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나의 붉은 고래', 애니 대국 일본 위협하는 중국
  • 권혁기 기자
  • 입력: 2017.06.15 04:00 / 수정: 2017.06.15 04:00

일본 비켜! 중국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가 15일 개봉됐다. 나의 붉은 고래는 중국, 한국, 일본 합작품으로 제작 시기만 12년에 걸렸으며 중국 개봉 당시 940억원의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영화 나의 붉은 고래 포스터
'일본 비켜!' 중국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가 15일 개봉됐다. '나의 붉은 고래'는 중국, 한국, 일본 합작품으로 제작 시기만 12년에 걸렸으며 중국 개봉 당시 940억원의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영화 '나의 붉은 고래'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애니메이션의 대국이라고 하면 단연코 일본이다. 그런 일본을 긴장시킬 중국산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15일 개봉된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감독 양선, 장춘)는 중국에서 940억원의 흥행 기록을 세운 판타지 애니메이션 대작이다. 중국 제작사와 한국 스튜디오미르가 공동제작했으며 일본 요시다 키요시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12년에 걸쳐 제작된 영화는 인간과의 접촉이 금지된 세계에서 살던 소녀 '춘'이 성인식을 맞아 붉은 고래로 변신해 인간 세상을 탐험하러 가면서 시작된다.

춘이 사는 세상의 하늘은 인간세상의 바다와 맞닿아 있다. 일몰 등 아름다운 인간세상을 만끽하던 춘은 바닷가에서 동생들과 살던 한 인간 남자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그러나 "절대로 인간과 접촉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떠올린 춘은 시간에 맞춰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바다에서 포경을 하던 인간들의 그물에 걸려 버리고, 인간 남자는 위기에 처한 춘을 구하다 목숨을 잃게 된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춘은 인간 남자를 살려내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나눠주는 금기를 범한다.

아기 고래로 키워 인간 세상에 환생 시키기로 한 춘은 '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을 쏟는다. 금지된 세계의 일원인 '추'는 곤의 존재가 못마땅했지만 좋아하는 춘을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곤이 마을에 들어온 이후 '짠' 비가 내리거나 여름인데 눈이 내리는 등 대흉조의 기운이 느껴지자 마을 사람들은 곤을 없애기로 결정한다.

나의 붉은 고래는 다양한 중국의 사상이 가미된 작품이다. 장자 등 중국 전통 사상의 세계관이 녹아져 있으며 세상의 이치를 애니메이션적으로 표현했다. /영화 나의 붉은 고래 스틸
'나의 붉은 고래'는 다양한 중국의 사상이 가미된 작품이다. 장자 등 중국 전통 사상의 세계관이 녹아져 있으며 세상의 이치를 애니메이션적으로 표현했다. /영화 '나의 붉은 고래' 스틸

'나의 붉은 고래'는 매끈한 연출과 매혹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거대한 고래들이 하늘을 나는 장면부터 금지된 세상의 모습은 몽환적이다. 그러면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거대한 물고기는 장자의 사상 중 '붕정만리'에서 기인한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전설상의 큰 새)으로 변해 하루 9만 리를 날아간다는 내용이다. 이는 머나먼 노정를 뜻한다.

또 작품 속 춘의 할아버지는 "세상 만물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며 "선한 마음을 품는다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렴"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이치를 애니메이션적으로 매끄럽게 표현했다.

판타지인만큼 촘촘한 세계관이 중요한데 '나의 붉은 고래'는 창조적으로 금지된 세계를 구현했다. 춘은 봄을 뜻하는 이름처럼 나무의 성장을 관장한다. 곤은 주역의 기본 괘이자 우리나라 태극기의 모서리에 표현되는 '건곤감리' 중 곤(坤)을 의미하는데 곤은 땅을 의미한다. '붕정만리'에 등장하는 물고기 곤에 기초했지만, 금지된 세계에서 뭍으로 올라가야하는 입장에서 중의적 네이밍(naming)이라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가 떠오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가 인간 세계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하지만 '나의 붉은 고래'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다음 행보를 기대케 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날 뿐이지, 중국의 색깔은 분명하다.

전체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0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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