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21-심현섭] '개콘' 원조 멤버, '센놈' 유튜버로 귀환
입력: 2020.12.28 05:45 / 수정: 2020.12.28 09:33
심현섭은 최근 2개의 유튜브 채널 유치맨과 도다리를 가동하며 옛 익살꾼 명성 탈환을 벼르고 있다. 그의 개그 감각의 진수는 대본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개인기와 순발력이다. /이동률 기자
심현섭은 최근 2개의 유튜브 채널 '유치맨'과 '도다리'를 가동하며 옛 익살꾼 명성 탈환을 벼르고 있다. 그의 개그 감각의 진수는 대본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개인기와 순발력이다. /이동률 기자

'유치맨' '도다리' 등 유튜브 채널 2개 동시 오픈 채비

[더팩트|강일홍 기자] 심현섭(沈賢燮·50)은 타고난 익살꾼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개구진 이미지로 정체 불명의 대사를 읊는게 주특기였다. 방송 데뷔 후엔 각종 성대모사와 표정연기, 기상천외한 효과음을 활용한 개그로 존재감을 키웠다.

그는 '웃기다' 보다는 '대단하다'가 더 잘 어울리는 개그맨이다. 1999년 이후 '개그콘서트' 인기를 견인한 '사바나의 아침'은 심현섭 개그의 상징이다. 그는 사바나족 추장으로 등장해 부족민인 김지혜, 김영철, 김대희, 김경희, 김준호 등과 기발한 애드립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990년대는 중 후반부터 기존의 '유머1번지'나 '쇼비디오'같은 콩트 코미디가 주춤하고 상황극을 가미한 버라이어티쇼가 유행하던 시절이다. 96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주특기를 살리지 못하고 선배 개그맨들의 '바람잡이' 역할에 머물던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콘서트 형식을 띤 개그는 이전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장르였어요. 어느 날 김미화 선배님이 '우리 방송에서 개그로 콘서트 한번 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처음엔 생뚱 맞다고 생각했지만 때를 만났다 싶었죠. 대학로에서 강성범이랑 코미디라이브쇼를 많이 해 스탠딩 개그는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멍석이 깔리니 그는 펑펑 날았다. 심현섭의 개그 감각의 진수는 대본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개인기와 순발력이다. '빰빠야~아'로 시작하는 추장의 주문은 엄청난 분량의 즉흥 애드리브 때문에 담당 PD가 "제발 짧게 해라, 편집하다 날밤 샌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4년 만인 2003년 느닷없이 '개콘' 무대를 떠나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는 '개콘'마저 폐지됐다. 원년멤버인 그의 소회가 궁금했다. 최근 동시에 2개의 유튜브 채널 '유치맨'과 '도다리'를 가동하며 옛 명성 탈환을 벼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소속사 쇼당이엔티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10년간 어머님 간병하느라 혼인 시기를 놓쳤어요. 심현섭은 2021년 새해 지상과제는 바로 결혼이라고 말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소속사 쇼당이엔티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10년간 어머님 간병하느라 혼인 시기를 놓쳤어요." 심현섭은 "2021년 새해 지상과제는 바로 결혼"이라고 말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소속사 쇼당이엔티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개콘' 이후에도 간간이 방송활동을 해왔는데 최근엔 거의 볼 수가 없다. 우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이 궁금하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강 기자님과 인터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군요. 전국투어 콘서트에도 취재차 종종 와주셨는데 개그맨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시네요. 더 잘 아시는 것처럼 방송은 흐름이 있잖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더 강하다고 믿습니다. 방송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고요. 한동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뭔가를 찾는데 골몰했어요. 머지않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같아요.

심현섭은 영상제작자로 변신했다. 영상콘텐츠제작사 ET(Enter Train)는 요즘 트렌드에 적합한 재밌는 영상을 만들어 전파하는 업체로 그가 지난해 4월 설립했다. 예능PD와 작가, 그리고 자신이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실행한 것인데 코로나의 불황 속에서도 올해 3건의 바이럴 광고를 수주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면서 "탄탄하게 밑거름을 잘 다져놓았으니 내년 쯤엔 만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자신했다.

-영상제작사 운영과는 별개로 직접 유튜버로도 변신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채널이 하나가 아니고 동시에 두 개를 오픈할 거란 얘긴 뭔가?

하나는 이미 시작했고, 다른 하나는 내년 1월부터 곧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첫 번째 '유치맨'은 첫 방송을 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벌써 8000명의 구독자 수를 확보했어요. 예상 외로 반응이 빨라 저도 놀라고 있어요. 두 번째 채널로 준비하고 있는 '도다리'는 각 분야의 자타공인 이미테이션 스타들과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도다리가 광어를 닮은 물고기잖아요. '도다리'는 거기서 벤치마킹한 명칭이고 진짜보다 재밌고, 유쾌한 짝퉁들의 활약을 기대하셔도 됩니다.

