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아수라' 주지훈 "10년 뒤에도 설득력 있는 배우이고 싶다"
  • 권혁기 기자
  • 입력: 2016.10.03 05:00 / 수정: 2016.10.01 20:37
정말 너무 하고 싶은 영화였죠. 주지훈은 아수라를 통해 배우 인생에 있어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모두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말 너무 하고 싶은 영화였죠.' 주지훈은 '아수라'를 통해 배우 인생에 있어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모두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인생에 버킷리스트 이룬 주.지.훈.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주지훈(34)이 연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에서였다. 2년 뒤 '궁'을 통해 연기자로 발돋움한 주지훈은 '마왕', 영화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 '키친'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가 됐으며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모델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돈 주앙' '생명의 항해'에 '궁' OST '내 맘 속의 너'까지 다재다능한 끼를 숨기지 않은 주지훈이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제작 사나이픽처스)로 자신의 대표작을 수정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10년이 넘게 연예계에 종사하면서, 적어 놓지는 않았지만 '배우' 주지훈 나름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그 버킷리스트를 한 방에 이루어준 게 바로 '아수라'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많은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김성수 감독님과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주지훈은 이어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선배님들 호흡하고 싶은 마음과, 그리고 사나이픽처스 작품들을 좋아했기에 제작하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한 방에 해결됐다. '아수라' 출연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막내였다. 현장 분위기 메이커였다는 후문이다.

많이 웃겨 드렸다. 형님들께서 고단해 보이면 곁에 가서 농담도 많이 하고 했다. 베테랑 배우들이 고단해 보일 정도로 치열함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육체적, 감정적인 면 모두 그랬다. 거기서 오는 끈끈함도 있었다.

-특별히 영화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던데?

문선모라는 캐릭터는 다른 배역들과 대비가 확실해야 좋겠다는 생각을 해 감독님께 먼저 머리를 자르겠다고 했다. 김성수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감독님이라도 배우에게 머리를 자르라고 권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엄청 짧네?"라고 하셔서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너무 좋다"고 하셔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영화 초반 청자켓도 제꺼다. 요즘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속초 바닷가 가판대에서 몇만원 주고 산 청자켓을 입었다.

주지훈은 절친인 이광수를 언급하며 정말 연기잘하는 동생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지훈은 절친인 이광수를 언급하며 "정말 연기잘하는 동생"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자켓을 얘기했으니, 하는 말인데 모델 출신으로 수트 입은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수트는 진짜 알마니는 아니었다. 감독님이 얼마나 디테일하신지 정우성 형님 앞에서 "이거 알마니야"라고 하는 장면 전에 "지훈 씨. 우리가 재단한 옷이 진짜 알마니 같아?"라고 물어보실 정도다. "알마니스럽지 않으면 대사를 바꾸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알마니 같다"고 말씀 드렸다.(웃음) 다른 선배들도 감독님에 대해 리스펙트(존경) 하더라. 그래서 더욱 열정을 불태우셨던 것 같다.

-모델 중에 '주지훈같은 후배'가 나올 것 같나?

가능할까?(웃음) 운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저처럼 형들한테 편하게 대하는 후배들이 별로 없다. 본능적으로 수위를 알고 있다. '이 정도면 맞지 않겠구나'라는 것.(웃음) 감독님이 저한테 "너는 줄을 정말 잘 탄다"고 하셨을 정도다. 모델 중에는 이광수랑 정말 친하다. 모델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겠지만.(웃음) 광수의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디마프'를 보고 엄청 울었다. 나랑 친한 동생이 그런 연기를 보이니까 기분이 좋더라. 얼마전에 광수한테 전화해 "미쳤냐? 연기 너무 잘하는거 아냐?"라고 말했을 정도다.

-극 중 정우성과 제일 많이 호흡을 맞췄다. 서로 욕도 많이 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우성 형님과 구강액션(웃음)이 좀 있다. 어떻게 보면 문선모는 한도경(정우성 분)한테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분명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행동들인데, 그게 '내 일'이니까 열이 받았고, 그래도 뭐라 할 수 없는 그런 미묘한 것들이 쌓여 서로를 건드린 것 같다. 그런 디테일이 김성수 감독님의 매력이라고 본다. 그런 디테일을 배우들이 따라갔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감독님에 대한 무한신뢰가 느껴진다.

실제로 우리 아버지랑 한 살 차이다. 제가 독대를 요청하면 귀기울여 들어주신다. 그렇다고 제 아이디어를 다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존중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 어떤 배우가 뛰어들지 않을 수 있을까?

19금 영화만 연속? 우연일뿐. 좋은 친구들과 간신에 이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 돌아온 주지훈은 우연일뿐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금 영화만 연속? 우연일뿐.' '좋은 친구들'과 '간신'에 이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 돌아온 주지훈은 "우연일뿐"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좋은 친구들' '간신'에 이어 이번에도 19금 영화다.

꼭 청불 영화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아름답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청불'이 나온 적도 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누아르를 좋아한다. 그 중 케이퍼 무비(다수의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한탕을 계획하는 강탈 장르. 또는 하이스트 무비)는 활성화되는 게 좋은 것 같다. 관객으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다. 관객이 좋아해주시기 때문에 많이 나오는 것일텐데, 그럼 배우들이 다양한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진다는 의미인 것 같다.

-'아수라'에서 해보고 싶은 다른 캐릭터가 있다면?

처음부터 선모가 하고 싶었다. 대본을 봐도 연령대가 딱 저다. 한도경은 40대가 돼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욕심을 낸다고 할 수 없는 역할이다. 배우는 마흔부터라고 하는데 아직 스타트라인에 서보지도 못했다. 나이가 상관이 없다면 박성배나 김차인을 해보고 싶다. 말단 부하를 해봤으니 보스를 해보고 싶다.(웃음)

-멜로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나도 말랑말랑한 멜로를 하고 싶다. 지금 촬영 중인 '신과 함께'에 김향기가 나오는데, 향기가 성년이 됐을 때 향기의 삼촌 역할을 해보고 싶다. 향기가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면 조언해주는 삼촌?(웃음)

-데뷔한지 10년이 넘었다. 10년 뒤 주지훈은 어떤 배우이고 싶나?

설득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10년이 훨씬 지나 더 많은 나이가 돼도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

'아수라'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이 안남시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계속 악에 노출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은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이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하고,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분)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면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러닝타임 132분으로 오는 28일 개봉된다. 청소년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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