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변신, 많이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유승호(22)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잘 자란 아역 배우'라는 것이다. 스캔들 한 번 없는 이력 역시 유승호를 빛나게 하는 것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모 명문대에서 특례 입학을 제안했지만 거절하고 현역 자원 입대, 그 힘들다는 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조교생활을 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유승호는 지난 2000년 MBC '가시고기'로 연기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데뷔 16년차다. 베테랑 배우로 평가받는 유승호를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나 다음달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 제작 엠픽처스·SNK픽처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살아가는 얘기를 나눴다.
유승호는 "편하게 와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목표였다. 다행히 일반 시사회 참석자들이 웃음 포인트에서 같이 웃어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가 잘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코믹과 거리가 있어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죠. 전작도 사극이라 '이걸 해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책(시나리오)을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기존에 알던 김선달이 아저씨스러운 게 있었다면 이번에는 젊고 섹시한 사기꾼을 만들자고 감독님이 그러셨죠. '캐치 미 이프 유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요."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에서 천재적 지략과 당대 최고의 뻔뻔함으로 무장한, 두둑한 배포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희대의 천재 사기꾼 김선달 역을 맡았다.
'봉이 김선달' 출연진 중 유승호가 가장 어렸다. 경력으로 따지자면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 데뷔한 라미란보다 선배다. '봉이 김선달'로 스크린 첫 발을 내딛은 시우민(본명 김민석)보다 세 살이 어리다.
"어리지만 김선달 사기패를 이끌어가는 입장이다보니 늘 부담이 됐어요. 주연을 맡으면 항상 부담감이 생기는데, 그래도 편하게 찍을 수 있었던 게 고창석 선배님과 라미란 선배님 민석이(시우민) 형 덕분에 항상 즐겁고 유쾌했어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아도 넷이 모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 이번에 쇼케이스 때문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좋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싶었죠."
고창석을 처음 만난 2009년 영화 '부산'에서 였다. 역할 상 고창석에게 맞는 연기가 많았던 유승호는 "저도 어렸지만 고창석 선배님이 수염에 덩치도 좋으시다보니 무섭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이번에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어쩔 때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라미란 선배님 역시 항상 편하게 대해주시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첫 대본 리딩 때, 늘 만나던 사람처럼 갑자기 안아 주셨다. 나중에는 내가 먼저 안아 드렸다"고 회상했다. 시우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엑소는 다 만능이죠.(웃음) 민석이 형이 그렇게 밝을 줄 몰랐어요.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떠올렸는데, 밝은 에너지가 베이스로 깔려 있는 형이었어요. 견이 역할이 민석이 형 그대로였죠. 형 덕분에 제가 형 연기를 잘할 수 있었어요. 정말 든든했죠."

평소 바른 이미지가 강한 유승호라, 김선달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김선달의 성격이 부럽다. 나는 정받대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롭게 일하고 싶은데 사실 말도 잘 못한 편이다. 이번에 김선달을 연기하면서 '이런 성격이었다면 어땠을까? 더 연기를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심 이러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데뷔 16년 차, 연기에 대해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할줄 알았던 유승호의 대답이라 의외였다. "즐겁게 일하지는 못하겠다"는 유승호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걱정부터 앞서는 편이다. 즐기면서 하면 더 결과가 좋을 것 같다. 마음이 그렇게 안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무궁무진한 유승호에게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을까? 그는 '검사외전' 강동원을 꼽았다. 유승호는 "외모부터 비교가 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가볍게 연기하지만 정말 멋있게 나오는 그런 연기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해보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지 변신을 갈망했다.

"많이 고민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죠. 그러다 요즘에는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했어요. 굳이 저한테 있는 이미지를 깨려고 하지 말자고요. 제 나이에 어른 흉내를 내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요. 40대가 되면 어린 모습을 연기하지도 못할 것 같고요. 단, 교복 역할은 좀 그래요. 어린 역이 싫어요. 교복도 청소년의 상징적인 물건 중 하나라 좀 그렇고요."
한창 피끓는 연애를 할 나이인 유승호에게 이상형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연예계에서 일을 하면서 이성이란 존재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문제가 될 것들은 만들지 말자는 주의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이성에 대한 벽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상형은 거짓말 하지 않고 어른들한테 예의 바른 여자다. 엄청 예쁜 외모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매력 있게 생기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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