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여진구 "노안·목소리 성인연기자 변신 도움"
  • 오세훈 기자
  • 입력: 2015.02.10 06:00 / 수정: 2015.02.09 17:15

청춘 여진구 선생. 배우 여진구는 10대의 나이지만 연기에 관해서는 성인보다 더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의 연기 철학를 소개했다.  /문병희 기자
'청춘' 여진구 선생. 배우 여진구는 10대의 나이지만 연기에 관해서는 성인보다 더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의 연기 철학를 소개했다. /문병희 기자

"평범한 삶의 미련? 내겐 연기가 일상"

더는 소년이 아닌 배우 여진구(18), 소년과 성인 사이의 여진구에게는 어딘지 모를 진한 남자의 향기가 풍긴다. 바라보면 듬직하고 눈을 감고 들려오는 목소리를 느끼면 섹시하기까지 하다.

몇 년 사이 충무로의 미래를 책임질 몇 안 되는 배우로 성장한 여진구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무표정으로 서 있을 땐 영락 없는 '수컷'이더니 사진 촬영을 하고 밝게 웃자 어느새 장난기 가득한 소년으로 되돌아갔다.

여진구는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에서 아픈 상처로 힘든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정신병원 모범환자 이수명을 연기했다.

"청춘에게 주는 메시지도 그렇지만 인물 자체에 끌렸어요. 실제 나와 많이 다르고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와도 달라서 더 매력적이었죠. 영화 속 청춘, 그리고 요즘 청춘들이 왜 이렇게 살까 궁금했어요."

매력적이라고 마냥 쉬는 건 아니었다. 그는 촬영 초반 캐릭터 표현에 있어 난항을 겪었다. 여진구는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해 자신감 없이 연기했던 것 같다"면서 "정말 어렵고 힘들었는데 '네 안에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이 있기는 하냐'는 극 중 승민의 대사에 도움을 받았다. 그 순간 수명이 어떤 캐릭터인지 알게 됐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여진구는 영화를 찍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듯했다.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진구. 여진구는 사진 찍는 건 아직까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병희 기자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진구. 여진구는 사진 찍는 건 아직까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병희 기자

올해 수험생이 된 여진구지만 사실 연기 경력은 웬만한 연기자 못지 않다. 지난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데뷔 11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이다. 실제로 그의 연기 실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그와 관련한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연기력 칭찬과 관련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역 배우들의 가장 큰 장점이 현장 적응이 빠르다는 거죠. 남들보다 더 잘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캐릭터 분석이나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많은 아역배우가 그렇듯 여진구도 곧 성인연기자로의 변신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극 중 '수명'이가 20대 중반이기에 실제 나이보다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없었는지 물었다. 여진구는 "16세 때부터 20대 초반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노안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민감한 질문은 웃어넘기는 여유가 돋보였다. 이어 그는 "이민기 형과 '브로맨스'가 정말 편했다. 둘 다 낯가리는 성격인데 잘 맞았다. 사실 이성 연기자와의 호흡이 더 어렵다.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어렵다. 괜히 조심스러워지더라"고 이민기와 많은 남성 배우와 연기한 소감을 털어놨다.

"이번 작품으로 성인연기자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 했어요. 저는 무신경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성인연기자가 되겠죠? 나이를 먹고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질 테고 또 그때 나이와 맞는 역할을 맡게 될 테죠."

소년에서 청춘으로, 여진구. 여진구는 20대가 정말 기다려진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문병희 기자
소년에서 청춘으로, 여진구. 여진구는 20대가 정말 기다려진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문병희 기자

영화를 찍으며 스토리와 대사 등에 힐링을 받았다는 그는 특히 '활공장이 필요했다'는 대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네 모두가 그렇듯 상처를 가진 수명이가 세상에 나오기에는 활공장과 친구, 장소, 주변의 힘이 필요했다. 이는 곧 여진구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전 배우니까 연기이자 역할이 곧 활공장인 것 같아요. 일생에서 뭘 해도 연기할 때의 기분 만큼은 기쁘지 않아요. 연기하며 생각한 그대로 표현되면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받죠. 그때가 가장 행복해요."

아직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여진구는 올해 학창시절을 끝내고 내년에 20대를 맞이한다. 그는 남들과 똑같이 사는 소소한 일상이 아쉽지 않을까.

여진구는 "배우를 늘 꿈꿨기에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은 없다. 배우의 삶 아무나 사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삶이 뭔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의 삶이라고 평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내겐 배우의 삶이 평범하고 또 특별한 삶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10대에 할 수 있는 하이틴 장르물을 찍어보고 싶다. 10대의 마지막인 해이기에 가장 나다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연기의 어떤 면이 좋으냐고 종종 물으시는데 이렇게 오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돼요. 좋아할 때 푹 빠졌다가 질리면 다시는 안 보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전혀 그렇지 않죠. 늘 재미있어요. 이젠 이런 재미를 관객들께도 고스란히 전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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