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영탁의 전 매니저 조 모씨는 진정서 접수 전날인 25일 강남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진정서를 내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강일홍 기자 |
전 매니저 조 모 씨, 26일 '임금 미지급+부당해고' 노동부 진정서 제출
[더팩트|강일홍 기자] 연예계 매니저 갑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가수 영탁의 전 매니저 조 모 씨는 26일 ㈜밀라그로의 대표 A 씨를 임금 미지급 및 부당해고 등의 이유로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부 고발로 이어진 전 매니저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영탁의 소속사는 내우외환에 빠져들고 있다. 밀라그로 A 대표는 이달초 공연기획사 디온컴으로부터 공연 계약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피소돼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상태다.
영탁의 전 매니저 조 모씨는 공인 노무사를 통해 부당 해고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한 직후인 26일 오후 <더팩트>에 "임금이나 퇴직금 미지급 등 단순 근로기준법 위반 차원이 아니라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해고와 갑질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진정서 접수 전날인 25일 강남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진정서를 내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이번 문제는 A 대표와 저 사이에 발생한 근로기준법의 문제이지 영탁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이 일로 '미스터 트롯' 스타로 부상한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탁의 이미지에도 엉뚱한 불똥이 튈까 걱정"이라고 경계했다.
영탁의 전 매니저 조 씨가 노동부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밀라그라 A 대표는 임금 및 연장근로 수당,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등을 포함해 총 2600여만원을 미지급해 근로기준법(제36조)을 위반한 것으로 돼 있다. /조 씨가 노동부에 제출한 진정서 사본 일부 캡쳐 |
진정서에 따르면 A 대표는 임금 및 연장근로 수당,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등을 포함해 총 2600여만원을 미지급해 근로기준법(제36조)을 위반한 것으로 돼 있다. 조씨는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함께 사전 예고 없이 업무상 통화 도중 갑자기 화를 내며 "내일부터 당장 나오지 말라"는 구두 해고 등이 절차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2019년 10월 ㈜밀라그로에 입사해 유튜브 촬영 및 제작, 업로드, 영상콘텐츠 발굴, 채널관리 등을 담당하다 2020년 3월 같은 소속사 연예인인 영탁의 매니저로 근무했다. 하지만 첫 근무날로부터 약 7개월간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입사 3개월 이후부터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A 대표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니 나중에 주겠다"고 차일피일 미뤘다.
이 부분에 대해 조 씨는 "임금 얘기를 하는 것 자체를 (A 대표가) 못마땅하게 여겨 '나중에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더이상 추가적인 요구를 못했다"면서 "미지급분은 끝내 주지 않았고, 첫 월급을 받기 시작한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180만원씩 지급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탁이 '미스터트롯'으로 뜨고 난 이후부터 새벽부터 심야까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최저 생계비도 안되는 월급을 받다가 작년 11월부터 70만 원 인상한 250만 원씩 받았는데, 이 마저도 절차를 밟지 않은 일방적 해고로 지금은 중단된 상태여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라 A 대표를 노동부에 고발한 전 매니저 조 모씨는 "영탁이 '미스터트롯'으로 뜨고 난 이후부터 새벽부터 심야까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최저 생계비에 못미치는 월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더팩트 DB |
근로기준법 위반 주장 및 노동부 고발 건에 대해 (주)밀라그로 A 대표는 이날 오후 <더팩트>와 통화에서 "모두 소설같은 얘기다. 임금을 미지급한 일이 없고 근로계약서도 있다. 2020년 4월25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한달 뒤인 5월25일부터 월급이 나갔다. 올 2월 그만두기까지 1년이 안돼 퇴직 지급 사유도 안되는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당해고 부분에 대해는 "매니저로 일할 자격이 안된다고 판단해 작년 10월부터 여러번 '그만 두라'고 구두 통보를 했다. 증인도 있다. 그만 두라고 한 건 직원으로서 품위를 잃었기 때문이다. 조씨가 말하는 '부당 해고'는 억지주장일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씨가 큰 경제적 손실을 내기 직전 발견해 피해를 막았지만 그 일로 회사는 상당한 이미지 실추가 됐다"면서 "자신의 잘못은 덮어두고 회사와 저를 음해하려는 의도에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지 실추 등 회사에 해를 끼친 부분이 어떤 일이었는지는 추후 구체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 씨의 노동부 고발건이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 단순 다툼을 넘어 갑질 논란으로 불거진 것은 그가 가수 스케줄이나 회사 업무 외에 A 대표의 사적 업무에도 자주 동원됐다는 주장 때문이다. 실제 연예 매니저의 업무는 워낙 복합적이고 다양해 영역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통상 소속 연예인은 물론 연예인이나 회사 간부의 가족 등 사적 일을 부가적으로 해온 관행 때문인데, 조 씨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매니저 갑질논란은 지난해 배우 이순재(왼쪽)와 신현준의 전 매니저가 '갑질'을 폭로하면서 논란으로 번진 바 있다. 김 모씨는 지난해 7월 신현준에게 13년 동안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더팩트 DB |
매니저 갑질 논란은 지난해 배우 이순재와 신현준의 전 매니저가 '갑질'을 폭로하면서 논란으로 번진 바 있다. 신현준과 1993년부터 인연을 맺고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는 김 모씨는 지난해 7월 신현준에게 13년 동안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 씨의 경우 신현준의 매니저 일을 시작한 뒤 약 2년간 월급 60만 원을 받았으며, 이후 100만 원까지 월급이 올랐으나 이마저도 6개월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이번 조 씨의 경우와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
이보다 앞서 이순재 전 로드매니저 K 씨는 SBS '8 뉴스'를 통해 이순재와 그 가족의 갑질을 털어놨다. K 씨는 자신이 매니저로 있는 두 달간 이순재 내외의 머슴살이를 했다고 밝혔다. 매니저 일 외에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생수통 배달까지 온갖 허드렛 일을 도맡았다고 주장했다.
이순재 소속사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SBS 관련 보도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 편파 보도됐다"고 반박했으나 며칠 뒤 "소속사의 미숙함으로 발생된 일이며 상대방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이로인해 상처받은 로드매니저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재입장문을 냈다.
ee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