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순정' 박용우,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죠
  • 김경민 기자
  • 입력: 2016.02.26 05:00 / 수정: 2016.02.25 17:16
박용우, 순정으로 떠오른 성장기. 배우 박용우에게 과거의 의미란 성장이다. /이새롬 기자
박용우, '순정'으로 떠오른 성장기. 배우 박용우에게 과거의 의미란 성장이다. /이새롬 기자

박용우, 돌아보는 여유를 가진 '순정'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OST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랫말 일부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아쉽고 그래서 아련하고 아름답게 남는다. 영화 '순정'은 지난 추억에서 비롯되는 여러 감성을 담고 있다.

배우 박용우는 '순정' 속 시간 여행의 시작을 맡은 라디오의 DJ, 성인 범실 역을 맡았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는 구성에서 과거 에피소드로 만들어지는 감정을 현재로 끌고 오는 메신저다. 메마른 현실에 권태를 느끼며 살아가는 범실은 라디오 녹음실 안에서 편지 한 통으로 23년 전 과거의 추억을 되짚는다. 그 시간 안에는 애틋한 첫사랑도 다섯 친구의 우정도 녹아 있다.

하지만 박용우는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는 현재의 성장이라고 꼽는다. 그의 말 한마디로 '순정'은 흔한 멜로물에서 볼 수 있는 첫사랑 이야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순정'의 범실처럼 박용우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가 '순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팩트>가 살짝 들어봤다.

박용우, 상처받지 않는 후회. 박용우는 후회도 하나의 성장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박용우, 상처받지 않는 후회. 박용우는 후회도 하나의 성장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영화 '순정'을 보면서 출연 배우로서 감회는요?

시나리오가 영화로 잘 나왔어요. 내용은 과거 회상이지만 키워드가 추억일 뿐이지 주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거든요. 원래 계획한 주제 의식을 잘 지켜냈죠.

사람들은 과거를 떠올릴 때 후회나 자랑을 해요. 저도 한때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과거가 성장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거예요. '순정'을 통해 추억하면서 후회나 자만이 아닌 성장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더 쉽게 말하면 과거를 최대한 두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프더라도 느끼면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 과거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서 두려운 느낌인데 과거로 현재를 바꾸려는 시도는 꽤 도전적이네요.

후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막지만 않으면 돼요. 의도는 그게 아니었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도 돌발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후회할 일이 됐다고 해도 결과가 그럴 줄 누가 알았겠어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한숨으로 느껴지면 한숨으로 느끼는 거죠. 그렇다면 현실에 비춰서 질문거리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후회만 하는 게 아니라 왜 그 때 그런 생각과 선택을 했는지,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게 떠오를 거예요.

박용우의 사랑 예찬. 박용우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박용우의 사랑 예찬. 박용우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성인 범실이 라디오 녹음실 안에서 과거 일을 생각하면서 오열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우는 장면에서 후회의 눈물만은 아니에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과거가 있기에 고맙다는 생각, 후련하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한 거죠. 눈물도 어두운 단적인 감정이 아니라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일 수 있어요.

-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로움을 타고났다고 했는데 여러모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 보여요.

타고난 외로움? 멋있어 보이려는 객기였죠(웃음). 물론 지금도 외롭지만 안 외로운 사람이 있나요. 모자라니까 채워야죠. 화학적인 부분으로 술담배를 이야기할 수 있고 물질적인 부분은 친구나 애인이나 아이일 수도 있고요. 다양하게 의지하려고 하죠. 대신 보상심리가 본질은 아니에요. 사람은 그냥 사랑을 해야 해요. 의지해서는 안돼요.

박용우의 회상. 박용우는 20년 전 상처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간을 떠올렸다. /이새롬 기자
박용우의 회상. 박용우는 20년 전 상처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간을 떠올렸다. /이새롬 기자

- '순정'처럼 20여 년 전과 지금을 교차한다면 어떤가요.

데뷔 초나 지금이나 '순정스러운' 마음이 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땐 그게 어떤 감정인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어떻게 추스리고 다스려야 하는지 알고 있죠. 그땐 온전히 상처를 받고 카운트펀치를 맞았다면 이젠 맞아도 좀 웃을 수 있고 피할 수 있게 된 거죠. 아픈 데 또 맞으면 얼마나 아파요. 좌절할 수는 있는데 포기할까 봐 두려웠어요. 그럼 정말 놔버리는 거잖아요. 다행히 그렇진 않았죠. 불안한 건 똑같지만 인정하는 단계에 온 거죠.

- 20년 후 현재를 회상한다면 어떨까요.

한 2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섹시해졌으면 좋겠다' '몸매가 예뻐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말 섹시해졌어요. 복근에 관심은 없지만(웃음). 내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절제하고 싶어요. 그러면 주변 사람도 더 믿음이 가겠죠.

배우로서 훨씬 현실적인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부담감이 아니라 대단히 보람 있는 일이에요. 배우로서 본연의 책임감이나 작품 속 역할로 사람들을 얼마큼 변화할 수 있는지요. 연기 잘하는 배우라기보다는 '배우 박용우'로 통일됐으면 좋겠어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배우 박용우 나왔네'로 기대와 설렘을 줄 수 있는 배우요.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