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용의자' 공유 "혹독했던 9개월, 군대간 것 같았다"
  • 김가연 기자
  • 입력: 2013.12.28 08:00 / 수정: 2013.12.29 12:38
배우 공유는 영화 용의자를 찍는 동안 군대에 다시 간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남윤호 기자
배우 공유는 영화 '용의자'를 찍는 동안 군대에 다시 간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남윤호 기자

[김가연 기자] "혹독했던 9개월, 다이어트 또 하기 싫다!"

배우 공유(34)는 '용의자' 시나리오를 한 번 거절했다. 그리고 지난해 KBS2 '빅'을 촬영하면서 또 한 번 제안을 받았다. '어떤 영화, 어떤 감독이길래 나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들어 원신연 감독을 만났다. 이 작품을 하지 않더라도 얼굴을 보고 거절하고 싶어서였다. 그 자리에서 만난 원 감독은 완벽하게 공유를 꼬였다. 공유는 영화에 대한 원신연 감독의 설명을 듣고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액션 영화에 도전하기로 하면서 가졌던 우려를 말끔히 씻은 채.

그렇게 공유의 혹독했던 9개월간의 여정은 시작됐다. 가족을 잃고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최정예 요원 지동철을 맡은 공유는 굶주린 짐승 같은 이미지를 위해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만들었다. 닭가슴살과 달걀만 먹으면서 꼬박 3개월 동안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만 했다. 영화는 공유의 외적인 모습만큼 내적인 심리묘사도 중요했다. 공유도 이를 알았고,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심리 표현을 위해 더 노력했다. 다시 한 번 군대에 들어간 것 같았다던 공유의 '용의자' 입소기다.

용의자는 공유의 과감한 액션 연기가 빛나는 작품. 공유는 이를 위해 3개월 동안 닭가슴살과 달걀만 먹으면서 몸을 만들었다./영화 스틸컷
'용의자'는 공유의 과감한 액션 연기가 빛나는 작품. 공유는 이를 위해 3개월 동안 닭가슴살과 달걀만 먹으면서 몸을 만들었다./영화 스틸컷

◆ "'용의자'는 액션 영화, 되도록 다 보여주자"

영화는 '액션의 절정'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액션에 치중했다. 140분간의 긴 상영 시간을 끌고 가는 것도 액션이다. 때리고 부스고 터지기를 반복한다. 화려한 액션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공유도 그것을 알았고, 그럴 바에는 오히려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되도록 많이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내용은 빼놓지 않고 말이다.

"한국영화에서 그동안 볼 수 없는 것을 찍으니까 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스태프들 모두 그 분야에서 10년의 경력이 있었는데 이들이 함께 모여 만든 액션 영화는 어떨까 기대도 컸고, 함께해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어요. 만약 누군가가 '이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한데'라고 이야기하면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작비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데 이런 양질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느냐고요. 저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은 정말 목숨을 내놓은 심정으로 열심히 했어요."

영화에 대한 공유의 자부심은 상당했다. 9개월 동안 동고동락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용의자'에 대한 공유의 마음은 남다른 듯 하다.

"(웃으면서) '용의자'는 다른 작품보다 왜 이렇게 애착이 가는 줄 모르겠어요. 액션 영화나 장르의 발전에 제가 무언가를 한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 9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마치 군대에 가서 모진 훈련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그것이 힘들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해서 좋은 '전우애' 있잖아요. 함께해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이 '용의자'를 마치고는 있었어요. 이 영화는 배우가 힘든 영화보다는 스태프들이 더 힘든 영화죠. 스태프들이 더 힘든데 힘든 내색을 거의 하지 않아요. 그것을 보고 있으면 당연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서로에게 그런 호흡들이 있어서 끝까지 유쾌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 공유는 다시는 이렇게 다이어트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영화 스틸컷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 공유는 다시는 이렇게 다이어트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영화 스틸컷

◆ "거의 대역 없이 촬영…굶주린 짐승 되어야 했다."

