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기자] 프로듀서 프라이머리(30·본명 최동훈)가 '아이 갓 씨(I got C)' 표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음원은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프라이머리의 사과에는 표절에 관한 언급이빠졌다. 이는 결국 '아이 갓 씨'의 원곡자라고 거론된 네덜란드 뮤지션 카로 에메랄드가 조롱에 가까운 영상을 공개하는 결과를 낳았다.
프라이머리는 지난 13일 소속사 아메바컬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 글을 올렸다. MBC '무한도전-2013 자유로 가요제'에서'아이 갓 씨'의 음원이 공개된 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프라이머리는 "불미스러운 일들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미숙함으로 벌어진 일이었다"며 "'무한도전' 제작진, 박명수에게도 송구한 마음입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는 "더 큰 오해를 불러올 것이 두려워 뒤늦게 의견을 말씀드리게 된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리고 음원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자는 '무한도전'의 뜻을 최대한 존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라이머리의 공식 사과가 나온 뒤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표절 논란과 '무한도전'에 대한 사과이지 원곡자나 표절 자체에 관한 얘기는 쏙 빠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프라이머리의 사과에는 "이번 노래로 불거진 모든 사안이 하루빨리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고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을 뿐, 표절을 인정한 것도,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표절에 관한 애매한 태도에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카로 에메랄드가 행동에 나섰다. 처음 논란이 제기됐을 때 프라이머리 측이 '장르의 유사성'으로 해명했을 때도 카로 에메랄드는 말이 없었다. 대신 제작자 데이비드 슈울러스가 SNS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해 대응했다.
슈울러스는 "우리가 보기에는 프라이머리가 노래를 베꼈다고 생각한다"라며 논란을 키웠다. 이어 "논란에도 '아이 갓 씨'는 여전히 좋은 노래다. 몇 번 들어봤는데도 늘 새롭다"고 얘기하다가도 "모두가 영감을 받기 위해 다른 노래와 장르를 이용하더라도 그건 멜로디를 베끼는 것과 다른 문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로 에메랄드는 15일(한국시각) 유튜브에 '한국 팬들을 위한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표절과 관련해 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프라이머리가 이 상황과 관계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이 메시지를 널리 퍼트려주시기를 바란다"며 "아직 한국에 한 번도 간 적은 없지만 곧 한국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메시지 내용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영상속 그의 옆에는 프라이머리처럼 박스를 쓴 남성이 등장해 '프라이머리를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표절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그의 해명과 사과, '아이 갓 씨'의 음원 판매 중단, 카로 에메랄드의 대응을 지켜본 한국 팬들은 프라이머리 측과 카로 에메랄드 모두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쪽은 역시 프라이머리다.
누리꾼들은 "프라이머리의 사과는 '무한도전'에 대한 사과일 뿐이지 표절을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누리꾼은 "뮤지션의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끝까지 표절은 인정하지 못 한다는 것인가"라고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카로 에메랄드의 동영상에도 "지나친 조롱이다", "박스 쓴 남자까지 등장할 필요는 없었다"라는 댓글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프라이머리가 표절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정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사과가 문제를 키웠고 결국 카로 에메랄드 쪽의 기만 세워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16일에는 프라이머리가 2011년에 발표한 '요지경'의 뮤직비디오가 카로 에메랄드가 2009년에 낸 데뷔곡 '백 잇 업'의 뮤직비디오를 베꼈다는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정쩡한 태도와 알맹이는 쏙 빠진 사과가 문제를 더욱 키웠다.상대를 자극하고 더 기세등등하게 만들었다. 더 조롱의 대상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표절과 관련해 명확한 얘기를 꺼낼 때가 왔다. 갈수록 문제가 더 커지지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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