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레는) Re(플) : 강동원과 결혼할 여자는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을 거야(taro****)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영화 '늑대의 유혹(2004·김태균 감독)'에서, 빗속을 뚫고 우산 안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의 슬로 모션 장면은 수많은 관객의 숨을 멎게 했다. 강동원(34)은 그렇게 묘한 첫 느낌으로 '너, 나,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이제 강동원이란 이름 석 자는 특정 팬덤을 넘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끄는 힘을 가졌다. 강동원에 관한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들을 보면 여성들은 '강동원 오빠 내 꺼'하며 서로 가지겠다는 욕망에서 해탈했고 그저 누구의 남자도 아닌 '공공재'로 남아달라는 소원을 빌고 있다. (물론 강동원은 이 상황에 "우리 어머니가 퍽 좋아하시겠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 막 한다'고 하시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말이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은 따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기 위한 것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강동원은 데뷔 13년 차에 아직도 손이 닿지 않는 별처럼 '신비주의'로 에워싸였다. 여자보다 더 예쁜 '꽃미남'의 원조, 시간이 비켜가는 외모, 하이힐이 잘 어울리는 메트로섹슈얼의 선구자로 전에 없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그만의 신비주의는 커져만 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강동원=신비주의' 등식은 틀리다. 신비할 정도로 멋진 외모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처럼 보였다면 그 오해 역시, 할 만하다. 그러나 강동원은 톱스타란 타이틀 아래 CF에서나 감질나게 얼굴을 비치는 이들과는 달리 꾸준한 다작 배우다. 한 작품이 개봉할 땐 또 한 작품을 준비하곤 했다.

그는 데뷔 이후 '그녀를 믿지 마세요' '매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M'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군도: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 그리고 개봉을 앞둔 '검은 사제들'까지 특정 장르나 캐릭터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갈래 길을 걸었다. 오히려 표면적으로 그의 외모와 가장 잘 어울릴 법한 로맨틱 코미디나 정통 로맨스보다 색깔 강한 장르물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이러한 작품들을 거치면서도 고정적인 이미지로 소모된 적이 없다는 것이 매번 신선한 '신비주의'로 다가갔을 수 있다.
반면 아쉽게도 필모그래피 안의 적지 않은 작품들이 관객의 뇌리에 각인되지 못했다. 강동원 하면 가늠하는 위상만큼, 또 그의 도전정신에 가시적인 보상이 될 만큼 결과가 따르지 못했다. 비현실적인 외모가 기대치를 높였다면, 반대로 현실적으로 거칠게 다가오는 연기 지적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에서는 비로소 흠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철부지 성격과 세상을 구원할 희생정신을 겸비한 최 부제 역으로 스크린을 누볐다. 전작에서는 또 다른 전작의 캐릭터가 어렴풋이 겹쳐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면 '검은 사제들' 속 최 부제는 오롯이 최 부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강동원의 이름과 함께 거론될 작품으로 꼽힐지 기대를 한몸에 받는 이유다.

강동원은 최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새 장르) 도전에 대한 갈망은 없지만 어떤 것이 성공했을 때 '그걸(또다시 그런 장르) 왜 찍나, 다른 걸 찍어야지'란 심리가 항상 작용한다"고 다양한 장르에 대한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진한 경상도 사나이 말투만큼 주관 역시 확고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이 시 한 수처럼 강동원도 자세히 보면 '꽃미남' '신비주의'와 같은 단어에 한정된 배우가 아니다. 배우로서 자신만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다른 향기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강동원에게 붙여줄 새로운 수식어는 화려하고 범접할 수 없는 느낌보다 어디에서나 활짝 피고 오래도록 볼 수 있는 '풀꽃 미남'이 어떨까. 뭐, 소녀 감성 듬뿍 담긴 시 구절에 '상남자' 강동원은 몸서리를 칠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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