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승리는 왜 신은성에게 사기 당했을까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25·본명 이승현)가 약 20억 원을 사기 당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최근 나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검에 가수 신은성(33·본명 정나라)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승리는 신은성에게 부동산 투자와 관련 법인 출자금 명목으로 20억 5000만 원을 건넸으나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신은성은 잠적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승리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고 한다.
승리는 왜 신은성을 믿고 부동산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됐으며 사기는 왜 당했을까. 또 사기 사건과 관련해 승리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더팩트>가 그 내막을 체크해 봤다.

√ FACT 체크1. 20억 5000만 원, 어떻게 왜 건네졌나
평범한 직장인들은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20억 5000만 원이란 금액. 얼마나 확신을 가진 사업이었기에 거액의 투자를 결심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했는지가 궁금하다. 취재 결과 이 돈은 한 번에 전달된 게 아니었다. 승리는 두 차례에 걸쳐 신은성에게 해당 금액을 건넸다.
처음은 지난해 6월이었다. 승리는 이때 신은성에게 부산 기장군 부동산 분양사업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연예인이란 직업의 속성상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다"는 말에 그만 혹했다. 평소 잘 알던 동료연예인이라서 믿었고, 투자를 결정한 뒤엔 주저없이 20억 원을 지급했다.
두 번째 피해는 같은해 8월 발생했다. 역시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는 동료라는 믿음이 화근이었다. 신은성은 승리에게 부동산 투자 법인 출자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추가적으로 요구했고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거액의 돈을 투자했지만 돌아온 건 없었다. 승리는 이후 신은성으로부터 사업 진행 사항을 전해 듣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투자를 권유한 신은성과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1년 여를 기다린 그는 끝내 신은성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해당 부동산 사업이 실제 착수됐는지다. 잠적한 신은성이 나타나면 투자와 관련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작심하고 꼭꼭 숨었다. 사기를 목적으로 했는지 아니면 도중에 일이 틀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은성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이 부분에 많은 이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 FACT체크 2. 승리가 가수 신은성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참 그럴듯했다. 기업체 대졸 신입사업 초임 평균 연봉을 약 3000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무려 66명의 연봉에 해당하는 돈 20억 5000만 원을 선뜻 건넬 수 있을 만큼 신은성은 승리에게 높은 신뢰를 안겼던 인물이다.
<더팩트> 취재 결과 두 사람은 부동산 투자 이야기가 오고가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신은성은 이를 이용해 큰 부담감 없이 투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친한 누나'가 권유하는 수익률 높은 투자 이야기는 승리에게 의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다가왔을 공산이 크다.
신은성이 한 연예기획사의 대표라는 점도 신뢰를 안기는 데 큰 몫을 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연예인이자 어엿한 사업가인 신은성의 신분은 그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이어졌고, 한 번 신뢰가 쌓이자 투자가 진행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신은성이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 소속된 곳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승리에게 믿음을 주는 요인이 됐다. 유명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 여럿이 이 매니지먼트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 역시 승리가 신은성에게 넘어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ACT체크 3. 승리가 안타깝게 놓쳤던 것
"대표님을 본 적이 없다."
<더팩트>는 7일 취재 끝에 어렵게 신은성이 운영했던 C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던 한 직원과 전화 연결을 할 수 있었다. 신은성과 관련된 여러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아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전부었다. 그는 "내가 기획사에서 일하는 동안 대표인 신은성을 본 적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신은성이 가지고 있던 연예 매니지먼트 대표라는 타이틀이 허울 좋은 감투에 불과했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더팩트> 확인 결과 이 연예기획사는 자체 수익이 거의 없었으며 가수들에 대한 지원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기획사는 지난해 말 폐업했으며 1월 현재 전속계약부존재확인·임대료·퇴직금 등 여러 소송에 휘말려 있다.
만약 승리가 신은성의 평소 행실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20억 5000만 원이란 큰 돈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FACT 체크4. 승리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향후 대응 방안
비록 개인적인 일이지만 소속사 역시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승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 승리가 개인적으로 고소를 했지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소속사 차원에서 공동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뜻밖의 사기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을 아티스트를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승리는 변함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소속 그룹 빅뱅으로 활발히 활동한 그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일본 오사카에서 빅뱅 월드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그는 신은성을 고소한 뒤인 지난해 12월 31일에도 동료 연예인들과 연탄 배달 봉사를 하는 등 개인적인 악재와 활동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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