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 "대부분 경험없는 역할, 관련 자료 보지만 시나리오에 답 있다고 생각"
[더팩트|권혁기 기자] 2009년 개봉된 영화 '여행자'는 김새론(17)의 데뷔작이자 그에게 처음 수상의 기쁨을 알게 한 작품이다. 제6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출품됐으며 주연을 맡은 김새론은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 여자 연기상을 받았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지만,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듬해 '아저씨'는 김새론이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는 데 일조했다. 이어 '이웃사람'에서 1인 2역으로 열연하더니 '만신'에서는 김금화 만신의 유년 시절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2014년 '도희야'에서는 폭력과 왕따 등 잔혹한 세상에 홀로 던져진 소녀 도희로 분해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이번에는 의미가 깊은 영화로 돌아온다. 정확하게는 2년 전 KBS1에서 2부작으로 방영된 '눈길'(극본 류보라·연출 이나정)이 극장에서 개봉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 문제를 다룬 '눈길'은, 힘들었던 그 시절을 버텨낸 할머니 최종분(김영옥 분/아역 김향기 분)과 그가 동경했던 동네 친구 강영애(김새론 분)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영애의 말에 종분은 엄마(장영남 분)에게 자기도 일본에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한 종분. 어느날 엄마는 "놋그릇을 팔아 쌀밥 먹게 해주겠다"며 며칠 집을 비운다. 동생과 함께 집에 있던 종분은 야밤을 틈타 집에 들이 닥친 일본군에 이끌려 기차에 몸을 싣는다. 얼마 후, 일본에 간다던 영애까지 기차에 내동댕이쳐지자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후 영애와 종분은 일본군들로부터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쉽지 않았을 연기였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김새론은 "배역에 감정 이입을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역할 대부분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저 역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간접적으로 접해보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만의 방법은 따로 있었다. 김새론은 "대부분 시나리오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고 거기에 저를 대입하는 게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더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미 '아역'이 아닌 훌륭한 '여배우'로 성장한 김새론과 나눈 일문일답.
-드라마로 제작돼 영화로 개봉된다. 소감이 있다면?
일단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도 뜻깊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로도 개봉돼 영광이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개봉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봉 후에도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들었을 질문일텐데, '눈길' 전후로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바뀐게 있나?
물론 찍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찍고 난 다음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긴 게 사실이죠. 스마트폰을 보다 관련 기사나 얘기가 있으면 꼭 한 번은 읽어봐요. 친구들과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죠. 친구들도 관심을 많이 갖더라고요. 지인들과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희망나비팔찌도 맞췄어요.
-'귀향'은 봤나?
시사회로 봤어요. 영화의 만듦새를 떠나 위안부 얘기를 영화로 만든 것 자체에 감사했죠.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이런 얘기들은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많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웃사람'이나 '만신' 등 무겁고 어두운 영화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역할이 어두워서 힘들지는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소재 자체가 민감하다보니 그 부분에 있어 신경을 썼죠.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에서 가장 조심스러웠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특히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눈길'의 영상미가 예쁜데, 그런 좋은 배경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죠. 지방을 다녀보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음에도 춥고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힘들수록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실제 그 때는 지금 이 현장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들지 않았을까? 감히 내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요. 춥지만 감정에 몰입해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추운줄 몰랐던 것 같아요. 나중에 감기 기운이 생기는 정도였는데 촬영 때는 큰 영향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생각의 깊이가 느껴진다. 함께 연기한 김향기와 동갑내기인데 호흡은 어땠나?
정말 좋았죠. (김)향기한테 시너지 효과를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얘기도 많이 하고 의지도 했죠. 친하기도 해서 우정을 표현하기에 편했어요. 극 중 오빠(서영주 분)를 좋아하는 역할인데 저는 그걸 밀어내는 연기를 하느라 조금 힘들었죠.(웃음) 나중에 성인이 된 뒤에도 향기랑 같이 끌어갈 수 있는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서로 성격이 비슷한가?
향기는 차분하고 밝으면서 참하다고 해야하나요? 저는 되게 '팅팅탱통'거려요.(웃음) 특히 저는 말을 쉬지 않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표현도 많이 하는 편이라 향기가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제 성격을 갖고 촬영에 들어가면 힘드니까 많이 가라 앉히려고 했는데도 어렵더라고요.(웃음) 제일 고치려고 하는 부분이죠.
-나이 든 종분 역의 김영옥 선생님과 호흡은 어땠나?
아무리 제가 편하게 하려고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불편함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있었죠. 하지만 제가 어색하면 관객들도 어색하니까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향기를 대하듯 연기를 한 것 같아요.
-작품 선택에 있어 주관적인지? 아니면 친구들의 의견을 듣는지?
아직까지는 부모님이랑 얘기를 가장 많이 하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랑 작품 상의를 많이 하고 의지도 많이 했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주셨죠. 힘든 부분도 공유할 수 있는 게 부모님이니까요. 크면서는 친한 지인들과 얘기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부모님과 제가 보는 시선이 비슷한 편이지만 가끔 친구들한테 시놉시스를 보여주고 의견을 묻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시청자 입장이니까요.
-'눈길'을 본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학교에서 기념일에 맞춰 전교에 '눈길'을 틀어주셨어요. 심지어 수행평가로 '눈길'의 후기를 쓰라고 하셨죠. 정말 감사드렸어요. 친구들도, 해야하는 수행평가인데 친구가 나오니까 더 관심있게 봐준 것 같아요. 다들 좋게 봐주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전혀 울지 않을 것 같던 친구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울었고요.
-이제는 좀 평범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저는 어둡거나 무거운 역할도 계속 하고 싶은데, 물론 편한 역할도 해보고 싶죠.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같은 거요. 친구들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나 로코물도 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상대 배우로 누굴 만나고 싶냐고 물어보면 김수현 배우를 꼽았죠. 저랑 띠동갑인데 오빠가 워낙 동안이죠?(웃음)
-끝으로 '눈길'이 해외 여러 영화제에 초청이 됐는데 소감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공감을 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보셨으면 좋겠어요. 예상 관객수를 물어보시는데 흥행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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