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광대 웃음' 찾기 미션에 성공했습니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조정석은 보면 볼수록 재밌는 배우입니다. 단순히 코미디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헐거운 캐릭터를 촘촘하게, 철저히 연구한 대본을 애드리브로 오해받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극화하는 스타일은 그만의 특장점이자 연기에 감칠맛을 더하는 매력이죠.
반면 프레임 밖 조정석은 웃기기보다는 진지한 관찰자에 더 가깝습니다. 그를 처음 인터뷰하는 취재진 사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물음표가 있죠. "상상한 이미지와는 다르네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본 그의 모습을 전부라고 할 순 없겠지만 분명 진짜 그의 모습 중 일부분이겠죠.
이 반전은 뭐랄까, 조정석이 연기한 캐릭터들(은시경과 을수는 제외)처럼 큰 웃음을 터뜨리며 '아, 그건 말이죠'하고 호탕하게 말한다거나 연기할 때 보이는 특유의 능청과 익살을 부린다기보다는요. 가볍게 매무새를 흘릴 수 있는 질문에도 눈동자를 반짝이며 확고하고 깊이 있게 답변하는 느낌이랄까요. 숫기가 없는 듯하면서도 똑 부러지죠. 그는 "연기에 관한 지론은 정말 확고한데 인터뷰할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며 "평상시 이야기할 때는 '꺼벙이', 원래 그게 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영화 '형' 인터뷰로 조정석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겨 비장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진지하고 묵직한 분위기 사이사이 웃음이 '빵' 터지는 틈을 만들겠다고요. [TF인터뷰後] 제목도 미리 구상했습니다. "'형' 조정석, '광대 웃음'(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활짝 웃는 표정) 발사한 이유는?"으로요.
결과부터 이실직고하자면 미션은 크게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광대 웃음용' 질문을 던졌는데 진지한 연기관이나 심도 깊은 내용이 답변으로 돌아오면 필자도 모르게 또 그 말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조정석의 팬들의 환호성 성대모사나 넘어지는 연기 재현, 어조와 발음에 따른 상욕 의미의 변화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질문으로 조정석이 무릎을 탁 치고 고개를 떨구며 웃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스로 '아재'(아저씨) 같았을 때?"라는 물음이었죠. 조정석과 동시에 그를 둘러싼 모든 취재진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작 조정석의 동공은 흔들렸습니다. 연기에 대해선 한없이 달변가였던 그가 말을 아주 조금 더듬었습니다. 해명(?)을 하다가 점점 더 격앙된 것 같은 건 순전히 필자 기분 탓이겠죠.
"아재, 참, 예. 어떻게, 제가 그러면(웃음) 어떻게 해요. 제가 그런가 보죠? 저는 아재라고 생각 안 하는데 (시무룩하게)주변 분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아재인가 봐요. (번뜩 결의에 찬 표정으로)난 '아재'이고 싶진 않아요. 아재 말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뭐예요? 그게 정확히? 어떤 것들이 아재 말투인가요? 뭐뭐 '했어용~' 이런 거예요? '셀피' 몰랐던 것? 트위터나 카페를 다시 봐야겠네요. 뭐라고 썼길래…."
앞에 앉은 선배기자가 "1980년대 좋아하잖아요. 올드한 것에 대한"이라고 넌지시 거들었습니다.
"올드한 감성이 좀 있죠. 저한테 그런 촌스러움이 있죠. 전 그 촌스러움을 사랑합니다. (DJ 같은 말투로)1980년대생인 것도 좋아하고요. 80년대생의 장점이라면 70년대 분위기를 언뜻 느낄 수 있으며 80년대를 정확히 알 수 있고 90년대 밀레니엄을 지나 2000년대 살며 중심에 있는 거잖아요."
선배기자는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아재' 느낌이 뭔지 알겠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취재진이 웃는 와중에 동의의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예…. 그러네요. 이런 게 아재인가 봐요(웃음). 제게 영향을 준 사람이 가족들인데 큰누나는 열아홉 살 많고 큰형은 열여섯 살 작은형은 열 살, 그러다 보니 그런 것들이 좀(웃음)."
조금 '아재스러우면' 어떤가요? '아재美'가 있는데 말이죠. 조정석이 사랑하는 촌스러움, 이미 우리가 모두 사, 사, 좋아하고 있잖아요.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