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속 그룹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최근 그룹 와썹 나다 외 2인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냈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대한민국 그룹들은 어떻게 수익 분배를 하는지 더팩트가 취재했다. /더팩트 DB |
그룹 와썹 멤버 나다(본명 윤예진)와 다인(본명 송지은) 진주(본명 박진주)가 소속사 마피아레코드와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내면서 아티스트와 기획사간 해묵은 분쟁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계약 기간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와썹뿐만 아니라 많은 보이·걸그룹이 표준전속계약에 따른 최대 계약기간 7년을 기해 결별하는 일은 많다. 또 전속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헤어질 때는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말이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 쪽은 어떤 이견 차이가 있어 결별하게 되는지, <더팩트>가 집중 취재, 분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권혁기 기자] 소속사 입장에서보면 아이돌 그룹 데뷔까지 5억원, 앨범 한 장을 내는데 드는 비용 10억원이란 분석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데뷔 후 수익에 따른 정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성공한 걸그룹 AOA도 데뷔 3년 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정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아이돌 그룹 멤버나 기획사에게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보통 아이돌의 수익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표준전속계약서 제12조(수익의 분배 등)을 1항에 의하면 모든 수입은 일단 갑, 즉 기획사가 수령한다. 이후 음반 및 콘텐츠 판매와 관련된 수입은 각종 유통 수수료, 저작권료, 실연료 등의 비용을 공제한 후 갑과 을(아티스트)이 분배해 가지는데 분배방식이나 구체적인 분배비율은 갑과 을이 별도로 합의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을이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할 경우 해당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입에 대해서는 해당 그룹의 인원수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역시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1/N로 수익을 나누거나 슬라이딩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슬라이딩 시스템이란 경제 용어로 '물가나 생계비 지수의 변동(變動)에 따라, 임금이나 배당을 올리고 내려서 실질 임금의 안정을 꾀하는 방식'을 뜻한다.
가수의 경우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통한 수입과 관련해 해당 그룹의 인원수로 나누거나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합의할 수 있다. 이때 소속사가 비출한 비용을 공제하고 수익을 분배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
공정위는 '이때 수익분배의 대상이 되는 수익은 을의 연예활동으로 발생한 모든 수입에서 을의 공식적인 연예활동으로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차량유지비, 의식주 비용, 교통비 등 연예활동의 보조 또는 유지를 위해 필요적으로 소요되는 실비)과 광고수수료 비용 및 기타 갑이 을의 동의 하에 지출한 비용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갑은 연예활동과 무관한 비용을 을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 다음은 정산과 관련된 부분인데, '갑은 정산금 지급과 동시에 정산자료(총 수입과 비용공제내용 등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을에게 제공한다. 을은 정산자료를 수령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정산내역에 대하여 공제된 비용이 과다 계상되었거나 을의 수입이 과소 계상되었다는 등 갑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갑은 그 정산근거를 성실히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사들은 각자 상황에 맞게 계약을 체결한다. 팀 전체 대 기획사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개인 대 기획사로 계약서를 쓰기도 한다.
수익 분배와 관련해서는 보통 초반에는 1/N로 협의를 하지만 이후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바꾸기도 한다. 경제 용어적인 측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데, 1/N으로 했다가 이후 활동이 왕성한 멤버가 있다면 이를 수정해 개별 활동 부분에 대한 수익을 개인에게만 줄 수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계약 후 3년 차에 계약 조건을 변경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기도 한다. 예컨대 처음에는 1/N로 계약을 하지만 3년 차에는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바꾸는 식이다. 한 멤버가 도드라지게 활동하면 합리적인 분배를 위해 변경하는 편이다. 초창기에는 활동이 없어도 1/N로 정산을 받을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조절을 해야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룹 빅뱅은 지난 2006년 데뷔 이후 10년 이상 한 소속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장수 그룹이다. /더팩트 DB |
3년을 언급한 이유는 보통 가요계에서, 신인 그룹이 성공했는지를 보는 기준이 앨범 3개, 3년이기 때문이다. 7년 중 절반 정도는 무조건적인 투자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7년이란 제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 걸그룹을 키운 한 가요 기획사 이사는 <더팩트>에 "합리적인 년수가 아닌가 싶다. 3~4년 신인을 거쳐 나머지 3~4년 수익을 창출한다면 성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솔로 가수 위주로 매니지먼트를 해온 한 대표는 "3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모든 일은 수익을 위한 것인데, 수익이 날 때쯤 나가면 손해가 너무 크다. 10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대표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타 기획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자본이 튼튼한 대형 기획사에서 전속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하고 데려오면 그만인 것 아니냐.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기획사일 수 있으니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회사의 자금난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제정 상태 악화로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이 안되면 서로가 결별하는 게 맞다"며 "마찰이 있는 경우도 있다. 돈 문제가 제일 큰데, 가수들은 자기한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주길 원하고, 회사는 자산에 맞춰 아이돌을 키우려고 하다보니 서로가 못 버티는 경우도 있다. 또 허황된 꿈으로 자본도 없이 지망생부터 모집하고 나중에 투자사를 구하려고 하면 꼭 구설수에 오르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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