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이 슌지 감독의 12년 만의 실사 영화
[더팩트ㅣ강수지 인턴기자] 주인공 나나미(쿠로키 하루 분)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래닛' 속 세상이 자신의 전부였다. 매사 주눅 들어 있고 행동이 시원치 못한 나나미는 중학교 선생님이지만 소심한 성격에 학생들에게까지 놀림당하기 일쑤다. 성격이 급한 관객이라면 그의 행동에 답답한 마음을 참기 힘들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의 눈빛에 외로움이 묻어나 측은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나나미는 '플래닛' 공간에서만큼은 제 생각을 시원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결혼까지도 '플래닛'에서 만난 남자와 하게 되지만 남편이 된 그 사람에게 가족사부터, 결혼식 하객까지 거짓말을 잔뜩 늘어놓게 되고 결국 이혼을 맞는다.

결혼 후 선생님도 그만 둔 터라 빈털터리가 돼버린 나나미는 '플래닛'에서 알게된 프로 서비스맨 아무로(아야노 고 분)에게 서서히 의지하게 된다. 나나미가 부르면 언제라도 나타나 호의를 베푸는 그에게 나나미는 숙소부터 일자리까지 도움을 받게 되고, 그가 소개해준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성인물 배우인 마시로(코코 분)를 만나 친구가 된다.
관객은 나나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플래닛'으로부터 파생된 것 대부분이 거짓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게 된다. 친절한 듯해도 속은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 아무로는 극에서 줄곧 나나미를 돕는 듯하지만, 영화 끝에 다다르면 그의 이면에 엄청난 계획이 숨어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보는 이에게 배신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마치 '대나무숲' 같았던 '플래닛'은 어느 순간 나나미의 삶에 깊게 관여하게 됐다. 어리숙한 나나미는 일어나는 상황들이 조금은 당황스러워도 큰 의심없이 그 상황을 마주하는 듯 보였다. 관객은 나나미에게 일어나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어려운 상황들, 그의 불안, 그가 결국 현실에서 안정을 찾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면서 어렴풋이 자신의 행복은 어느 곳을 지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스토리에서 일본 사회의 지금을, 영상에서는 일본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자연광과 6K 고화질 촬영을 활용해 나나미의 일상을 자연스럽고 감성적으로 그려냈다. 또 4년여에 걸친 작업 기간을 반증하기라도 하는 듯 작품은 감독의 고민과 감수성을 섬세하게 담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국내 관객들에게 '러브레터'로 사랑받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 이후 12년 만의 실사 영화다. 영화는 28일 개봉됐으며 15세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국내 개봉 버전 119분, 감독 스페셜 에디션(일본 개봉 버전) 17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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