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기자] 4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성(性)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관능의 법칙'이 여성 관객의 마음을 훔칠 준비를 마쳤다. 10년 전, 30대 여자 싱글들의 이야기를 다뤄 영화계 새 바람을 불고 온 '싱글즈'가 있다면, 지금은 좀 더 과감해지고 농염해진 40대가 있다.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 제작보고회에 열린 가운데 연출을 맡은 권칠인 감독을 비롯해 엄정화(45) 조민수(49) 문소리(40)가 현장에 함께했다. 실제로 40대 여배우인 이들은 일과 성,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눴다.
이전에 없었던 40대 여자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관능의 법칙'에서 엄정화는 몸 따로 생각 따로 오랜 연인과 헤어진 뒤 찾아온 연하남(이재윤)의 애정공세에 오랜만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소문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케이블TV 예능국 PD 신혜 역을 맡았다.
문소리는 여자는 사랑받기를 포기하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자신과 보내는 시간보다 낚시행이 잦아진 남편이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도발적인 주부 미연을, 조민수는 20대와 돌아간 듯 남자친구 성재와의 두근거리는 로맨스에 행복을 맛보며 다시 한번 결혼을 꿈꾸지만 눈치 없이 아직도 집에 붙어사는 다 큰딸,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친구가 섭섭하기만 한 순진한 싱글맘 해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관능의 법칙'은 지난 2012년 제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무려 1400대 1의 경쟝률을 뚫고 대상을 받은 이수아 작가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공모전 심사 당시 40대 여성들의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대담하고 유쾌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여배우들이 실제 느끼는 삶은 어떨까. 문소리는 "20대 때는 압도적으로 일이 중요했다. 어느 순간 사랑과 우정 일이 다 중요하다. 지금은 압도적으로 사랑이 중요하다. 이것은 남자와 연애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를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조민수는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을 할 때 행복한 것도 있는데 주변을 봤을 때 사랑해서 예뻐지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다른 것 같다. 일로 성취했을 때의 표정과 사랑을 하고 있을 대의 표정이 다르다. 그런 점을 봐서는 사랑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인생에서 절정이 언제인 것 같으냐는 말에 엄정화는 "항상 뜨겁고 지금이 절정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시간이 이라고 생각한다"고 현재에 가장 충실한 삶이 가장 좋다는 말을 남겼다.
문소리는 더 오래 산 여자들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나이가 들면 예전 그때가 더 아름다웠던 때로 회상하더라. 그만큼 현재는 돌아오지 않는다. 매일매일 오늘이 가장 좋고 예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민수는 "누군가는 2012년 '피에타' 이후로 절정을 맛보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배우로서 그런 말을 들으면 좋다. 하지만 항상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 인생은 100세까지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반도 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절정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관능의 법칙'은 40대 주부, 싱글맘, 아직 결혼하지 않은 골드 미스 등 세 여자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뤘다. 지난 2003년 개봉해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싱글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당시에도 여배우의 활동 폭이 매우 넓지 않았던 시점에 '싱글즈'는 좋은 자극제가됐다. 이날 현장에서도 세 여배우는 40대 여배우로서 역할 맡기가 쉽지 않다는 '돌직구'를 날렸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4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관능의 법칙'이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개봉은 다음 달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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