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붉은 가족' 김기덕, 자본주의 극장에 뿔나 "왜 극장 안주냐고!"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3.10.31 17:32 / 수정: 2013.10.31 17:32

김기덕 필름이 제작한 영화 붉은 가족이 다음 달 개봉을 확정지었지만 영화를 틀어줄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영화 붉은 가족포스터
김기덕 필름이 제작한 영화 '붉은 가족'이 다음 달 개봉을 확정지었지만 영화를 틀어줄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영화 '붉은 가족'포스터


[성지연 기자] "불법다운로드라도 해서 영화를 봐주세요"

김기덕(52) 감독은 영화 '붉은 가족'을 소개하며 "내가 감독한 영화를 가지고 나오는 것보다 더 떨린다"라고 말했지만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CGV에서 언론시사회를 하고 기자간담회를 한 '붉은 가족'이었지만 이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CGV 상영관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 붉은 가족.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영관을 찾지 못해 당장 다음 달 6일 개봉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김기덕필름 제공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 '붉은 가족'.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영관을 찾지 못해 당장 다음 달 6일 개봉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김기덕필름 제공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붉은 가족(감독 이주형, 제작 김기덕필름)의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김유미, 정우, 박소영, 손병호와 이주형 감독, 김기덕 감독이 참석했다.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로 국내 개봉 전부터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호평받았다. 하지만 당장 개봉일을 다음 달 6일로 확정 지은 국내 상황은 달랐다. 작품성을 인정받기는커녕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저예산 영화인 '붉은 가족'을 상영하겠다는 극장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붉은 가족은 남파 간첩들이 위장해 남한에서 생활하며 겪는 이념갈등에 대해 그리고 있다./영화 붉은 가족스틸 사진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붉은 가족'은 남파 간첩들이 위장해 남한에서 생활하며 겪는 이념갈등에 대해 그리고 있다./영화 '붉은 가족'스틸 사진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CGV 관계자들을 언론시사회에 초대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극장을 내주지 않는데 결국 우리가 극장을 사서 영화를 틀어야 할 판"이라며 섭섭한 마음을 직접 표현했다. 김기덕 감독은 이어 "이 작품을 흥행을 위해 만든 영화도 아니고 배우들 또한 돈 때문에 참여한 영화는 아니지만, 관객들이 많이 봐야 하는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라며 "다른 남북영화들과 순수한 경쟁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불법다운 로드라도 해서 많이 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붉은 가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듯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이자 같은 남북 이야기를 다룬 작품 '동창생(감독 박홍수)'과 자신의 작품을 서스럼없이 비교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김기덕 감독은 "남북영화는 젊은 톱스타를 내세워 영화를 만든다거나 오락적인 요소를 넣는 것보다 '누군가를 지도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진심을 관객들이 알아봐 줄 수 있게 만들었다. 관객 수나 예산에 있어서는 '동창생'을 따라가진 못해도 작품성에서 있어서 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기덕과 손병호는 이날 붉은 가족의 극장 상영을 위해 강경한 어조로 작품성을 강조했다./영화 붉은 가족포스터
김기덕과 손병호는 이날 '붉은 가족'의 극장 상영을 위해 강경한 어조로 작품성을 강조했다./영화 '붉은 가족'포스터

김기덕 감독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손병호 또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이크를 잡았다. 손병호는 "저예산 영화라고 해서 극장을 주지 않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 관객들에게도 손해다"며 "이렇게 좋은 영화가 소리 없이 묻힌다는 것은 굉장히 억울하다"라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붉은 가족'이외에도 좋은 저예산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영화관에서 만들어주는 노력이 영화 관계자들에게 필요하다.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손을 잡아달라"며 눈을 번뜩였다.

과격하지만 확신에 찬 김기덕과 손병호의 화법에서 '붉은 가족'이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게 묻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자신감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김기덕 감독의 말대로 편법을 통해 '붉은 가족'을 만나야 할 수도 있다.

'붉은 가족'은 네 명의 남파 간첩들이 위장된 가족을 구성해 생활하며 가족과 이념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기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정우, 김유미, 손병호, 박소영이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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