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권혁기 기자] 아버지인 배우 이승철에게 영향을 받아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이청아(33)만큼 변함이 없는 배우도 드물다.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데뷔한 이청아는 2004년 '늑대의 유혹'에서 정한경 역을 맡아 열연한 뒤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청아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온 강동원, 눈물나는 러브스토리의 두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외모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늑대의 유혹' 이후 각종 드라마 및 영화에서 의미있는 역할로 대중과 소통한 이청아는 지난 2013년 '더 파이브'에 이어 '해빙'(감독 이수연·제작 위더스필름·공동제작 영화사 불)으로 다시 한 번 스릴러에 도전했다. '해빙'은 한 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화정시에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분)이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이청아가 연기한 미연은 승훈이 근무하게 된 병원 간호조무사로, 승훈이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점심을 챙겨주는 등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간호조무사 월급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명품백을 수시로 바꾸는 등 헤픈 씀씀이를 자랑하던 미연은 병원에 경찰이 방문하자 바짝 긴장하는 등 승훈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맞춰 캐릭터에 몰두했던 이청아를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0대 몸무게로 따졌을 때 최저를 찍었다"면서 "사실 18㎏을 뺀 조진웅 오빠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해빙'에선 이청아답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신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다. 제가 맡으면 착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이미지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스스로 귀여운 성격이 아니라는 이청아와 나눈 일문일답.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부터 얘기해달라.
아주 무서웠어요. 본의 아니게 옆에 계신 분들한테 피해를 줬죠. 제가 찍었는데도 무섭더라고요.(웃음) 제가 나오지 않은 부분만 무서울줄 알았는데 제 분량도 무섭더라고요. 찍은지 좀 시간이 지나 그 정서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진웅 선배님이 '네가 찍었는데도 무섭냐?'고 하시더라고요. 다음날 담에 걸릴 정도로 긴장하면서 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예고편만 봤는데도 가위에 눌렸었죠. 3번을 봐도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체적으로 자르고(손으로 가린 채) 가운데만 봤어요.(웃음)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처음에는 무서운 내용인지 모르고 봤어요. 그냥 글을 읽었을 때 되게 구조가 특이하다는 게 느껴졌죠. 어느 순간부터 승훈의 시점으로 바뀌는데 앞 부분을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을 초조하게, 그리고 뒷목을 굳게 하는 게 있더라고요. 적절한 템포라고 생각했죠.
-연쇄살인이 발생한 도시의 배경도 매우 잘 묘사된 것 같다.
감독님이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 외에 하나의 캐릭터가 더 있다면 그건 도시'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화려함 뒤에, 한 쪽은 발전하지만 한 쪽은 발전하지 않은 지역이 있죠. 감독님은 재개발이 들어가는 신도시의 무드를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이수연 감독과는 어땠나?
사실 제가 연기한 부분들에 다른 버전들이 있었어요. 경찰서에서 조서를 쓸 때나 진술을 할 때 약간 되바라진 모습이 담기게 시크한 연기를 하기도 했고, 좀 더 착하게 연기하기도 했죠. 감독님이 좀 더 착하게 하라고 하기도 하셨는데, 나중에는 공포에 질려 연기한 것을 선택하셨더라고요. 감독님이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청아 씨는 어떻게 하고 싶어? 그럼 둘 다 해보자'라고요.

-조진웅과 호흡은 좋았나?
제가 작품을 할 때 고르는 기준이 생겼는데요, 하나는 재미있으면 하고, 또 하나는 엄청 힘들 것 같고 깨질 것 같으면 '배우자'는 마음으로 하게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두 생각이 다 들었어요. 감독님을 뵙고 든 생각은 '확실하실 것 같다'였죠.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첫 리딩 현장에 갔는데 조진웅 선배님과 신구 선생님, (김)대명 오빠가 있었죠. 늘 긴장을 하지만 넘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리허설 후 실제 촬영 장에서 조진웅 선배는 늘 대본 이상의 것을 준비해오시더라고요. 저는 늘 대본 정도만 상상을 했는데 말이죠. 진웅 오빠는 그러면서 감독님과 조율을 하시더라고요. '이 흐름에서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라고요.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들도 극적으로 표현하시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죠.
-이번 작품으로 이미지 변신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 같다.
제가 직접적으로 '이미지 변신'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그간 제가 맡았던 역할 때문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죠. 저는 배우를 하면서 제일 신이 날 때가 의외의 인물을 만나 해결해가는 기쁨을 느낄 때입니다. 그걸 이미지 변신으로 생각하실 수 있겠죠. 저 스스로는 이제는 제가 다양한 컬러로 읽혀질 때인 것 같아요. '해빙' 개봉 전에 '뱀파이어 탐정'에 캐스팅이 됐을 때 깜짝 놀랐어요. 저한테 뱀파이어 수장을 하라고요?(웃음) 하이틴 로맨스에 캐스팅이 됐을 때는 사실 경악했어요. 저한테 귀여운 연기를 하라고 하셔서요. '늑대의 유혹' 때 친구들이 정말 많이 놀렸죠. 별로 귀여운 성격이 아닌데 귀여운 역할을 했다고요.(웃음)
-그래도 '늑대의 유혹'이 이청아를 알리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늑대의 유혹' 때는 사실 괴롭히는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주인공에 캐스팅이 됐죠. 그래서 착한 이미지로 보이게 준비를 했다면, 이번 '해빙'에서는 세련되지 못했지만, 세련된 척 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하고 싶어요. 연극을 하면서 해보고 싶은 연기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를 기대해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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