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기자가 생로병사를 대하는 자세 '유리 말고 강철'
  • 김경민 기자
  • 입력: 2014.07.26 07:00 / 수정: 2014.07.25 20:51

가수 겸 배우인 유채영의 장례식장 취재 경험으로 슬픔보다는 이성적인 태도를 가지고 정확한 시선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의식을 배웠다. / 사진공동취재단
가수 겸 배우인 유채영의 장례식장 취재 경험으로 슬픔보다는 이성적인 태도를 가지고 정확한 시선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의식을 배웠다. /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김경민 인턴기자] 제작 발표회, 기자간담회, 영화 시사회…. 연예부 기자가 가는 현장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행사다. 그러나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 취재다.

연예인을 취재 대상으로 하는 점은 화려하거나 편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연예인과 관련한 생로병사 역시 연예부 기자가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다. 물론 기쁘고 보람찬 소식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슴을 쿡쿡 찌르는 아픈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 의무를 짊어지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 24일 이른 오전부터 선배기자가 전화를 귀에 대고 바쁘게 회사에 들어왔다. 곧 연예팀 단체 메시지로 가수 겸 배우로 활동했던 유채영의 빈소와 관련된 내용이 전달됐다. 지난 21일 기사를 통해 알려진 유채영의 위암 투병 소식이 이날 비보로 이어진 것이다 아침부터 그 소식을 들은 선배기자들을 포함해 인턴기자는 "아…."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더 큰 탄식을 내뱉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선배기자와 유채영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취재를 맡게 된 것이다. 현장 취재를 준비하기 위해 그간 나온 기사만 살펴봐도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르는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위암을 발견하고 치료에 실패해 아까운 생을 마감했기에 취재 현장으로는 선뜻 달갑지 않았다.

애도의 물결 속 밝은 미소의 영정은 취재진을 더 쓸쓸하게 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정확성을 놓쳐선 안 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애도의 물결 속 밝은 미소의 영정은 취재진을 더 쓸쓸하게 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정확성을 놓쳐선 안 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장례식장을 향하면서 선배기자는 주의해야 할 점, 취재 방식, 주안점 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며 일명 '유리멘탈'인 인턴기자의 주의를 환기했다. 선배기자의 매서운 눈빛에 바짝 긴장되면서도 빈소에 가까워지면서 무거워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많은 연예인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일부 연예인들은 퉁퉁 부은 눈으로 휴지를 들고 나왔다. 엄숙한 적막 속 취재 기자, 그리고 사진 및 영상 취재진도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빈소를 지켜보고 있자니 덩달아 슬픔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감성에 젖어 슬퍼하는 사이 다른 매체 선배기자들의 기사에는 빈소 현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 그려졌다.

인간으로서 애도를 표할 수는 있지만, 기자로서는 객관적인 시야를 갖고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임무에 집중해야 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기사에 사실과 다른 한 치의 실수라도 있다면 이는 슬픈 감정이나 장례식장이라는 장소로는 덮을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매체의 대표, 나아가 유채영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추모하는 대중들을 대표해 빈소를 찾은 만큼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슬픈 현장을 문자로 전달해야 하는 감성도 필요했지만 그 준비 과정에는 뚜렷한 이성과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기자에게는 눈물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깊은 애도를 대신 하는 길이라는 점이 크게 와 닿은 경험이었다.

shin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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