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씨네리뷰] 찌질하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복수, '응징자'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3.11.02 08:00 / 수정: 2013.11.02 08:00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응징자(감독 신동엽)는 학교폭력의 피해를 소재로 현실적인 복수를 그리며 진정한 선과 악에 대한 의미를 묻고 있다./영화 응징자포스터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응징자(감독 신동엽)'는 학교폭력의 피해를 소재로 현실적인 복수를 그리며 진정한 선과 악에 대한 의미를 묻고 있다./영화 '응징자'포스터

[성지연 기자] 영화 '응징자(감독 신동엽, 제작 엔브릭스픽쳐스)'의 시작은 손에 캐러멜을 쥔 채 학교 운동장을 전력 질주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부모 없이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준석(주상욱 분)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같은 반 친구 창식(양동근 분)에게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하루하루가 지옥인 준석은 남몰래 눈물을 삼킨다. 하지만 그에게도 작은 희망은 있다. 바로 자신을 응원해 주는 여자 친구다. 준석은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악마 같은 창식의 행동을 묵묵히 견뎌낸다.

하지만 준석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만다. 창식이 그가 보는 앞에서 여자 친구를 강간한 것. 준석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창식은 어떠한 벌도 받지 않은 채 부유한 집안 덕택에 화를 모면한다.

불공평한 이들의 인생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없다. 학교를 그만둔 준석은 짧은 가방끈 때문에 변변치 않은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준석 앞에 우연히 나타난 창식은 대기업 팀장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으며 외제 차에 '쭉쭉빵빵'한 여자 친구도 함께 있다. 거기에 보너스, 준석을 만난 창식은 "준석아. 나는 학창시절이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다"며 이죽거린다. 준석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 끝나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준석은 창식을 향한 처절한 '응징'을 결심한다.

영화 응징자에서 준석(주상욱 분)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으로 창식(양동근 분)에게 복수한다./영화 응징자 스틸 사진
영화 '응징자'에서 준석(주상욱 분)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으로 창식(양동근 분)에게 복수한다./영화 '응징자' 스틸 사진

'응징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삼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사회에 나가서도 제2차 피해를 보며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관객들은 불공평한 현실 속에서 괴물로 변해가는 준석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응징자'에서 보여주는 잔인한 복수극은 솔직히 말해 '영화처럼' 대단하지 않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주상욱 또한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맡은 캐릭터 준석이는 조금 찌질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시면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응징자'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을 받을 정도로 과격한 장면과 욕설이 난무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말고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준석이 보여주는 '응징'은 그간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여줬던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응징자'는 끝나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의가 승리하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말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작품 전반에서 전달하고 있다. 신동엽 감독은 "피해자였던 준석이 '응징'을 통해 가해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선과 악에 대한 의미를 묻고 싶었다"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설명했다. 극 초반, 찌질한 주상욱의 복수극에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도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이 그려낸 차가운 영화 속 현실을 곱씹어 보면 씁쓸한 뒷맛이 가시질 않는 이유다.

응징자의 주연 배우 주상욱(왼쪽)과 양동근이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응징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이영훈 인턴기자
'응징자'의 주연 배우 주상욱(왼쪽)과 양동근이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응징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이영훈 인턴기자


배우들의 연기 변신만 놓고 보자면 흥미롭다. "평생 할 욕을 '응징자'에서 다 해봤다"던 양동근의 말처럼 그는 작품 속에서 내내 욕을 달고 다닌다. 보는 이가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찰진 욕을 내뱉는 그가 정말 연습으로 만든 실력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주배우'의 변신도 즐겁다. 창식을 연기한 주상욱은 영화 속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간 보여줬던 신사다운 이미지를 깨고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으로 복수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피를 철철 흘리고 온몸에 멍이 들어가면서도 얼굴에는 연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준석은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좋은 점은 딱 하나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보다 잃을 것이 없는 것이다"고 말하며 섬뜩하게 웃는다. 그간 '실장님'으로 불렸던 주상욱이 '응징자'에서 과장을 조금 보태 거지꼴을 하고 나오는 것을 보면 신선한 느낌이 든다. 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실장님' 말고도 다양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듯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소 어설픈 조연들의 연기력과 허무한 결말, 엉성하게 흘러가는 전개다. 과거를 회상하며 학창시절부터 흘러가는 흐름은 좋았지만, 양동근이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 등 극의 흐름과는 관계없는 장면을 많이 넣어 정작 중요한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양동근은 앞서 열린 '응징자' 기자간담회에서 "리뷰를 나쁘게 쓰면 응징한다"고 협박하며 "감독판 편집본을 기대한다"고 내심 감독을 압박했다. 주상욱은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보라"는 '쿨'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응징자'는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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