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씨네리뷰] '여배우는 너무해'가 아니라 감독이 너무해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4.02.26 15:53 / 수정: 2014.02.26 15:53

배우 차예련 조현재가 호흡을 맞춘 로맨틱코미디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가 27일 개봉한다./영화 여배우는 너무해포스터
배우 차예련 조현재가 호흡을 맞춘 로맨틱코미디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가 27일 개봉한다./영화 '여배우는 너무해'포스터

[성지연 기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감독 유정환, 제작 골든타이드픽쳐스, 배급 인벤트티)'가 그 주인공이다.

'여배우는 너무해'는 다수의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역전에 산다' '마파도' '스승의 은혜' 등에서 연출부와 조감독을 거친 유정환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여자 주인공은 '여고괴담4-목소리'와 '므이'등을 통해 늘씬한 몸매와 또렷한 이목구비로 주목받은 차예련이, 남자 주인공은 'GP506(2008년)'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조현재가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틱코미디에 도전장을 내민 조현재와 상큼한 여배우 차예련의 호흡에 관심이 쏠렸지만, 뚜껑을 연 '여배우는 너무해'는 기대 이하다.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차예련은 톱스타 나비 역을, 조현재는 예술영화 감독 홍진우를 맡아 열연했다./영화 스틸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차예련은 톱스타 나비 역을, 조현재는 예술영화 감독 홍진우를 맡아 열연했다./영화 스틸

'여배우는 너무해'는 발연기의 여신이라 불리는 톱스타 나비(차예련)와 작품에 정사 장면을 넣는 것으로 유명해진 예술영화 감독 홍진우(조현재)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예술영화 감독 홍진우는 그간 '에로 감독'이란 타이틀로 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다 '욕망의 실타래'란 연극으로 재기를 꾀한다. 사고뭉치 배우 나비 또한 그간 벌여놨던 자신의 실수 탓에 소속사의 협박을 받게 되고 홍 감독 작품에 울며 겨자 먹기로 출연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연극도 연기도 전혀 모르는 나비에겐 홍진우 감독 작품은 삼류작으로 느껴질 뿐이다. 특히 전라노출 장면이 삽입된 부분은 그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나비는 결국 전라노출을 대신해 줄 대역으로 자신의 친구이자 배우 지망생인 세라(이엘)를 노출 배우로 세울 작전을 세운다.

'여배우는 너무해'의 메가폰을 잡은 유정환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나비라는 철없는 인물이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고 이와 동시에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 거기에 톱스타 나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워 연예계의 숨겨진 비화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관객의 흥미를 유도했다.

여배우는 너무해는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방향을 잡지 못한 감독의 설익은 연출력이 아쉬움을 자아낸다./영화 스틸
'여배우는 너무해'는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방향을 잡지 못한 감독의 설익은 연출력이 아쉬움을 자아낸다./영화 스틸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의 설익은 연출력 탓에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거기에 로맨틱코미디의 패러디까지 뒤섞는 감독의 욕심이 더해져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할 수 없는 '맛없는 비빔밥'이 돼버렸다.

영화 초반 감독과 배우의 갈등을 그리며 앞으로 이어질 전개에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려 하지만 이어지는 전개는 억지스럽다. 두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서로를 증오하다가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더니 위기가 닥쳐오자 여자 주인공은 언제 그를 사랑했냐는 듯 두문불출하고 남자 주인공은 별다른 반응없이 술을 마신다. 이처럼 밑도 끝도 없는 극 전개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공감 대신 의문을 자아낸다.

감독은 다양한 패러디 또한 작품 속에 삽입했다. 웃음을 유발하려는 장치였지만, 오히려 어설픈 패러디는 영화의 흐름을 뚝뚝 끊게 하는 독이 됐다. 패러디는 타 로맨틱코미디에서도 자주 쓰이는 답습 코드지만 '여배우는 너무해'의 패러디 삽입이 독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부가적인 요소는 극의 탄탄한 전개가 수반됐을 때나 당위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극 중 나비(차예련)의 캐릭터는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거듭하지만, 이와 관련한 부수적인 설명 또한 부족하다./영화 스틸
극 중 나비(차예련)의 캐릭터는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거듭하지만, 이와 관련한 부수적인 설명 또한 부족하다./영화 스틸

엉성한 시나리오와 연출은 '여배우는 너무해'의 캐릭터 또한 빛을 발하지 못하게 했다. '여배우는 너무해'의 나비 캐릭터는 얼핏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비가 천송이와 다른 것은 시종일관 '밉상'으로 전락,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나비는 극 초반 자신의 연기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본을 거들떠보지 않는 뻔뻔함을 지닌 '밉상 톱스타'다. 그는 이후 내면의 상처가 있어 자신을 숨기려 하는 순진한 캐릭터로 비춰지려 노력하지만, 이에 대한 당위성은 부족하다. 거기에 나비는 범죄에 버금가는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며 일말의 죄책감 또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수적인 설명이나 언급 또한 없다. 결국,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에서 사랑스러운 '로코퀸'으로 연기변신을 꾀했던 차예련의 고군분투가 눈물겹게 느껴질 뿐이다.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 로맨틱코미디에 첫 도전장을 내민 조현재는 여배우는 너무해를 통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영화 스틸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 로맨틱코미디에 첫 도전장을 내민 조현재는 '여배우는 너무해'를 통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영화 스틸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첫 도전장을 내민 조현재 또한 안타깝다. 영화 속 홍진우 감독 역으로 열연한 그는 남자주인공인데도 불구 존재감은 미미하다. 오히려 조연으로 나온 김장우의 분량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조현재는 까칠하지만 속 깊은 마음씨가 매력적인 감독으로 분해 나비의 상처를 감싸는 감독 역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얼핏 영화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에서 주진모가 맡은 박진태 역을 연상하게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전개에선 그의 연기도 맥을 추리지 못하고. 그저 나비의 뒷수습을 해주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날리는 느끼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예련 조현재 두 배우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그간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차예련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표정연기를 보여줬으며 진지하고 부드러운 매력이 돋보였던 조현재 또한 장난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뽐내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전지현이 될 수 있었고 주진모가 될 수 있던 매력적인 두 배우의 연기 변신을 설익은 감독의 연출력과 과도한 욕심이 망쳐놓은 기분이다.

'똘끼있는' 로맨틱코미디를 원했지만, 배우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와 '감독의 똘끼'만 남은 '여배우는 너무해'가 씁쓸하기만 하다. 욕심을 덜어내고 내용을 좀 더 다듬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절반은 가지 않았을까. 개봉은 27일.

여배우는 너무해로 호흡을 맞춘 차예련(왼쪽)과 조현재./김슬기 인턴기자
'여배우는 너무해'로 호흡을 맞춘 차예련(왼쪽)과 조현재./김슬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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