심현섭이 현재 가동 중인 유튜브 채널은 '유치맨'이다. 유머와 치유, 그리고 멘탈(맨)을 합성한 단어다. '만물뉴스'는 이언경 전 채널A 아나운서와 진행하는 시사뉴스 풍자 코너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화제뉴스를 특유의 진단한다. '맹구가 간다'는 과거 추억속의 맹구 이미지를 무에타이 격투기와 접목한 코너다. 그는 취미삼아 3년째 무에타이를 연마 중이다. 새로운 유튜브 채널 '도다리'는 새해 1월부터 오픈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이다.

공개 코미디 활성화 주역. 심현섭은 타고난 익살꾼으로 개그콘서트에서 각종 성대모사와 표정연기, 기상천외한 효과음을 활용한 개그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동률 기자
공개 코미디 활성화 주역. 심현섭은 타고난 익살꾼으로 '개그콘서트'에서 각종 성대모사와 표정연기, 기상천외한 효과음을 활용한 개그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동률 기자

-안타깝게도 '개콘'은 20년 만인 올해 6월 폐지됐다. 개콘세대 대선배로서 후배들을 지켜보면 심경이 착잡할 것같다.

'개콘'은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을 가진 프로그램이에요. 개그맨들한테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까요. '개콘'이 막바지에 시청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어도 언젠가는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 코너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거든요. 저도 그동안 특집프로그램 때마다 종종 출연하곤 했으니까요. 근데 폐지 직전 후배들이 '하도 소재 제약이 많아 어떻게 하면 욕을 안 먹을지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짰다'고 해 가슴이 아팠어요. 그러다 막상 폐지가 현실화되고 보니 그냥 착잡할 정도가 아니라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심현섭은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공개 코미디 활성화에 기여한 주역으로 당당히 인정받는다.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던 SBS 공채개그콘테스트 동기 김준호와 강성범을 '개콘' 무대로 이끈 당사자다. 아마도 그가 없었으면 이 둘도 이름들을 알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앞서 김미화로부터 제의를 받자마자 자신 못지 않게 재능있는 동료들을 함께 추천했다. 개콘스타로 화려하게 성공한 '마빡이' 정종철이 선배 심현섭을 보며 개그맨 데뷔를 꿈 꾼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지금도 궁금한 게 있다. '개콘' 원년 멤버로 합류해 '사바나의 아침' '동물본부 24시' '봉숭아학당' 등의 인기 코너를 연달아 히트시켰는데 왜 갑자기 떠났나.

다 지나간 일이고, 굳이 얘기해봐야 변명처럼 들릴 수 있어 함구하기로 했는데 당시 분위기를 잘 아시는 강 기자님께서 물으시니 어쩔 수가 없네요. 솔직히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인기는 하늘을 찔렀지만 개인이 맘대로 거취를 결정할 형편은 아니었어요. 소속사가 KBS 출연 도중에 SBS 이적을 공식화한 기사를 일방적으로 내보냈어요. 제 의사나 의견은 무시됐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얼마 후 대부분의 동료들이 소리소문 없이 '개콘'으로 복귀했지만, 저는 돌아갈 수가 없었죠.

'개콘'으로 일약 성공을 거둔 심현섭은 개그발전의 긍정 이미지 못지 않게 부정적 이면도 갖고 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2003년 그는 돌연 KBS를 떠나 SBS로 옮긴 '집단출연 중단'의 주역으로 낙인 찍힌다.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개콘'의 독주에 맞서는 구도를 만들면서 SBS는 그를 비롯해 김준호 김대희 박성호 황승환 이병진 이태식 김미진 김숙 강성범 등을 스카웃한다. 유독 심현섭에게 '배신의 화살'이 꽂힌 이유는 당시 그가 개콘 인기의 정점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만능 재간둥이로 개그콘서트 하차 이후 신나는 오후4시 등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과 드라마 등에서 정극 연기자로도 활약했다. 사진은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출연 당시. /더팩트 DB
'만능 재간둥이'로 '개그콘서트' 하차 이후 '신나는 오후4시' 등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과 드라마 등에서 정극 연기자로도 활약했다. 사진은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출연 당시. /더팩트 DB

