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강일홍 기자] 장윤정은 16년 전인 1999년 강변가요제에 출전해 댄스곡 '내 안의 넌'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영신여고에 재학중이던 때여서 곧바로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가수로 활동하는데 더없이 화려한 스펙을 쌓은 셈이다. 그런데 웬걸, 그게 다였다. 가수로 빛을 보기는 커녕 한때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재연배우로 출연해야 했을 만큼 누구도 그를 거들떠 보지 않았다.
2003년 '어머나'를 발표하기까지 장윤정에 대한 일화는 너무나 많다. 장윤정이 불러 '20대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어머나'는 원래 계은숙이 부르기로 돼 있던 노래다. 하지만 계은숙이 퇴짜를 놓자 주현미에게 갔고, 주현미 역시 데모테이프를 들어본 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부분의 노랫말이 어색하다며 거절했다. 이후 이 노래는 김혜연을 거쳐 송대관 등 5명에게 더 퇴짜를 맞은 뒤에야 무명의 20대 가수 장윤정이 받았다. 장윤정 역시 이미 권유받은 '어머나'를 부르기로 해놓고 속상해서 사흘간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인기를 가질 수는 없잖아요. 저 역시 무명시절은 있었고 누구보다 혹독했죠. 어느 순간부터 인기 가수로, 방송 MC로 저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그런 팬들에 대한 보답은 흠집 없는 가수, 초심을 잃지 않는 착하고 예쁜 국민가수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이겠죠."
필자가 장윤정을 처음 만난 것은 '어머나' 열풍 이후,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를 기록하면서 정점을 달릴 때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절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은 매우 신선하게 와닿았다. 물론 언론과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의례적인 수사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투영된 이미지가 반복되고 쌓여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최정상급 가수로 군림할 수 있었다.

◆ 장윤정 디너쇼, "이 판국에 효(孝) 콘서트라니, 이건 너무 안 어울려" 지적
장윤정은 지난해 5월 7일과 8일 서울 여의도동 63시티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2015 장윤정 어버이날 효(孝) 디너쇼'란 타이틀로 무대에 올랐다. '어머나'를 비롯해 '꽃', '첫사랑', '올레', '어부바', '장윤정 트위스트', '초혼', '사랑아' 등 자신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을 불렀다. 오랜 MC로 다져진 톡톡 튀는 입담에 화려한 쇼맨십까지 무대 위의 장윤정은 그야말로 반짝 반짝 빛이 났다.
하지만 가요계와 공연계의 시선은 싸늘했고, 뭔가 개운찮은 '뒷맛'을 언급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부 공연기획자들은 드러내놓고 "아니, 효(孝) 콘서트라니, 아무리 어버이날 콘셉트라도 이건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한마디씩 던졌다. 빛이 바랜 것은 다름아닌 친정어머니 육흥복 씨와의 오랜 갈등 때문이다. 2013년 결혼을 앞두고 시작된 골육간 감정대립은 법정분쟁으로 번져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돈의 행방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 해괴한 싸움은 장윤정이 남동생 장경영을 상대로 "빌려간 3억2000만원을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지난해 하반기 어머니 육씨가 무려 7차례나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 폭로로 다시 촉발됐다. 처음엔 장윤정에 보낸 무한 사랑만큼이나 동정어린 시선을 던지던 사람들도 끝없이 이어지는 이 진흙탕 싸움에 진저리를 쳤다.

◆ 책임있는 대중 스타라면 자숙 필요 vs 검증안된 무차별 폭로라서 무시
"스타 가족들이라고 보통 사람과 다를 게 뭐 있겠어요.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지요. 도대체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냥 호기심어린 가십거리로 바라보기조차 민망한 얘기들이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장윤정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아직 싫다고 말할 정도는 아닌데 제 주변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이에요. TV에서도 이제 그만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요. 이중적이고 가식으로 비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필자의 지인 가운데 한 명이 한 이 말은 시청자는 물론 장윤정의 열성팬들조차도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은 결국 불편하다는 얘기다. 방송사에는 대중스타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을 때 일정기간 출연을 제제하는 수단이 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란 것인데 적어도 법적 기준이나 법적 잣대로만 보면 장윤정은 자유롭다. 오히려 모친이 주장하고 있는 검증되지 않은 '무차별 폭로 시리즈' 때문에 장윤정은 울고싶은 심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장윤정에게는 문제가 없을까. 모든 일은 법이 알아서 따져줄테니 상관할 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개인 생활이라도 방송계에 지켜야할 금도는 있다. 인기가수 장윤정이 반드시 알아야하고 명심할 부분이다.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대중을 어루만져주기는커녕 불미스런 가족사로 되레 상처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가족을 껴안지 못한다는 점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중 스타라면 대중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인기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연예인들은 자신을 향한 팬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당사자인 본인이 가장 먼저 감지하게 마련이다. 잡았다 싶으면 거품처럼 사라지는 속성 때문인데, 정상에 섰던 스타들이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 장윤정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대중 스타라고 자부한다면 꼭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야 거취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모두 내려놓고 자숙하면 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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