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마담 뺑덕' 이솜, 옷 벗고 스크린 서다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4.10.18 07:00 / 수정: 2014.10.17 23:50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마담 뺑덕에서 덕이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모델 출신 이솜은 2010년 맛있는 인생 이후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다./김슬기 기자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마담 뺑덕'에서 덕이 역을 연기한 배우 이솜. 모델 출신 이솜은 2010년 '맛있는 인생' 이후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다./김슬기 기자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모델 출신 배우 이솜(25·본명 이소영)은 런웨이에서 받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배우를 꿈꿨다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즐거운 그에게 영화 배우란 직업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배우를 꿈꾸던 이솜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고 그는 과감히 런웨이를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이솜은 영화촬영에 앞서 '마지막 패션쇼' 런웨이에 올랐고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열정적으로 조금 더 당당한 표정으로 그리고 즐겁게 '워킹'했다.

'맛있는 인생'(2010년)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2년) '더 엑스'(2013년) '산타바바라'(2013년) 그리고 지난 6월 개봉한 장진 감독의 '하이힐'까지. 이솜은 자신이 동경하던 배우로서의 삶을, 그것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꽤나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다져가는 중이다.

그리고 올가을, 임필성 감독의 '마담 뺑덕'으로 충무로 최고의 미남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장르는 '치정 멜로'다.

하얀 피부와 눈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이솜./김슬기 기자
하얀 피부와 눈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이솜./김슬기 기자

볼 때마다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이솜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솜블리'(이솜+러블리)다운 하얀 피부, 홍조 띤 볼, 사랑스러운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이솜은 바삭바삭 소리를 내는 낙엽의 계절 가을과 같은 청량한 느낌을 자아낸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 제작 영화사 동물의 왕국,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고전 심청전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심청전에서 심청의 효성을 강조하기 위해 흐릿하게 그려졌던 심학규와 뺑덕어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세워 사랑과 욕망 집착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이솜이 마담 뺑덕에서 맡은 덕이 캐릭터는 시골마을에서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살며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시골 처녀다./영화 마담 뺑덕 포스터
이솜이 '마담 뺑덕'에서 맡은 덕이 캐릭터는 시골마을에서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살며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시골 처녀다./영화 '마담 뺑덕' 포스터

이솜은 '마담 뺑덕'에서 말 못하는 청각장애인 엄마와 함께 살며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시골 처녀 덕이 역을 연기했다. 덕이는 밋밋한 일상에서 숨 막히는 지루함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그러다 갑자기 등장한 문학 교수 학규(정우성 분)를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지만, 그가 차갑게 돌아선 후 복수를 위해 '악녀'로 돌변한다.

이솜은 '마담 뺑덕'과 덕이에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초반에 보인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를 봤다는 취재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고 심각하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어릴 적 다들 전래동화로 심청전을 읽었다고 하지만, 제게 심청이란 인물이나 심학규 뺑덕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희미해요. 오히려 임필성 감독님의 시나리오로 처음 심청전을 경험한 기분이에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웃음). 사랑밖에 모르는 맹목적인 덕이가 불쌍해서요."

이솜은 덕이를 떠올리며 불쌍한 여자라고 설명했다./김슬기 기자
이솜은 덕이를 떠올리며 '불쌍한 여자'라고 설명했다./김슬기 기자

지난 5월 31일 촬영을 마친 '마담 뺑덕'이지만, 이솜은 여전히 덕이에 빠져있는 듯했다. 꼼지락거리는 손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덕이가 불쌍하다"고 읊조리는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그랬다.

임필성 감독이 정우성의 상대로 이솜을 캐스팅했을 당시 '파격'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많았지만, 그를 눈앞에 두니 임필성 감독이 이솜을 통해 보고자 했던 덕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은 사무실에서 미팅 겸 오디션을 봤어요. 감독님이 '8년 전 순수했던 덕이를 잘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던게 기억나요. 감독님은 제가 연기자처럼 연기하지 않아서 좋았데요(웃음). 그게 무슨 말인지 아직도 의미를 모르겠어요. 저는 연기자처럼 연기한다고 열심히 했는데 말이에요. 아! 그리고 그때 우연히 사무실에 정우성 선배가 오셨는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죠."

이솜은 인터뷰 내내 함께 연기한 정우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곤 했다. 나이-경력 모두 한참 '선배'인 정우성은 초반 이솜에게 부담스럽고 어려운 존재였지만, 3개월간 '마담 뺑덕'을 촬영하며 가장 다정하고 든든한 선배로 자리매김했다.

"정우성 선배요(웃음)? 정우성 선배와 이야기를 나눠본 분이면 누구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배려가 넘치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분이죠. 제가 연기를 하면서 긴장된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티를 안 내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 정우성 선배는 다 아시더라고요. 옆에서 다정하게 챙겨주셨어요. 정우성 선배와 함께 촬영하면서 '선배란 이런 거구나'를 느꼈어요. 저도 나중에 후배가 생기면 정우성 선배가 제게 해준 것처럼 챙기고 싶어요. 인간적으로도 배우로도 배울 게 많은 분이죠."

이솜은 자신에게도 후배가 생긴다면 정우성처럼 다정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슬기 기자
이솜은 자신에게도 후배가 생긴다면 정우성처럼 다정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슬기 기자

이솜은 '마담 뺑덕'에서 자신이 표현한 덕이가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는 111분 러닝타임을 정우성과 단 둘이서 이끌어가는 부담과 두려움이 촬영 내내 자신과 함께했다고 토로했지만, 진심을 담아 연기했다고 힘줘 말했다.

"덕이가 너무 불쌍해서 감정적으로 힘들긴 했어요. 도박장에서 촬영한 장면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한데 그 외에는 후회 없는 거 같아요. 장면마다 진심을 담아 연기했거든요. 노출장면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잘 극복한 거 같아요. 힘든 부분은 저 혼자 가져가는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고 정우성 선배도 그런 부분을 보고 '근성 있다'고 칭찬해 주셔서 뿌듯해요."

이솜은 인터뷰 말미, 마담 뺑덕의 덕이로 분해 극 중 학규(정우성 분)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김슬기 기자
이솜은 인터뷰 말미, '마담 뺑덕'의 덕이로 분해 극 중 학규(정우성 분)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김슬기 기자

요즘 이솜의 최대 고민은 덕이를 보내주는 거라고 했다. 지난 1월, 2014년을 맞이하며 친구들과 함께 한라산에 올라 소원을 빌었던 그는 당시 임필성 감독의 소원도 들고 가 한라산 정상에서 외쳤다며 피식 웃는다.

"덕이가 오랜 시간 제안에 남아있을 거 같아요. 이 감정을 극복하려면 다른 작품으로 잊어야겠죠. 감독님도 부탁했어요. 덕이는 안타까운 아이니까 기억해달라고요(웃음). 마지막으로 '마담 뺑덕'을 함께 하면서 항상 챙겨주신 정우성 선배께 감사드리고요. 극 중 덕이로 돌아가 학규에게 한마디 하자면…. 정말 사랑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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