-'개콘' 시청률은 전성기 시절 시청률 30% 대를 찍을 만큼 대세 프로그램이었다. 최고의 예능에서 폐지 직전 2~3% 대로 추락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가보면 어디든 주방장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쉐프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재료라도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죠. 아무리 신선한 횟감을 갖다 놔도 요리를 잘못하면 초밥은커녕 김밥 수준도 안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연출의 균형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과거에 비해 소재 제약이 많았어요. 막판엔 박준형 김대희 신봉선 등 개콘 노병들을 과감히 수혈했는데도 끝내 반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건 이런 외적 요인도 컸다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는 2002년 1월 6일부터 2002년 12월 15일까지 평균 시청률은 21.7%(TNS 미디어 코리아)를 집계했다. 2003년 8월 31일에는 최고 시청률 35.3%를 경신했다. 그해 연말까지 여타 예능프로그램이 넘볼 수 없는 난공불락의 평균 시청률 30% 대를 기록했다. 인기 가수와 배우들이 신곡을 내거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앞다퉈 출연할 정도였다. 유명 스타들이 방송에 등장해 던진 한 마디 대사가 다음날 대서특필돼 주목도를 끌어올릴 만큼 인기 프로그램의 파급력은 컸다.

-누가봐도 개구진 이미지인데 실제론 매우 감성적이고 내성적 성격이라고 들었다. 아직 싱글인데 결혼 계획은 없나?

개구쟁이 같은 익살스러움은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그 부분은 천성적으로 타고 났으니 감출 수 없는 거죠. 다만 성격적으로는 진지하고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에요. 상대방이 마음을 열기 전까지는 쉽게 정을 주지 못하는 이기적인 부분도 있어요. 주변에서 감성적인 로맨티스트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장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루빨리 가정을 갖는 게 지상과제입니다. 10년간 어머님 간병하느라 혼인 시기를 놓쳤어요. 조건은 없어요. 착하고 순수한 분이면 됩니다.

심현섭은 5남매(3남2녀) 중 넷째다. 형제자매들 중 유일하게 미혼이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10년간 간병한 효자로 소문 나 있다. 전남매일신문 사장과 광주일보 회장을 지낸 고 심상우 전 국회의원의 막내아들로 군생활은 해군홍보단 소속 연예병사로 복무했다. 아버지 심 전 의원은 전두환 전 민주정의당 총재의 비서실장(국무총리 비서실장 겸 청와대 대통령실장 직무대리)을 지냈고,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의 수행원으로 미얀마에 갔다가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사건에 희생됐다.

심현섭은 개콘 이전부터 KBS2 서세원쇼의 시사 투나잇 등 심야 쇼프로에서 김대중 대통령, 이다도시, 앙드레 김 등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하며 대중적 주목받는다. 사진은 SBS 송년특집 개그대축제 당시. /더팩트 DB
심현섭은 '개콘' 이전부터 KBS2 '서세원쇼'의 '시사 투나잇' 등 심야 쇼프로에서 김대중 대통령, 이다도시, 앙드레 김 등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하며 대중적 주목받는다. 사진은 SBS 송년특집 '개그대축제' 당시. /더팩트 DB

심현섭은 1994년 MBC '개그박스'의 특채개그맨으로 활동을 시작하지만 이듬해 정식 도전한 MBC 개그공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본다. 1996년 SBS 공채 기수로 합격한 뒤에도 이렇다할 두각을 내지 못했다. 대학로에서 스탠딩 개그를 하다 개그맨 고 김형곤의 추천으로 KBS와 인연을 맺는다.

"김형곤 선배는 개그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대단한 분이에요. 당시는 상황극을 쇼와 접목한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였어요. 코미디도 자신들이 주도해온 이전의 '유머1번지'같은 장르로 다시 되돌아가긴 힘들다고 판단해 스탠딩 개그에 주목한 거죠."

그는 SBS 개그공채 동기 강성범과 KBS로 이적하면서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을 시작으로 '서세원쇼'의 막간 코너 '시사 투나잇' 등 심야 쇼프로에서 김대중 대통령, 이다도시, 앙드레 김 등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하며 대중적 주목받는다.

스탠딩 개그프로그램의 서막을 연 '개콘' 원년 멤버로 당당히 합류한 데는 이처럼 오랜 좌절과 인내의 담금질 시간들이 밑거름이 됐다. 이후 '꽃봉오리 예술단' '봉숭아학당' '사바나의 아침' '스크림' '공포극장' '방황' '유언' '불사파' '동물본부 24시' 등 내놓는 코너마다 히트를 기록한다.

올해로 방송 데뷔 26년 차인 그는 연예인야구동호회 '조마조마 야구단', 연예봉사활동모임인 '늘', 해군홍보단 출신 연예인들의 친목모임 '홍우회' 등의 멤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짜 센 놈이 돌아온다.' 긴 재충전을 끝내고 강한 유튜버로 2021년 변신을 벼르고 있는 그의 각오가 이채롭게 비쳤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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