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의 연예人 돋보기] 이유리-연민정이 왔다 간 자리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4.10.11 06:00 / 수정: 2014.10.11 00:54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으로 분한 배우 이유리의 연기력이 시청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MBC 왔다! 장보리방송캡처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으로 분한 배우 이유리의 연기력이 시청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MBC '왔다! 장보리'방송캡처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여언~민정! 내가 저 기집애를 그냥!'

주말 저녁, TV 앞에 앉은 어머니들의 혈압을 자연스레 높여주는 여자가 있다. 바로 희대의 악녀 연민정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버리는 것은 기본, 국밥을 팔아 자신을 키워준 홀어머니도 출세를 위해선 눈 깜짝하지 않고 버리는 그를 시청자들은 '나쁜 기집애'라 욕하기도 한다.

배우 이유리(34)가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연출 백호민, 극본 김순옥)에서 녹여낸 연민정 캐릭터는 악녀 중의 악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연민정이 전국민적으로 욕과 사랑을 동시에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연민정을 연기한 이가 배우 이유리라는 점이다.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 캐릭터를 맡은 배우 이유리(가운데)./남윤호 기자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 캐릭터를 맡은 배우 이유리(가운데)./남윤호 기자

그간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드라마에서 악녀 캐릭터는 빼놓을 수 없는 장치처럼 등장했다. 표독스러운 시어머니부터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가 대표적이다. 이유리가 연기한 연민정 또한 마찬가지다.

연민정은 '왔다! 장보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도혜옥(황영희 분)의 친딸이자 장교수(안내상 분)와 김인화(김혜옥 분)의 양딸로 출연한다. 수려한 외모와 애교스러운 성격의 연민정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는 캐릭터.

하지만 어릴 적 가난이 죽기보다 싫었던 연민정의 결핍은 그를 악녀로 만든다. 연민정은 우연한 기회로 만난 장교수와 김인화에게 자신을 고아로 소개하고 이후 그들의 친딸인 보리(오연서 분)의 삶을 살고자 끊임없는 거짓말과 못된 짓을 저지른다.

연민정 캐릭터는 그간 드라마에 등장한 전형적인 악녀와 다를 바 없었지만, 시청자에게 주인공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이유리 인스타그램
연민정 캐릭터는 그간 드라마에 등장한 전형적인 악녀와 다를 바 없었지만, 시청자에게 주인공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이유리 인스타그램

연민정은 그간 드라마에 등장했던 전형적인 악녀와 다를 바 없다. 거듭된 악행을 반복하고 착한 여주인공과 끊임없이 대립하는 조연. 하지만 웬일인지 얄미운 악녀 연민정은 '왔다! 장보리'에서 주연 오연서보다 더 큰 존재감을 뽐내며 어느새 주연같은 조연이 됐다. 시청자들에겐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았고 누리꾼들은 연민정의 손짓 하나 대사 한마디에 열광했다.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에겐 그간 드라마에서 봐왔던 비슷한 악녀 캐릭터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유리의 악녀는 그간 드라마에서 봐온 다른 악녀와는 사뭇 달랐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그 차이점을 두고 이유리 특유의 '강약 조절'을 언급한다. 이유리는 연민정의 분노와 막무가내 복수극을 연극을 하는 듯한 광기 어린 표정 연기로 표현한다. 자칫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있는 위험한 시도지만, 여기서 이유리 특유의 '강약 조절'은 빛을 발한다.

이유리가 보여준 다양한 표정연기는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MBC 왔다! 장보리방송 캡처
이유리가 보여준 다양한 표정연기는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MBC '왔다! 장보리'방송 캡처

특히 연민정이 슈퍼에서 마주친 보리에게 '후'를 날리는 장면이나 유산한 사실을 숨기려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이유리의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인 부분이다. 그는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장면임을 염두에 두고 눈빛과 대사 하나하나에 신경쓰는 세심함을 보였다. 덕분에 연극처럼 과장된 이유리의 연민정은 오히려 중독성 있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함께 연기하는 오연서의 평범한 연기가 돋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9년 MBC '베스트극장'으로 데뷔해 15년간 활동한 이유리의 필모그래피를 훑자면, 그가 표현한 연민정은 노력의 결과로 여겨진다. 작품만 수십 편, '김수현 사단'의 막내, '다작 배우'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지금의 연민정을 만든 것은 아닐까.

배우 이유리가 만들어낼 또 다른 누군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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