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콘서트' 예전만큼 유쾌한 웃음 줄 수 있을까
[더팩트 | 김민지 기자] 20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최근 3개월 동안 방송된 방영분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끌었다. 동창회 특집으로 꾸며져 과거 프로그램에서 사랑받았던 레전드(전설적인 존재를 뜻하는 말)가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전 회보다 무려 2.7%포인트나 상승한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방증한다.
'개콘' 레전드들은 프로그램에 짧게 등장했음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달인 김병만은 말없이 몸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만으로 웃음을 줬고 김준현은 처음 나오는 코너 '진지록'에 원래 출연진인 것처럼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김지민과 신보라는 인기 코너 '뿜엔터테인먼트'의 유행어로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이들보다 더 예전에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경미 윤형빈 박휘순 안상태 신봉선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선·후배 개그맨이 코너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그 어느 때보다 차진 '케미'를 보였다. 출연진의 '찰떡 호흡'이 프로그램의 재미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재미있게 개콘을 봤다' '김지민 신보라 정말 반갑더라' '동창회 특집에 예전 개그맨들 많이 나와서 좋았다' 등 의견을 남기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개콘' 동창회 특집은 최근 방영분 가운데 가장 많은 웃음을 줬다. 레전드들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재치로 그들이 왜 레전드로 꼽히는지를 증명해냈다. 김병만의 슬랩스틱과 변기수의 능청스러운 연기, 허경환의 유행어가 담긴 방송을 보며 끊임없이 웃다가 문득 '왜 요즘에는 개콘을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금의 '개콘'은 과거에 비해 내실과 명성이 모두 부실해진 상태다. 과거 기발한 콘텐츠로 승부를 봤던 '개콘'은 이제 진부하고 지루한 개그로 순간 휘발성 웃음을 주기 급급하다. 개그맨들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 새로운 코너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외모 비하 개그나 말장난 식의 개그에서 벗어난, 재치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개콘' 동창회 특집을 보며 마냥 웃을 수 만도 없다. 이 특집이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재미있다고 칭송받는 것은 그만큼 최근 방송이 재미없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2주 뒤 레전드들 없이 방송을 하면 이번만큼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을 수 있을까. 아마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동창회 특집의 성공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는 이유다.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초인 '개콘'은 지난 1999년부터 16년 동안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시간대 변경을 한 적은 있지만 방송이 쉰 적은 없었고 한 때는 KBS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의 자존심'같은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출연진과 제작진은 '개콘'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부심과 자만심은 다르다. 프로그램의 이름값에 기대 코너 개발을 게을리하거나 개그에 열정을 쏟지 않는다면 '개콘'이라는 배는 점점 침몰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의 '개콘'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동창회 특집은 아직 시청자들이 '개콘'이 주는 웃음과 재미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이를 상기하고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레전드들이 노력 없이 프로그램의 황금기를 누렸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breeze52@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