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 '겨울왕국' 천만의 힘③] '엘사' 성우 소연 "국내 애니도 천만 넘겠죠?"(인터뷰)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4.03.03 08:00 / 수정: 2014.03.03 08:26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국판 더빙에서 엘사 역을 맡아 연기한 성우 소연을 지난 25일 <더팩트>취재진이 직접 만나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김슬기 인턴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국판 더빙에서 엘사 역을 맡아 연기한 성우 소연을 지난 25일 <더팩트>취재진이 직접 만나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김슬기 인턴기자

[성지연 기자] "같이 눈사람 만들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이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다시 세웠다. 수많은 패러디물부터 다양한 2차 콘텐츠를 생산하며 부수적인 효과 또한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겨울왕국'은 개봉 46일만인 2일, 1000만 315명(배급사 기준)을 동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한 번 본 관객들은 그 감동을 잊지 못하고 2D 3D 4D에 더빙판까지 모두 챙겨보며 '겨울왕국 복습'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영상미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자랑하는 '겨울왕국'. 작품 속 삽입된 OST부터 관련 서적의 인기몰이에 모자라 영화의 한국어 더빙을 맡은 성우 또한 호평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그중 언니 엘사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소연(41)은 1999년 KBS 27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17년 차 베테랑이다. 그는 '겨울왕국'외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거쳐 간 애니메이션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고 했다. 소연을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직접 마주했다. 그에게 '겨울왕국' 흥행을 바라보는 느낌을 묻자 행복한 기분도 들지만,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떠올라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겨울왕국' 국내 흥행, 디즈니도 고개를 갸우뚱

성우 소연을 엘사 역으로 캐스팅한 것은 영화를 제작한 디즈니 본사였다./김슬기 인턴기자
성우 소연을 엘사 역으로 캐스팅한 것은 영화를 제작한 디즈니 본사였다./김슬기 인턴기자

소연을 엘사로 캐스팅한 건 영화를 제작한 디즈니 본사였다. 국내 더빙이라 한국 내에서 이뤄질 줄 알았지만, 디즈니의 더빙 배우 선정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잡했다.

"국내에서 오디션을 먼저 보고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을 디즈니 본사로 직접 보냈어요. 전 세계 약 60개국에서 '겨울왕국'이 개봉했고 영어권 외 더빙판은 약 25개국에서 이뤄졌어요. 25개국 모두 제작사인 디즈니가 직접 성우를 골랐죠. 선정 기준은 오리지널 버전 성우를 맡은 크리스틴 벨(안나) 이디나 멘젤(엘사)과 목소리가 가장 비슷한 배우를 골랐다고 해요."

소연은 더빙 성우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선정하는 디즈니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꼼꼼한 디즈니 조차 애니메이션 수요가 비교적 적은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디즈니 본사에서도 국내에서 보이고 있는 '겨울왕국 신드롬'을 보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그간 국내 디즈니 개봉작 중에서 '겨울왕국'과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 다수 개봉했었지만, 이 정도로 흥행하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흥행 요인'이라고 딱 잡아서 몇 가지 이유를 들기가 굉장히 애매해요. 개봉 시기도 좋았던 거 같고 그간 왕자-공주로 이어졌던 통속적인 러브라인이 아닌 공주들이 중심이 된 독특한 스토리, 거기에 3D로 구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소재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3D 영화를 다시금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3D 영화를 다시금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소연의 말처럼 '겨울왕국'은 그간 지지부진하던 3D 영화를 다시금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자료에 따르면 '겨울왕국'을 관람한 관객들의 상영 유형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순은 디지털-디지털더빙-3D 더빙-3D 디지털 순이다(지난 달 27일 기준). 아직까지 3D로 '겨울왕국'을 관람하는 관객보다 디지털 상영관을 찾는 관객이 많았지만, 3D 점유율은 14%를 웃돌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3D를 구현하기 가장 적합한 장르에요. 애니메이션 특성상 일반 영화보다 훨씬 정교하게 제작할 수 있죠. 특히 '겨울왕국'은 눈을 소재로 한 영화라 3D로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어요. 눈발이 날린다거나 극 중 엘사가 '렛 잇 고'를 부르며 왕국을 건설하는 장면 등이 특히 그렇죠(웃음)."

