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레는) Re(플) : 박신혜도 같이 직진하니 재미있음(youn****)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복수극도 아닌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토록 단호한 여자 주인공을 본 적이 있던가.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의 박신혜 사전에 '어장관리'(마치 사귈 것처럼 행동하면서 주변 이성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태도)는 없다. 흔히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 속에서 갈팡질팡하며 본의 아니게 밉상이 되는 여자 주인공의 전형을 보란 듯이 뿌리쳤다.
'닥터스'는 지난달 20일 첫 방송 후 월화극 시청률 1위를 달리며 2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부작 편성에서 10회차를 넘어선 시점으로 위기와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달콤한 로맨스가 점점 더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유혜정(박신혜 분)은 설레는 러브 라인을 이끌면서도 시원시원한 '단호박'(단호한 성격을 재치 있게 풀어낸 말)을 건네며 환호를 자아낸다.
종종 드라마에서 털털한 여자 캐릭터들이 걸크러시(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를 일으키며 지지를 얻곤 했지만 대부분 주변 인물에 그쳤다. 여자 주인공이 걸크러시 조건을 갖추기엔 장벽이 많다. 삼각관계 또는 사각관계가 이어지도록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편단심 사랑을 퍼붓는 남자 주인공은 있어도 과감하게 '직진 로맨스'를 보여주는 여자 주인공은 흔하지 않은 이유다.

물론 처음부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예쁘고 행복하게 사랑하는 것만 보여준다면 그것 또한 시청자 마음을 쥐락펴락할 수 없다. 하지만 간혹 여자 주인공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기도, 공감을 얻지 못하기도 했다. '닥터스'의 유혜정은 다르다. 애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박신혜도 같이 직진하니 재밌다"는 댓글이 애청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지난 19일 방송된 '닥터스'에서 유혜정은 정윤도(윤균상 분)의 고백을 단칼에 거절했다. 정윤도가 다가올 때마다 단답형 대답과 무심한 눈빛을 유지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면서 "꼭 사랑을 해야 한다면 그 한 사람은 홍지홍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직설화법은 유혜정만의 '단호박' 캐릭터를 여실히 느끼게 했다. 상대방이 헷갈릴 만한 여지를 1%도 남기지 않은 확실한 태도였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홍지홍에게도 강인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유혜정은 자신 몰래 할머니 말순(김영애 분)의 수술을 기록한 김치현 과장과 만난 홍지홍에게 화를 냈다. 홍지홍의 진심을 알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걱정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 것에 서운한 마음을 표출한 것이다. 유혜정은 "민폐사랑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남자 주인공에게 "내게도 의지해라"면서 오히려 화를 내는 여자 주인공은 시청자 눈길을 잡기 충분했다.

유혜정의 일관된 '단호박' 캐릭터는 이와 상반된 여성성이나 인간미가 나올 때 더욱 극적인 효과를 안긴다. 홍지홍으로 인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점차 온기를 회복해나가고, 연애세포가 깨어난 후에는 재지 않고 뻑뻑한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 반전 그 자체가 된다.
이러한 변화를 설렘으로 온전히 전달하는 건 당연히 배우 박신혜의 연기력 덕분이다. 솔직하고 당차다가도 순간 홍지홍에게 '심쿵'하며 흔들리는 눈빛이나 먼저 손을 내밀며 용기를 내는 심리 변화가 박신혜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일각에서는 '닥터스'의 단순한 선악 구도와 뻔한 전개에 불평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청자들은 배우들을 보는 맛에 '닥터스'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다. 이러니 유혜정을 만났다 하면 모두 반해버리고 마는 남자 주인공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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