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배우 김기두, 인생의 꽃길은 지금부터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19년 동안 연기를 위해 살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인생작'이라 칭할만한 드라마를 만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품에 안았다. 생에 첫 시상식 참석과 수상은 덤이다. 가시밭길 같던 인생이 꽃길로 바뀌기 시작했다.
배우 김기두는 최근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항상 박도경(에릭 분)의 뒤에서 미어캣처럼 얼굴을 쭉 빼고 한 마디씩을 던지던 기태로 활약했다. 나란히 서 있던 음향 담당 폴리팀의 리더는 극에서도, 현실에서도 단연 김기두였다. 김기두에게 '또 오해영'은 그에게 말그대로 인생작이었고,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또다른 의미의 인생작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인생작이에요. 드라마 갓 종영했을 땐 몰랐는데 포상휴가까지 다녀오고 나니 슬퍼지더라고요. 여러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애착이 가고 사람이 보고 싶고 그런 건 처음이었어요."
김기두가 말하길 폴리팀은 부담이 있는 팀이었다. 그래서 그의 걱정은 '폴리팀이 드라마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폴리팀은 큰 활약을 했다. 특히 김기두는 마지막 박도경과 오해영(서현진 분)의 결혼식 신에서 사회까지 봤다.
폴리팀이 살 수 있었던 건 김기두가 대본에 빼곡하게 적은 장면 분석과 그를 믿는 감독님이 있어서 가능했다. 또 에릭의 한 마디도 그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김기두는 "첫 촬영 후 에릭과 맥주를 한잔 하는데, 기태를 밀어줘야 폴리팀이 살 거라고 해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미어캣이라는 수식어 역시 에릭이 지어준 별명이다. '김기두=미어캣'이라는 공식이 생기자 한 동물원의 SNS에는 미어캣의 사진과 함께 '내가 진짜 미어캣인데 나보다 더 인기 있는 김기두'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이에 김기두는 "미어캣 홍보대사를 하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김기두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SNS를 활발하게 운영했다. 특히 서현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시작으로 허정민과 마무리 지은 '가시밭길 시리즈'는 온라인상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가시밭길 시리즈에 대해 "서현진과 우연히 찍은 건데 큰 호응을 얻었다. 에릭이 시리즈의 광팬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SNS로 큰 주목을 받아 놀란 건 가시밭길 시리즈 때문이 아니었다. 우연히 에릭과 서현진의 열애설이 불거지기 전 SNS에 서현진을 '형수님'이라고 칭하는 글을 올렸고, 열애설과 동시에 이는 논란을 불렀다.
김기두는 두 사람의 열애설 이야기에 돌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 때문에 괜히 더 피해가 간 것 같아서 미안했다. 나뿐만 아니라 폴리팀 모두가 써왔던 말"이라며 "진짜 사귄다면 그랬겠냐"고 반문했다. 김기두에게는 에릭과 서현진에 미안함이 가득했다.
에릭과 서현진의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 '또 오해영' 팀은 포상 휴가로 푸켓으로 떠나있었다. 당시 분위기가 궁금해 이에 대해 묻자 김기두는 "우리도 분위기상 아닌 걸 아니까 놀렸다"며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그는 "서현진에게는 '에릭 형과 사귄다며? 난 괜찮아. 흔들리지 않아'라고 했고, 에릭에게도 '형, 현진이랑 사귄다면서요?'라면서 놀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오해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김기두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20대의 절반은 신대방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살았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돈가스 가게와 호프 서빙부터 전단 배부, 타이어체인을 가는 것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김기두는 지금의 서른다섯까지 꾸준히 연기를 위해 살아왔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힘들었다. 그런 그를 지켜봐 준 건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이 부족하게 준 거에 미안함을 갖고 계셨거든요. 항상 '너만 잘 되면 돼'라고 말씀하셨는데, 20년 동안 저를 기다려주셨어요.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또 오해영'이 참 고마워요."
힘든 시간이 길었던 만큼 행복도 연달아 찾아왔다. '또 오해영'으로 대박을 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지난달 22일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을 품에 안았다. 그는 딸을 '복덩이'라고 불렀다. 김기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게 이렇게 기쁜지 몰랐다"며 딸을 향해 "아빠가 그동안 일이 많지 않았어. 이제 아빠가 조금 바빠질 것 같아. 돈 많이 벌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득녀로 행복의 정점을 찍었지만 끝은 아니었다. 바로 하루 뒤 김기두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2016 서귀포 신스틸러 페스티벌에서 신스틸러상을 받았다. 배우로서 받는 첫 상이었다. 수상 당시 김기두는 '또 오해영'과 자신에게 와준 딸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기두는 행복의 시작이었던 기태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가끔은 내가 너인 것 같고 네가 나인 듯, 헷갈리는 존재 기태야. 짧으면 짧은 석 달 동안, 너무 행복하고 좋았던 것 같다. 널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너에게 이제 안녕이라 말할게. 잘 지내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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