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아역의 명암②] 홍예은 "이승환 MV 속 모습 아직 기억해줘 신기해"
입력: 2015.08.07 11:36 / 수정: 2015.08.07 11:36

아역 출신 배우 홍예은. 올해 스무살이 된 그는 그래도 푸르른 날에로 성인 연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효균 기자
아역 출신 배우 홍예은. 올해 스무살이 된 그는 '그래도 푸르른 날에'로 성인 연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효균 기자

배우 홍예은이 말하는 아역의 고충, 그리고 보람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요? 네,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아역으로 살아온 시간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했으니까요."

KBS2 아침드라마 '그래도 푸르른 날에'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아가씨 서혜영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홍예은(20)을 최근 <더팩트> 사옥에서 만났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어린 나이지만 벌써 그는 데뷔 11년 차다. 영화 '돌고래… 안녕'에서 시작된 필모그래피에는 이미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CF가 자리하고 있다.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코엑스에 엄마랑 같이 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명함을 주시면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 보라고 했죠. 그러면서 '돌고래… 안녕'이라는 단편 영화를 찍게 됐어요.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주인데요 그때 이대연 선생님과 호흡을 맞췄죠."

홍예은의 데뷔작은 돌고래… 안녕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배우 이대연과 부녀 호흡을 맞췄다. /영화 돌고래… 안녕 포스터
홍예은의 데뷔작은 '돌고래… 안녕'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배우 이대연과 부녀 호흡을 맞췄다. /영화 '돌고래… 안녕' 포스터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에 발을 디뎠으니 자연히 느낀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는 "그때는 이대연 선생님이 싫었다"며 웃었다.

"영화 촬영지가 어느 허름한 동네였어요. 어린 나이에 그런 분위기도 싫고, 밤새워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지금처럼 참고 견디고 그런 걸 못 하니까 엄마한테 짜증을 많이 냈죠. 영화에서 딸이 생선가게를 하는 아빠가 싫어서 짜증내고 퉁명스럽게 굴거든요. 아마 그때 제 연기가 진심이었을 거예요. 하하. 선생님도 그런 걸 다 느끼셨을 텐데 참고 받아주시면서 연기를 해주셨으니까 지금까지도 그런 게 참 감사하죠."

많은 아역들이 그렇듯 당시에는 홍예은 역시 엄마를 따라 현장에 가는 게 전부였다.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가 연기에 욕심을 느끼게 된 계기는 주변의 다른 아역 친구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렸을 때는 '난 꼭 연기자가 돼야겠어'라는 생각보다는 엄마 따라서 그냥 갔던 거예요. 그런데 그때 오디션장이나 현장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한 명, 두 명씩 TV에 나오고 잘 되는 걸 보니까 약간의 질투와 부러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계속 이 길을 걷게 됐어요."

일찍 잘 되는 친구들을 보면서 질투가 나기도 했어요. 여러 고충에도 홍예은이 연기의 길을 계속 걷게 해준 건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이었다. /이효균 기자
"일찍 잘 되는 친구들을 보면서 질투가 나기도 했어요." 여러 고충에도 홍예은이 연기의 길을 계속 걷게 해준 건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이었다. /이효균 기자

물론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회생활은 홍예은 인생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줬다. 학교도 그 가운데 하나. 또래 친구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때론 포기해야 했고, 다른 길을 걷는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있었다.

"중학교 때는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했어요. 촬영이 있다고 하면 선생님이 잘 다녀오라고 해주시고. 근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상황이 조금 변했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그렇다 보니 반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교에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거든요. 저 한 명이 결석을 하면 학급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고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눈치가 많이 보였어요. 두발 규정도 엄격했는데 다행히 교감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긴 머리로 다닐 수 있었고요.

못 해 본 것도 많아요. 수학여행 같은 경우엔 딱 한 번 갔는데, 그때도 촬영이 있어서 중간에 올라왔어요. 서둘러 올라와서 새벽 촬영을 가는데 코피가 쏟아지더라고요. 하하. 가장 힘들었던 때는 수능을 앞뒀을 무렵이에요. 친구들이 엄청 예민했거든요."

힘들다면 힘들었고, 즐거웠다면 즐거웠던 아역 시절을 지나 홍예은은 이제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푸르른 날에'는 성인 연기자로서 홍예은의 시발점인 셈. 긴 호흡의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라면서도 그는 지친 기색 없이 웃었다.

톱스타 보다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홍예은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희망을 공개했다. /이효균 기자
"톱스타 보다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홍예은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희망을 공개했다. /이효균 기자

"엄마 아빠가 제가 TV에 나오는 걸 보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할머니도 '나는 우리 예은이 나오는 부분만 챙겨 본다. 난 네가 나오는 부분이 제일 재밌어'라고 해주셨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고 힘이 나요.

저는 정말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톱스타가 되는 것에는 솔직히 관심 없어요. 시청자나 관객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시 처음,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로 돌아왔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지금의 홍예은을 있게 한 시작이자,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의 대표작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처럼 몇 번을 돌려봐도 화면 속 꼬맹이 홍예은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뮤직비디오 홍예은 출연 장면. 이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MV 캡처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뮤직비디오 홍예은 출연 장면. 이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MV 캡처

"'히든싱어'에 이승환 선생님이 출연한 뒤에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가 차트에서 역주행을 했잖아요. 그때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저 꼬마가 너였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다시 봐주고 연락도 해주는 게 무척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일 거예요. 뮤직비디오는 노래와 화면과 분위기가 모두 조화를 이뤄 나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 봐도 새롭고 재미있어요. 비록 사람들이 '너 왜 이렇게 역변했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늘 저를 뿌듯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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