을 불러모은다.
이와 관련해 엔터업계 다수 관계자들은 "(이 부문장이) 오래 전부터 카카오의 엔터 관련 빅딜을 진두지휘하며 이름 있는 기획사들과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불법거래를 사법 당국이 포착했을 것"이라며 의심하고 있다.
실제 유명 아티스트를 보유한 모 엔터테인먼트 K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회사 소속 톱스타들을 그레이고에 입점시키면 따로 지분을 챙겨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면 합의 등)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절한 바 있다"고 말했다.
SM 인수과정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확산'과 함께 이 부문장에게 이목이 쏠리는 데는 검찰이 지난 22일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전 의장의 사무실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3개월 만에 재차 압수수색하면서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 M&A 실무를 맡은 이준호 본부장의 관계와 역할, 책임 여부가 어떻게 드러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카오의 위기감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CIO)가 SM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된 혐의로 한달 전 구속되면서 현실화됐다. 금감원은 지난 8월 김 전 의장을 포함한 카카오 임직원의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검찰의 이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재차 압수수색 여파가 어디까지 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김범수(맨 오른쪽)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 출석해 '카카오 먹통'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김 전 의장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15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 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미 수사 중인 'SM 주가 조작 의혹' 외에 카카오 경영진의 드라마 제작사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압수수색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20년 한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비싼 돈을 지불한 혐의다. 때문에 이준호 본부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카카오그룹 본사와 김 전 의장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M 주가 시세조종 혐의에 이은 이번 수사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커넥션에 직접 개입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검찰의 이번 재차 압수수색에 대해 그 여파가 어디까지 튈 지 업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비욘드 코리아'란 비전 아래 2025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카카오의 목표도 불투명해진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