국내 더빙을 맡은 소연에게 더빙판 '겨울왕국'의 흥행이 다소 아쉬운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소연은 영화의 흥행으로 국내 성우 또한 덩달아 주목을 받은 것은 확실하지만, 다른 부분에 비해 부족한 것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더빙판을 개봉하는 상영관이 디지털보다 적어요. 극장에서도 관객들의 입맛을 고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디즈니에서 의아하게 생각하죠(웃음). 보통 더빙판을 같이 개봉하는 비영어권 국가에선 오리지널 버전보다 더빙판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가 그래요. 하지만 국내는 아이들이 아닌 이상 오리지널을 먼저 보고 재미있으면 더빙판을 찾아보는 식이죠."

◆ 천만 '겨울왕국'…"국내 애니메이션 제작환경 생각하니 부러워"

소연은 엘사의 더빙을 맡아 하며 겨울왕국을 두 번 관람했다. 그의 애칭은 겨울왕국흥행과 더불어 엘사 성우로 변화했다./김슬기 인턴기자
소연은 엘사의 더빙을 맡아 하며 '겨울왕국'을 두 번 관람했다. 그의 애칭은 '겨울왕국'흥행과 더불어 '엘사 성우'로 변화했다./김슬기 인턴기자

소연은 '겨울왕국'을 국내에서 가장 빨리 본 사람 중 한 명이다. 엘사의 더빙을 맡은 그였기에 영화를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개봉 후에도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더빙판을 시사회를 통해 관람했고 3D 디지털 버전은 딸과 함께 챙겨봤다고 했다.

"이번에 '겨울왕국'더빙도 제가 해왔던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 더빙과 다를 건 없었어요. 제가 달라진 게 아니라 성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변화한 거라 기분이 좋아요. 덕분에 저도 '엘사 성우'라는 애칭을 얻었고요(웃음)." 가장 뿌듯한 부분은 제가 본업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거예요. 언젠가부터 흥행을 위해 스타들을 더빙 배우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전문 성우들이 설 자리가 적어져 안타까웠거든요. 하지만 '겨울왕국' 더빙 이후에 전문 성우가 목소리 연기를 하니까 집중이 잘 된단 평가가 있었고 이때문에 전문 성우의 중요성을 알린 거 같아 뿌듯해요. 후배들 보기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현상으로 비춰질 것 같아서요."

소연은 겨울왕국의 천만 관객 동원을 바라보며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꿈꾸게 됐다./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겨울왕국 포스터
소연은 '겨울왕국'의 천만 관객 동원을 바라보며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꿈꾸게 됐다./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겨울왕국' 포스터

소연은 '겨울왕국'의 흥행을 바라보며 기쁜 마음과 동시에 부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소연이 느낀 부러움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었다. 그간 국내 애니메이션부터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 더빙을 맡아 했던 그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국외와 다른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겨울왕국'이 국내에서 일으킨 기적을 보고 다시 한 번 피부로 느꼈어요. 국내 애니메이션의 열악한 제작 상황을요. 2011년 개봉했던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 기억하시나요? 작품성이 좋고 영상미도 뛰어나서 국내외로 호평을 받았지만, 그뿐이었어요. '애니메이션=어린이 영화'라는 생각이 여전히 커서 그런지 '마당을 나온 암탉'이후론 눈에 띄는 창작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지 않았죠.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이 디즈니나 일본 작품과 견주어 봤을 때 무엇 하나 뒤지지 않음에도 여건이 좋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니 더욱 안타까워요."

안타까움을 토로한 소연에게 국내 애니메이션에 관한 애착이 오롯이 느껴졌다. 다양한 캐릭터에 마지막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는 '겨울왕국' 신드롬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을 보고 있었다.

"자본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없단 걸 이번 '겨울왕국' 흥행을 통해 배웠어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르네상스가 오길 바라고 있어요. '겨울왕국'만 봐도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하나가 가지고 오는 부가적인 콘텐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성우로서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제가 오리지널 더빙 배우가 되어서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요(웃음). 꼭 제가 아니더라도 국내 성우들이 오리지널 더빙 배우가 되어서 천만 관객의 영광을 누리는 그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소연은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활성화 되어서 국내 성우들이 오리지널 더빙 배우가 되는 그날을 꿈꾼다고 힘줘 말했다./김슬기 인턴기자
소연은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활성화 되어서 국내 성우들이 오리지널 더빙 배우가 되는 그날을 꿈꾼다고 힘줘 말했다./김슬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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