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칠했고 어딘가 퀭했다. 하지만 묘하게 두 눈은 반짝였고 입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개그맨 이휘재(42)는 쌍둥이 아빠다. 서언이와 서준이는 전국민을 '엄마미소' 짓게하며 깜찍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지만 이들을 볼보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듯했다.
유독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얼굴에선 육아의 고단함이 그대로 읽혔다. 하지만 <더팩트>와 인터뷰 내내 이휘재는 아이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고 또 '육아예찬론자'가 돼 있었다. 이제 갓 결혼을 한 기자에게 "빨리 아이를 낳아라. 낳으면 정말 행복감이 다르다"고 재촉했을 정도.
그가 다른 아빠들과는 달리 아이들과 단단한 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던 건 KBS2 인기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공이 크다. 아무래도 엄마 중심일 수 밖에 없는 육아 시스템 속에서 엄마 없이 아이들과 2박 3일간 사투를 벌이며 촬영을 한지도 벌써 3년 째. 덕분에 쌍둥이들이 부모님을 엄마아빠 보단 엄마 두 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빠와 친밀감은 상당하다. 덕분에 아내 문정원 씨는 보통 엄마들과 달리 고정적인 '육아 해방' 휴가를 누리기도 한다. 다만 2~3주에 한 번 돌아오는 촬영은 고된 탓에 여전히 두렵다고.
"촬영 날이 정말 빨리 돌아와요. 아내가 예전에는 좀더 늦게 나가려고 하더니 요즘엔 칼 같이 나가요. 그래도 딴짓은 안하는거 같더라고요. 육아 때문에 미뤄뒀던 친구들 만나고 관리 받으면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좋죠. 고맙게도 그 시간에 시부모님 챙겨주는 것도 제가 고마워하는 부분이고요. 본가 가서 식사도 함께 하고 영화도 보고 잘 해요. 예전에 아내도 함께 제주도로 촬영 간 적이 있는데 촬영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첫 마디가 '정말 힘들면 그만하세요'였어요. 그만큼 아무리 촬영이어도 쌍둥이를 혼자 본다는 건 힘든건데 그걸 본거죠."

아무리 힘든 촬영이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휘재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듯했다. 아들에서 아빠로 변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도와준 프로그램에 대한 의리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절 사람 만들어 줬어요. 원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이를 낳기 싫었던 적도 있었어요. 지금 아이들이 생기고 돌아보면 '내가 참 어리석었다'고 반성하게 되죠. 아버지를 가슴 깊이 이해합니다. 가족을 위해 참 열심히도 살아줬구나 인정하면서요.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죠. 요즘엔 대중탕가면 아저씨 할아버지들이랑도 친하게 지내다 와요. '서언이 서준이 아버지네'라면서 절 친근하게 대해주거든요."
이휘재는 서언이 서준이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아버지를 이해해가고 있었다. 20년 넘게 방송 활동을 해온 그이지만 어느 때보다도 더더욱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채 말이다. 피로하지만 그 보다 더 큰 행복을 배워가면서.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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