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청룡의 꽃'은 천우희(27)였다. 반짝반짝 스타들이 모이는 영화제,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여우주연상'은 여배우들에겐 꼭 한번 받아보고 싶은 상이다. 올해 주인공은 천우희였다. 하지만 그 꽃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옆에 있는 사람을 울릴 정도로 천우희의 눈물은 가슴 저렸다.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김혜수와 유준상의 사회로 제35회 청룡영화상이 진행된 가운데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 남녀신인상 감독상 각본상 신인감독상 각본상 기술상 미술상 음악상 등 18개 부문에서 상이 주어졌다.
가장 화제를 모은 수상은 단연 여우주연상이었다. 제35회 여우주연상은 '한공주'에서 한공주 역을 맡아 열연한 천우희에게 돌아갔다. 천우희는 연기력만 보면 후보에 오른 전도연 김희애 손예진 등 다른 여배우와 어깨를 견주어도 나무랄 데가 없으나 일명 '이름값'이나 영화의 성공도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의 선택은 다름없었다. 청룡영화상은 여배우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고 천우희에게 여우주연상이라는 큰 상을 안겼다.
천우희는 이름이 불리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상을 받으러 올라가는 동안에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무대에 선 천우희의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됐고 코끝까지 눈물이 맺혔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에도 천우희는 믿기지 않는 듯 연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수상 후 천우희는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상을 탔다"며 눈물로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독립영화로 이렇게 상을 받다니 믿기지 않는다. 가족들과 소속사 식구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연기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소감을 건넸다.

소감을 말한 후에도 천우희는 어리둥절한 듯 무대 위에서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의 눈물에 함께 울었던 이는 다름 아닌 진행자 김혜수다. 김혜수는 천우희가 눈물을 보이자 함께 눈물을 훔치면서 후배가 받은 상을 축하했다. 진심 어린 눈물이 빛나는 순간이다.
사실 천우희의 수상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연기력만 보면 어느 누구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공주'에서 보여준 천우희의 연기는 국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얻으면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독립 영화라는 큰 틀이 상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천우희는 값진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공주'는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의 시선에서 이를 바라본 모습을 그린 영화로 이수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우리 사회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했다. 천우희는 이 영화에서 한공주 역을 맡아 열연하면서 관객을 영화에 깊이 빠지게 했다. 영화는 사건의 피해자지만, 숨어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피해자로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수진 감독의 연출력과 한공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천우희의 연기력이 잘 어우러졌다.

천우희는 이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도 '천우희의 발견'이라며 차세대 충무로가 주목하는 여배우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관객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독립 영화에서 남다른 연기로 주목 받은 그는 독립 영화로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올해 '한공주'와 '카트'에 출연한 천우희는 내년엔 '뷰티 인사이드'와 '곡성' '손님' 등 굵직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여우주연상'이라는 날개를 단 천우희의 비상에 충무로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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