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잔인한~ HO! 여자라~ HO!"
떼창, 아니 '떼후렴구'다. 머리를 쿵쿵 울리는 음악에 흠뻑 취한 채 빽빽이 서 있는 이들이 각자 오선지 위 음표처럼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러다 소찬휘의 'Tears' 가사 중간 공백까지 일제히 '호(HO)' 환호를 내며 무대를 채웠다. 오른팔을 머리 위로 힘차게 찌르는 '칼군무'까지 있는 걸 보니 무언의 약속이 이미 오간 듯했다.
23일 늦은 밤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의 '토.토가요' 클럽은 '불금'의 피크타임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클럽 건물과 몇 발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들의 환호와 음악 소리가 벽을 뚫고 귓가에 맴돌았다. 입장료를 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외에도 강남 번화가를 거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개를 머물렀다.

불과 이틀 전 MBC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콘셉트와 상표 이미지를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1990년대로 향하는 타임머신을 찾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다. MBC와 협의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간판은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클럽 오른쪽 벽에 크게 붙어 있던 홍보물 속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토토가요)라는 문구가 '토.토가요'로 대체됐다.
가방을 맡기거나 찾는 데에만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 물결은 계속 넘쳤다. 조금 더 안에 들어서니 이정현의 '반'이 흘러나왔다. 이어 소찬휘 지누션 쿨 클론 터보 DJ.DOC S.E.S 김현정 이본 god 박지윤 등 그때 그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들의 노래가 연이어 선곡됐다.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똑같은 타이밍에 환호를 외쳤고, 노래만 들어도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대표 안무 동작들을 함께했다. 몸은 흔들고 싶은데 춤 동작이 뇌리 속에서 희미해도 문제 되지 않았다. 무대 앞에서 댄서들이 '날 따라 해봐요' 하듯 댄스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무리를 뚫고 여성 무리에게 다가갔다. 함께 온 이들과 마주 보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들과 서로의 귀에 대고 소리를 꽥꽥 지르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박모 씨는 강남에 있는 다른 8090 클럽을 찾았다가 옆에 새로 생긴 '토토가요'를 보고 방문했다.
"굳이 '무한도전'의 '토토가'와 이름이 비슷해서 온 건 아니에요. 이곳은 이름이 바뀌기 전에도 워낙 잘됐던 곳이에요. ('토토가' 상호 논란부터 해결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인기 방송 이름을 똑같이 딴 상점들은 쉽게 볼 수 있던데요. 이곳이 '토토가' 관련 상호를 쓰지 않았더라도 지금 이 정도로 사람은 많았을걸요."
옆에 있던 여성도 말을 거들었다. "'토토가' 열풍이 아니라. 1990년대 음악 열풍이 아닐까요? 물론 '토토가'로 그 열풍이 더 거세진 것은 맞죠. 하지만 이전부터 8090 클럽이 인기가 많아진 상태였어요. 어쩌면 '토토가'도 그 열풍을 특집으로 기획해 이용한 것이지 열풍을 창조한 건 아니죠."

빈 테이블은 찾을 수 없었다. 1층에 워낙 공간이 없는 탓에 2층 계단을 올라가 서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2층에서 아래 무대를 내려다보니 한눈에 봐도 '직장인' '30대' 비율이 많았다. 열정적인 1층과는 달리 2층은 조금 점잖았다. 취재진 옆에는 두 명의 남성이 퇴근하고 바로 클럽을 찾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격정적인 춤사위 대신 음악을 감상하며 고개를 흔들고 흥겨운 분위기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토토가'와 관련된 기사들을 보고 호기심에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를 이끈 직접적인 이유는 '토토가'가 아닌 8090 음악의 장이라는 점이었다.
"전 30대 후반 넥타이 부대죠. 20대 때에는 클럽을 다녔어요. 그런데 클럽이란 곳이 20대들의 장이 되면서 제가 30대가 되니 갈 곳이 없더라고요. 공감대도 안 맞고요. 물론 기사를 보고 온 것은 맞지만 '무한도전-토토가' 특집과 관련된 생각보다는 좋아했던 음악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단숨에 왔어요. 논란 때문에 기사가 나오고 그래서 제가 온 걸 보면 홍보 효과가 있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꼭 그 논란이 아니더라도, 이름이 '토토가요'가 아니었어도 이곳을 알았다면 바로 찾아왔을 거에요. 친구들 반응이요? 제가 여기 왔다고 하니 부러워 죽으려고 해요. 다들 애 보느라 못오는 거거든요."

오후 11시 30분이 조금 넘자 초대 가수로 코요태가 무대에 등장했다. 멤버들도 클럽 안 열기에 놀랐다.
"요즘 대학 축제에서는 우리를 안 불러주더라고요. 학생들이 우리를 모른대요"라고 말하자 박수와 응원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런 무대가 생겨서 정말 좋아요"라고 끝까지 미소를 머금은 채 무대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도 눈에 자주 띄었지만, 시선을 둘 곳 없는 야한 옷차림이나 이성 찾기에 혈안이 된 이들 또는 막무가내 신체 접촉이 오가는 장면은 별로 없었다. 대신 회식을 하러 동료들과 함께온 무리, 결혼 전 동성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 위해 뭉친 무리, 힙합 클럽이 이젠 체력적으로 생소해진 무리가 '향수'의 향수를 맡기 위해 모였다.

30대 초반 이모 씨는 다른 이와 인터뷰를 마친 취재진의 어깨를 톡톡 쳤다.
"지금 사람 많은 것 보세요. 이 사람들이 그동안 다 어디 있었을까요? 취업하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키웠겠죠. '토토가요'라는 이곳을 찾은 게 아니에요. 이런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런 곳이니까 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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