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이 다시 넷플릭스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괴물들이 도시를 점령한 '스위트홈'의 주인공을 맡았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녹아든 그는 죽음과 생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열연을 펼친다. /넷플릭스 제공 |
"앞으로는 '인간 송강'의 모습도 보여드릴게요"
[더팩트 | 유지훈 기자] 1994년생 어엿한 성인이지만 풋풋한 소년같은 이미지로 모두의 마음을 훔쳤다. 연달아 웹툰 원작 넷플릭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넷플릭스의 아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수식어가 됐던 그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라이징 스타다.
송강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연출 이응복)에서 주인공 현수 역을 맡았다. 작품은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기괴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 과정을 담는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300억 대작의 주인공이 된 그는 "넷플릭스 애청자이자 원작 웹툰의 팬으로서 정말 기뻤다"며 그동안의 하나둘씩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기쁘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부담이 되더라고요. 촬영 내내 그 부담을 해소시키는 게 숙제였어요. 캐릭터에 집중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는 괜찮은 데 끝내고 나면 부담과 책임을 느끼는 과정이 반복됐어요."
하지만 작품 속 송강의 연기에는 그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생존을 위해 다시 일어나는 캐릭터의 내면을 촘촘하게 표현해낸다. 외적 변화도 눈 돋보인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비주얼을 걷어낸 채 '못생김'을 연기한다.
송강은 주인공 현수 역을 맡았다. 현수는 가족을 잃고 홀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은둔형 외톨이다. /넷플릭스 제공 |
"촬영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특히 감정에 대해서요. 감정의 폭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것을 느껴요. 끊임없이 감정들을 상상했어요. 어두운 부분부터 가장 사악한 부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어요. 외적으로는 영화 '조커'를 생각했어요. 입꼬리가 찢어진 사악함을 보여주려고 연습했죠. 왜소해 보이기 위해 어깨도 계속 굽히고 다녔던 것 같아요."
'스위트홈'은 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쳐물이다. 거대한 몸집에 괴력을 자랑하는 '프로틴 괴물'을 비롯해 각자 개성이 돋보이는 괴이한 생명체들이 대거 등장한다. 극 중 송강은 자신 역시 괴물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그 능력을 이용해 이들과 맞서 싸운다. 보는 사람은 그저 신기하겠지만 배우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개인적으로 무서운 걸 잘 보지 못해요. 그래도 '스위트홈'은 내가 출연하고 내용도 아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첫 괴물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어요.(웃음) 현장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 특수분장된 괴물들이 있었어요. 제가 전기창으로 찌르는 장면이 많은 데 찌르다가 망가뜨리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어요. 괴물과 시선처리를 하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래서 덕분에 잘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송강은 "정말 후회 없이 지냈는데 배우로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괴물로 변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송강은 그 설정을 두고 자신의 욕망이 발현된다면 어떤 괴물이 탄생될지 상상했다. 그 상상 끝에 나온 결과가 의외다. "코로나 때문에 요즘 운동을 하지 못해서 아령 괴물이 될 것만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배우로서의 욕망은 다르다"며 속 이야기를 꺼냈다.
"매사 최선을 다해 살자는 각오였어요. 정말 후회 없이 지냈는데 배우로서는 늘 아쉬움이 남아요. 더 성장하고 싶어요. 요즘 드는 생각은 대사로 표현하기보다는 눈빛으로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죠. 그래서 아마 눈이 커다란 괴물로(웃음)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송강은 '스위트홈'에서 이도현이 맡은 은혁 캐릭터에게 묘한 끌림을 느꼈다. 우유부단하고 늘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현수와 다른 매력을 엿봤다. "리더십 있고 냉철한 인물이라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소년미를 벗고 성숙한 모습으로 보여질 송강도 자연스럽게 상상했다. 그 성장의 결과도 '스위트홈'에서 찾았다. 이진욱을 처음 만났던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그는 "어떻게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송강은 '만찢남' '넷플릭스의 아들'에 이어 다른 수식어를 향한 욕심을 내비쳤다. /넷플릭스 제공 |
"이진욱 선배가 연기하는 걸 봤는데 눈에서 빛이 나시더라고요. 그 눈빛이 충격적이고 멋지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선배가 연기를 할 때마다 계속 모니터링을 했어요. 어떤 눈빛을 연기하는지요. 제가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가 소년미를 벗는 거예요. 언젠가는 성숙한 모습의 송강으로 누아르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스위트홈'을 성공적으로 마친 송강은 2021년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두 번째 시즌을 촬영 중이다. 상반기 중에는 tvN 새 드라마 '나빌레라'를 통해 안방극장에서 활약한다. 이 두 작품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올해의 송강 역시 '만찢남'이자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릴 전망이다.
"벌써 그런 수식어가 붙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자극제가 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는 더 좋은 수식어들을 가지고 싶어요. 가끔 예능도 출연하면서 인간 송강의 모습도 보여드릴게요. 과장되지 않은 저 그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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