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칸을 찾은 배두나 송새벽 김새론 정주리 감독이 <더팩트>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칸=이새롬 기자 |
[칸(프랑스)=김가연 기자] 올해 칸 국제영화제 크리스티앙 존 부집행위원장은 '도희야'를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한 이유에 관해 "쉽지 않은 소재지만 연출력이 뛰어났다"며 "스트롱(강하다)"이라고 표현 했다. 19일(이하 현지 시각) 있었던 공식 스크리닝에서 '도희야'의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으레 있는 기립 박수에 후한 칸이지만, '도희야' 의 공식 스크리닝 이후 쏟아진 박수갈채는 온전히 정주리 감독과 출연한 배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의 몫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에게 쏟아진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온몸으로 받았다.
공식 스크리닝 이후 20일 오전 프랑스 칸 인터내셔널 빌리지에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도희야'의 주역들을 만났다. 두 번째 칸 방문인 배두나와 김새론은 조금 여유 있는 반면 칸을 처음 찾은 송새벽은 다소 얼떨떨하고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국내 취재진들과 만나 영화와 칸을 찾은 소감에 관해 이야기했다. 세 사람에게 '도희야'는 어떤 의미로 남을지 정리해봤다. 세 사람에겐 남다른 의미로 남을 '도희야'다.
'도희야'에서 영남을 연기한 배두나. 칸의 푸른 해변과 잘 어울린다./칸=이새롬 기자 |
◆ 배두나의 '도희야' "세상에 나와 다행이다"
배두나는 이번 영화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성 정체성으로 아파하는 인물 영남을 연기했다. 영남은 자신만 아는 비밀을 품고 외딴 마을로 내려온다. 이곳에서 남다른 아픔이 있는 도희를 만나면서 영남의 생활도 조금씩 바뀐다. 배두나는 내면의 아픔이 있는 영남을 섬세하게 그렸다. 배두나는 왜 영남을 선택했을까.
"나이가 조금 들면서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대본이나 영화의 전반적인 것이 좋으면 선택하는 편이죠. '도희야'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고 이 영화가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보고 싶었어요. 다행이죠.(웃음) 꼭 영남이 아니더라도 다른 작은 역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영화였어요. 반면 20대 때는 연기가 배우고 싶어서 좋은 감독님이 있다면 그 영화에 정사장면이 있던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연기 레슨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빛이 나고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웃음) 이제는 평생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한다고 할까요? 마음을 열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배두나가 연기한 영남. 복잡미묘하다는 딱 맞을 정도로 사연이 많은 인물이다. 그 많은 사연 중에 몇 개는 관객이 유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영남의 감정선만으로 따라가야 한다. 배두나도 연기하면서 그 점을 염두에 뒀다.
"왜 영남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내려왔는가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성 정체성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힘들어하는데 본인 자신을 벽 안에 가두는 인물이죠. 술이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인물입니다. (실제 배두나도 시련이 찾아왔을 때 그렇게 푸나?) 그런 일이 왔을 때 술로 풀기보다는 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죠. 울고 나면 정화되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음주 가무를 잘 못 해서요….(웃음)
배두나는 영남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갔을까. "영남은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기 때문에 비밀을 숨기고 감추는 인물이라 내면 연기에 집중했어요. 감정이 훅하고 올라올 때마다 누르면서 연기했죠. (다른 나라 관객도 영남에 대해서 이해할까?) 우리나라보다 사실 개방적인 성적 가치관을 따르고 있어서 영남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남은 자유롭지 못한 캐릭터라 유럽 사람들의 관객반응이 궁금해요."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도희야' 팀 배두나 송새벽 김새론(왼쪽부터)./칸=이새롬 기자 |
◆ 송새벽의 '도희야' "칸을 선물한 작품"
송새벽은 '도희야'를 통해 칸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여전히 얼떨떨하다는 그는 취재진과 만나자 칸 레드카펫 후기를 털어놓는다. 이렇게 수더분하고 순수한 매력의 그지만, '도희야' 속에서 송새벽이 분한 용하는 악의 축이다. 의붓딸인 도희(김새론 분)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까지 빼앗는다. 용하 캐릭터도 쉽지 않다.
"감독님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감독님이 도희가 크면 용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어요. 그 점에 포인트를 두었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찾아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던 것 같아요. 영화에 용하가 등장할 때마다 큰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입니다. 모든 영화가 힘들었지만, '도희야'도 마찬가지였어요. 최근에 한 영화라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용하는 의붓딸 도희를 무섭게도 많이 때린다. 등이 시퍼렇게 될 때까지, 온 몸과 팔다리가 멍들 때까지 때리고 또 때린다. 도희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기도 한다. 불면 날아갈 듯한 여린 김새론과 함께 한 '액션 장면'. 송새벽은 잘 때려야 했다고 웃는다.
"새론이를 보면 때릴 곳도 없었는데…. 촬영 전에 잘 때려야 할 텐데 안 아프게 잘 때려야할텐데 보일때는 세게 맞은 것처럼 보여야 할 텐데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새론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새론 양이 '저 맞는 역할 잘 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행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론이는 대단한 배려심을 가진 친구예요. 저희끼리 매끄럽게 잘 찍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용하의 의상은 굉장히 화려하다. 통 넓은 군복 바지에 보라색과 주황색 등 보기만 해도 눈이 아픈 형형색색의 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용하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 역시 송새벽이 제안했다. 그는 군복바지와 화려한 블라우스를 들고 갔을 때 정주리 감독이 '오케이'라고 했던 일화를 털어놓는다.
"감독님에게 군복바지와 화려한 보랏빛이 감도는 셔츠를 가져갔어요. 용하는 마을의 권력자지만 또 그렇지 않은 뭔가 묘한 캐릭터이에요. 용하가 이 의상을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화려한 주황색 옷은 겉으로는 독이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담고 있는 인물의 이미지가 잘 표현됐죠."
두 번째로 칸을 찾은 김새론. 많은 것을 담아가고 싶다는 당찬 대답을 내놓는다./칸=이새롬 기자 |
◆ 김새론의 '도희야' "도희가 곧 나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새론은 어린 나이지만 벌써 칸에만 두 번째다. 어릴 때 와서 기억이 별로 없다는 김새로은 무언가를 많이 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두 번째 칸 행인 김새론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김새론 개인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때문에 영화를 보지 못한 김새론은 이곳 공식 스크리닝에서 처음 봤다. 상영 후 눈물을 보인 그. 왜그랬을까 묻자 해맑게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를 보고 정말 매우 벅차고 감동해서 울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재밌기 찍은 현장이라 기억이 정말 많이 남아요. 이렇게 큰 영화제에서 상영될 줄도 몰랐는데 상영이 돼서 정말 기뻤고 평가도 좋아서 다행입니다. (외신의 좋은 평가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칸에 오기 전 설레기도 하고 떨리고 했는데 온 지금 설레는 기분은 마찬가지예요. 즐기다가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김새론이 연기한 도희는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 분)에게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인물이다. 내면의 아픔이 있지만, 겉과 속을 알 수 있는 묘한 느낌의 아이다. 맞고 터지고를 반복하는 도희.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
"잘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도희가 저고 제가 도희라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지내는 스태프들도 많고 언니 오빠들도 많은데 가족같이 지냈어요. 저한테는 굉장한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영화에서 도희는 더 어둡고 어둡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진 않았을까. "이렇게 어두운 작품을 하면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요. 찍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배려를 해줘서 오히려 편안하게 찍어요. 그러다 금방 일상으로 돌아오면 학교에 가서 친구도 만나니 금방 적응을 해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히려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도희야'의 국내 개봉은 오는 2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