우선은 외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피부도 살짝 태웠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했다. 재규어를 상상하면서 굶주린 짐승을 표현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지동철의 외적인 모습에서 풍기는 몽타주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서 묻자 공유는 "다시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긴 했는데 영화를 위해서 몸을 만드는 과정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3개월 동안 밥 빵 등 일반적인 음식은 입에 댈 수 없었고 도시락을 싸서 다녔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다이어트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실제 굶주린 짐승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촬영장-집-헬스장을 오가는 생활 속에서 독기가 생기다가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 같았어요. 제 마음, 트레이너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웃음)"

13년 연기 인생동안 이토록 몸을 쓴 연기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공유는 '용의자'에 그냥 몸을 맡겼다. 뛰고 또 뛰고 넘어지고 구르고 부서지고 깨지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것은 영화에 대한 애정과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어요. 물론 조그마한 부상은 있었죠. 그동안 몸 관리를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보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죠. 제가 다치면 모든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 예정됐던 촬영에서 계속 벗어나게 되죠. 그래서 좀 더 혹독하게 몸 관리를 했던 것 같아요. 액션 장면이 다 어렵긴 했는데 교수대에서 팔을 비트는 장면은 정말 힘들었어요. 의식을 잃을 뻔했죠. 사실성을 살리려고 목을 좀 더 조여달라고 했는데 뭔가 사인이 맞지 않았는지 살짝 더 조여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차'하는 순간이 왔었죠."

의도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물에만 출연하지 않았다는 공유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이란다./남윤호 기자
의도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물에만 출연하지 않았다는 공유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이란다./남윤호 기자

◆ "장르 가리지 않아, 유부남 연기도 괜찮다."

영화는 액션에 무게를 많이 뒀지만, 이야기도 소홀하진 않았다. 맺고 끊음이 불분명해 관객에게 여운을 주지 않은 채 지동철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지동철을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잘 풀었다. 액션에 가려져 이야기가 부족할까 걱정한 것은 공유도 마찬가지다.

"지동철이 가진 감정선 중 가장 큰 축이 부성애죠. 동철이란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장 큰 숙제였어요. 영화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동철에겐 아내와 아이에 얽힌 과거가 있어요. 이를 다 이해하고 표현해야 했죠. 또 하나, 동철은 간첩이라기보다는 국외에서 일하는 브로커가 맞아요. 자기 삶은 하나도 없죠. 그러다 나라의 버림을 받게 되는데 그 사람이 느끼는 상실감은 어떨지 생각해봤어요. 상상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냥 죽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았을까요?"

'용의자'는 공유의 액션 연기 도전작이라고 크게 관심이 높았던 작품이다. 워낙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된 그이기에 공유가 액션 연기를 할 것이라곤 관객들은 좀처럼 쉽게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유는 영화 '도가니'(2011년) 등을 거치면서 틈틈이 자기 복제를 피했고, 발전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13년 차 연기자 공유에게 연기 변신은 어떤 의미일까.

"변신에 있어서 크게 의의를 두지 않아요. 영화가 처해있는 상황이 중요하지 '연기 변신을 해야겠다,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우연하게 로맨틱 코미디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려웠어요. '김종욱 찾기'(2010년)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떤 작품이든 공유가 안 보여야했죠. '용의자'는 더 심했어요. 지동철이란 인물은 철저히 공유가 배제돼야 했고 촬영하는 내내 그런 것들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했어요. '용의자'를 처음으로 보고 이질감만 들지 않는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속 공유. 이 작품 후로 공유는 로맨틱 코미디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호평받았다./MBC 화면캡처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속 공유. 이 작품 후로 공유는 로맨틱 코미디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호평받았다./MBC 화면캡처

미혼에다가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공유는 '도가니'부터 '용의자'까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을 연기했다. 유부남 연기가 다소 어렵거나 꺼려지지는 않을까. "제 나이가 벌써 34살입니다. 아이가 있어도 벌써 있을 나이죠. 친구들도 아이 아빠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유부남 연기가 어색하진 않아요"라고 박장대소했다.

"(웃으면서) 어쩌다 보니 두 편에서 유부남 연기를 했는데 역할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어려운 점은 실제 아빠는 아니다 보니 연기를 상상해서 해야 하죠.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아요. 점점 나이들면서 연륜이 쌓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고요. 배우는 본인이 가진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괜히 감추거나 세월을 역행해서 가려고 하진 않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소자본 영화에도 출연해서 관객을 끌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공유./남윤호 기자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소자본 영화에도 출연해서 관객을 끌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공유./남윤호 기자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갈 길이 더 멀지만, 공유는 어떤 배우로서 기억되고 싶을까. 단순히 상업적으로만 늙고 싶지 않다는 공유는 의미 있는 마지막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상업배우지만 그 안에서도 나눌 수도 있어요. 단순히 상업적으로만 가는 배우로 늙고 싶지 않아요. 상업적으로 소모되는 배우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관객들을 이끌 수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상업적인 성향이 강한 배우도 중요하죠. 하지만 작은 영화에도 출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상업 영화와 소자본 영화에서 모두 관객을 만족시킬만한 배우, 앞으로 갈 길이 멀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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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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