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강일홍 기자] "올 연말에는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그동안 뿌려놓은 씨가 싹이 튼 모양인지 저를 찾는 해외교민들이 해마다 늘어가는 느낌이에요. 그러니 국내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먼저 달려가야죠. 하하."
개그맨 엄용수(62)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는 최근 잇달아 미국 교민들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미국 시카고 중서부 한인회를 비롯해 뉴욕 충청향우회, 보스톤 한인회가 그를 불렀다. 모두 교민회 자체 행사에서 MC 겸 원맨쇼가 보고 싶어서라고 한다.
엄용수는 "십여년 전만 해도 해외 교포 행사가 많아 가수와 개그맨 등 국내 연예인 섭외가 빗발을 쳤다"면서 "최근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거의 대부분 축소되거나 연예인 섭외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그맨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엄용수만은 매년 교포행사를 뛴다. 규모를 줄이더라도 가수 1~2명과 MC로 반드시 그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 교민행사에 다녀왔고, 지난 11월 둘째주에는 뉴욕 동부지역 교민 민속대잔치 MC를 맡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12월 둘째주부터 셋째주까지 3곳 스케줄을 한데 묶어서 다녀올 생각입니다. 사실은 국내 연말 스케줄 때문에 조율하는데도 만만치가 않아요. 특히 시카고의 경우 눈이 많이 오면 공항이 폐쇄돼 장기간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까지 있어요. 그래도 저를 불러준 성의를 생각해 모든 댓가를 감수하고라도 갈 생각입니다."
엄용수는 대한민국 방송 코미디계의 신사로 불리는 젠틀맨이다. 유재석이나 신동엽처럼 대중적 인기는 높지 않지만, 모든 후배개그맨들로부터 존경받는데다 대선배들 또한 역량을 인정을 해주는 유일한 개그맨이다.
원로코미디언과 7080 개그맨, 그리고 개콘세대의 젊은 개그맨들을 두루 아우르는 유일한 소통의 끈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코미디협회를 수년간 자비로 이끌면서 이해관계를 떠난 화합형 단체로 만든 공로가 이를 입증한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그래서 유랑극단 출신 원로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은 '원조 개그맨'으로 평가받는다.
각종 행사나 이벤트에서 초대받는 연예인중에서도 신뢰도가 꽤 높다. 크고 작은 행사의 MC로 인기스타들 보다 자주 나서는데는 평소의 보여준 성실함과 근면함이 한몫을 했다. 절친 동료개그맨 이용식은 "엄용수 형은 한번 인연을 맺으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탄탄한 신뢰를 쌓는데 주력한다"면서 "그런 태도와 행동이 언젠가는 반드시 보은의 결과로 되돌아오는 것같다"고 말했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