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연예계 '빌딩 재테크', 곱지 않은 시선 왜?
입력: 2021.05.17 05:00 / 수정: 2021.05.27 10:38
배우 김태희(왼쪽)와 하정우는 보유한 일부 건물을 최근 되팔아 각각 71억, 46억 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김태희는 지난해 이 역삼동 건물 임차인들에게 3월 한 달 간 임대료를 50% 인하한 바 있다. /더팩트 DB
배우 김태희(왼쪽)와 하정우는 보유한 일부 건물을 최근 되팔아 각각 71억, 46억 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김태희는 지난해 이 역삼동 건물 임차인들에게 3월 한 달 간 임대료를 50% 인하한 바 있다. /더팩트 DB

연예스타 빌딩주 자산 증식 비결은 '고액 신용대출'

[더팩트|강일홍 기자] "빌딩부자요? 그냥 부러울 뿐이죠. 단번에 수십억 수백억 차익을 냈다는 뉴스를 들으면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긴 해요. 늘 가까이서 보던 동료가 아닌 것 같죠. 30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하며 꾸준한 인기와 함께 돈도 많이 벌었는데도 왠지 저만 가난하고 초라해 보인단 말예요. 열심히 땀 흘려 저축한 게 미덕이 아니라 어리석은 짓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방송예능인 L씨)

최근 방송가에서 만난 예능인 L씨는 '스타 재테크'를 얘기하다가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80년대 후반 방송에 데뷔한 그는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린 예능스타입니다. 방송 화제 프로그램을 잇달아 견인하며 CF까지 독식했습니다. 치솟는 인기에 뒤따르는 경제적 부는 자연스런 수순인데요. 그는 수년간 연예인 고액 납세자 순위에 오를 만큼 이른바 '개런티 부자'로 꼽혔습니다.

L씨가 착실히 저축해 돈을 모으고 모범 연예인으로 만족하며 잘 살았는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평가할테니까요. 다만 연예인부자 축에 끼는 그조차도 상대적 박탈감에 마음이 불편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알다시피 연예계에는 수백억 빌딩부자들이 수두룩 한데요. 이들 중 일부가 최근 잇달아 빌딩을 매각해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습니다.

연예계 대표 부동산 부자인 서장훈은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자신이 보유한 건물의 임차인을 상대로 3월, 4월 임대료를 일부 감면하며 착한 임대인에 동참했다. /더팩트 DB
연예계 대표 부동산 부자인 서장훈은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자신이 보유한 건물의 임차인을 상대로 3월, 4월 임대료를 일부 감면하며 '착한 임대인'에 동참했다. /더팩트 DB

베풀고 나누는 모습 먼저, 진정한 연예인 부자

배우 김태희는 남편인 가수 비와 함께 총 800억 이상 부동산 및 토지를 보유한 연예계 대표 자산가인데요. 최근 강남역 부근 빌딩을 7년 만에 되팔아 71억원의 시세차익을 봤습니다. 김태희는 지난 2014년 6월 132억 원에 매입한 이 빌딩을 올 3월 203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주목을 받은 바로 그 건물인데요. 차익실현을 통해 이미 일석이조 효과를 본 셈이죠.

배우 하정우도 서울 화곡동 소재 건물을 3년 만에 팔았습니다. 2018년 7월 73억 3000만원에 매입해 46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습니다. 전층에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데요. 드라이브 스루가 포함돼 코로나 이후에도 매출이 더 늘었을 만큼 알짜배기 건물입니다. 하정우는 또 다른 스타벅스 건물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유명 커피브랜드 입점을 활용한 그의 신출귀몰 재테크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연예인들은 직업의 특성상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게 통념입니다. 무엇보다 수익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그 이유죠. 아무리 잘 나가다가도 활동을 멈추면 언제라도 수입이 끊기는 처지가 됩니다. 좀 여유가 있을 때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줄 만한 창구를 찾게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대중적 인지도와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술집이나 일식같은 고급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인 손지창-오연수 부부는 서울 청담동 빌딩을 최근 매각해 111억여원의 차익을 냈다. 부부는 2006년 빌딩 부지를 41억원에 매입한 뒤 이듬해인 2007년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을 새로 지어 15년간 보유했다. /더팩트 DB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인 손지창-오연수 부부는 서울 청담동 빌딩을 최근 매각해 111억여원의 차익을 냈다. 부부는 2006년 빌딩 부지를 41억원에 매입한 뒤 이듬해인 2007년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을 새로 지어 15년간 보유했다. /더팩트 DB

단번의 고수익과 '거꾸로 격차'에 불편한 시선

2000년대 이후 연예산업이 기업형으로 확대되면서 특급스타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는데요. 한류 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영향력을 키우고 일부 스타급 배우들의 개런티는 회당 수천에서 많게는 억대로 치솟기도 합니다. 한류를 상징하는 미니시리즈 한편 찍고 나면 쏟아지는 CF 캐런티까지 수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체계화된 매니지먼트가 본격적인 재테크의 축을 이룹니다.

이중에서도 빌딩 같은 부동산 투자는 흔들림 없는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됐습니다. 마치 스타 재테크의 대세로 굳어진 느낌인데요. 그들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일반인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신용대출(70~80%)을 생성합니다. 자기자본 20억으로 100억짜리 건물을 사는 거죠. 몇 년 만 굴리면 수십억씩 불어나고, 되팔아 차익을 내고 또다시 부동산에 투자해 '빌딩 부자'로 거듭납니다.

수 백번 발걸음을 해봐야 단 한번의 뜀 뛰기로 하늘과 땅 만큼 '거꾸로 격차'가 생긴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만합니다. 데뷔한 지 불과 수 년 만에 빌딩주가 된 아이돌 출신 스타들도 많은데요. 땅을 사든 주식에 투자하든 선택은 그들의 몫입니다만 부동산 문제 해결이 골치 아픈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금, 연예인들의 부동산 재테크 대박 뉴스는 왠지 불편하기만 합니다.

이는 그들이 이미 팬들로부터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은 주인공들이란 전제가 있고, 바로 대중이 안겨준 인기와 신뢰를 바탕으로 신용 대출을 일으켜 투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연예인 부자라면 베풀고 나누는 뉴스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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