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주의 원맨쇼 속 배우들의 호연이 생기를 불어넣는 스릴러
명백하게 옳다고 정의된 것이 바로 오류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영화 '악의 연대기'는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실과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자극한다.
추적스릴러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 제작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 CJ 엔터테인먼트)는 특진을 앞둔 순간에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최반장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그린다.
영화 '쉬리'(1998년) 각본가이자 '튜브'(2003년)를 연출한 백운학 감독이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사건의 중심에서 인간 심리와 내적 갈등을 표현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최창식 반장은 드라마 '추적자'(2012년)와 한국 스릴러 영화 관객수 1위(560만 4104명)의 '숨바꼭질'(2013년)로 대중에게 굳건한 신뢰를 얻은 배우 손현주가 맡았다.
그의 오른팔 오형사는 마동석(44), 강력계 막내 차동재는 박서준(27), 정체를 알 수 없는 김진규는 최다니엘(29)이 맡아 긴박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영화는 강남경찰서 강력계 15년 차이자 경찰학교의 전설과도 같은 최반장이 자신을 죽이려는 알 수 없는 무리와 얽힌 뒤 우발적인 사고로 사람을 죽이며 꼬여간다. 승진을 앞두고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다음 날 경찰서 앞 건설 현장 크레인에 자신이 죽인 남자의 시체가 걸린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범행과 관련된 자신의 증거들을 없애면서도 현장 선봉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경찰의 우두머리로서 겪는 심리적 갈등은 손현주라는 배우를 통해 추상적인 것에서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표현된다. 자신의 살인 혐의를 숨겨야 하는 동시에 그 범인을 밝혀야 하는 엇갈린 운명이 계속해서 그의 목을 옥죈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알 수 없었던, 아주 오래전부터 얽히고설킨 악연에서 시작된 검은 그림자와 마주한다.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다. 작은 거짓을 숨기기 위해 더 큰 거짓이 필요하게 되고 악은 계속해서 더 큰 악을 만들어 낸다는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걸쳐 쉴새 없이 반복된다.
말이 필요 없는 연기를 보여준 손현주를 필두로 급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기심을 가질 듯하다. 여기에 마동석의 진득한 연기, 데뷔 후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박서준의 신선함이 중반까지 영화를 짜임새 있게 이끈다. 후반부는 반전의 몫이다. 예상 가능한 반전부터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쉴 틈 없이 반전이 이어진다.

스릴러의 묘미가 반전이라지만 후반부에 연속적으로 터지는 반전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반전이 가져다주는 타격보다는 실이 더 많은 듯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빠른 템포의 장점이 다소 미약해지는 것은 물론 감동적인 요소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이야말로 아름답다'는 말처럼 스토리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영화 '끝까지 간다'(2014)와 경찰이 살인을 저지른 뒤 그 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되는 설정이 유사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백운학 감독은 "시작 부분이 ‘끝까지 간다’와 유사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관계자들과 회의 끝에 '종류가 다른 영화다' '괜찮다'는 결론이 나와 진행하게 됐다"면서 "'끝까지 간다'가 잘 만든 상업영화라면 '악의 연대기'는 인물의 감정에 카메라를 더 가까이 댄 영화"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오는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악의 연대기'는 추적 스릴러 장르로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으며 러닝타임은 102분이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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