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나의 연예공:감] 배우 윤여정의 '윤여정다움'을 응원합니다
입력: 2021.04.28 07:12 / 수정: 2021.05.04 19:20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영화사 새로 쓴 대한민국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위업

[더팩트|원세나 기자] 윤여정다운 화법, 윤여정다운 태도, 윤여정다운 패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윤여정다운 삶'. 이제 윤여정은 그 자체로 브랜드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25일) 배우 윤여정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온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등 4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지는 우리 영화사의 쾌거다. 한국 배우로는 102년 한국 영화사의 최초 아카데미 배우상 기록이자, 아시아 여성 배우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사요나라'(감독 조슈아 로건)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77세에 여우조연상을 받은 '인도로 가는 길'(감독 데이비드 린)의 페기 애쉬크로포드, 74세에 이 상을 받은 '하비'(감독 헨리 코스터)의 조제핀 헐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수상자이기도 하다.

윤여정의 '최고의 순간'은 TV 생중계로 생생하게 전해졌고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도 이 결과를 앞다퉈 보도했다.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 팬들은 윤여정의 값진 성과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고 언론을 비롯한 각계각층은 다양한 방식으로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등 끝없는 상찬(賞讚)이 펼쳐졌다.

뉴스도 쉴새 없이 쏟아졌다. 윤여정의 수상 소식은 속보로 시작해 소감 발표 스트레이트 기사로 이어졌고, 그의 수상 소감은 다양한 형태의 평가와 분석 기사로 확대됐다. 길지 않은 시간 빛을 발한 그의 화법과 태도에 국내외 수많은 언론은 환호했다. 여기에 더해 매체들은 이번 수상이 가지는 의미를 조명하고 그의 연기 인생을 다시 한번 되짚으며 감동을 더 했다.

시상식 이모저모를 전달하는 비하인드 소식들도 흥미를 끌었다. 특히 레드카펫에서 착용한 드레스와 백스테이지에서 착용한 항공 점퍼 등 윤여정의 남다른 패션 센스에 관한 기사, 공식적인 상금이 없는 아카데미에서 그가 상금 대신 받게 되는 특전에 관한 기사 등은 큰 관심을 모았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되자 다양한 뉴스가 쏟아졌다. 특히 그의 백스테이지 패션 스타일링이 큰 화제를 모았다. /버라이어티 트위터 캡처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되자 다양한 뉴스가 쏟아졌다. 특히 그의 백스테이지 패션 스타일링이 큰 화제를 모았다. /버라이어티 트위터 캡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자 예상치 못한 상황도 벌어졌다. 한 영상 매체가 수상 직후 무대에서 내려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윤여정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해 논란이 된 것이다. 이 매체는 논란 후 해당 부분을 삭제, 편집했다.

결정적으로 미간을 찌푸릴 일을 만든 건 바로 국내 몇몇 매체와 조영남이었다. 과열된 양상 속에서 색다른(?) 소식을 전하려는 매체의 '지나친 욕심'과 지금은 윤여정과 그저 '타인'의 관계일 뿐인 조영남의 '자의식 과잉'이 만나 벌어진 촌극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는 가르침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정도를 지키지 못하고 지나치게 선을 넘어 벌어지는 이런 상황들을 보며 윤여정은 어떤 기분일지 씁쓸하기만 하다. 더불어 그가 시상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은 속내가 문득 떠오른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성원에 대해 "받을 생각도 없었고 노미네이트 된 것만 해도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막 이러니까 너무 힘들어서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며 "세상에 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별로 즐겁지 않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그냥 즐거우려고 했다.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과연 윤여정답다. 솔직하고 유쾌하며 쿨하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 채 세상을 관조하는 연륜과 지혜가 돋보인다. 조금은 무심한 듯 힘을 뺀 특유의 '쿨함'이 '윤여정다움'을 완성하는 듯하다.

"그냥 즐거우려고 했다"는 윤여정이 '그냥 즐겁게' 지금의 결실과 성취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들어 올린 트로피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윤여정다운 삶'이 더없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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