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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인조 보이그룹 유키스의 막내 동호가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팀을 탈퇴,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다./더팩트DB |
[성지연 기자] 7인조 보이그룹 유키스의 막내 동호(19·본명 신동호)가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팀을 탈퇴했다.
유키스의 소속사 NH 미디어 관계자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관계자는 16일 "동호 스스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적응을 힘들어했다. 15살에 데뷔해 가수는 물론 연기자와 예능 활동 모두 다 버거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호가 활동하면서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결국, 가수 생활에 지금의 몸 상태가 적합하지 않다는 뜻도 알려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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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멤버로 있다가 팀을 탈퇴한 에이핑크 홍유경, 원더걸스 선미, 유키스 동호, 걸스데이 지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더팩트DB |
사실 동호의 연예계 잠정 은퇴 소식이 유키스의 팬이 아닌 이상에야 아쉬울 이유가 없다. 솔직히 말해 아이돌 멤버의 탈퇴나 나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이 빈번한 요즘, 동호의 탈퇴 소식은 하루 정도 이슈가 됐다가 사라지는 뉴스거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탈퇴 선언이 유독 씁쓸한 이유는 동호의 이야기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든 아이돌 그룹이 안고 있는 '말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소속사의 말처럼 동호가 연예인이란 직업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면, 그는 왜 초등학교 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꾸며 힘든 연습생 시절을 겪어냈던 걸까? 그가 정말 힘들어 했던 것은 연예인이란 직업이 아닌 '아이돌'이란 직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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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엔터테인먼트의 12인조 아이돌 엑소(위)와 YG엔터테인먼트의 서바이벌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윈'의 멤버들./더팩트DB |
과거 그룹 H.O.T와 젝스키스부터 시작됐던 '아이돌 열풍'은 지금까지 식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대형 기획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돌을 양산하기에 바쁘다. '힙합돌'부터 시작해서 '밴드돌'까지 다양하다. SM 엔터테인먼트의 12인조 아이돌 엑소를 보고 있노라면 '너희들이 누굴 좋아할지 몰라서 다양하게 준비해 봤다'는 하상욱 시인의 글이 생각날 정도다. YG 엔터테인먼트 에서는 최근 A팀과 B팀을 나눠 한 팀만 데뷔시키는 서바이벌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WIN'을 방송하기도 한다. 불안한 눈빛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사장님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춤을 추는 어린 소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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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요계를 가득채운 아이돌 그룹들. 하지만 이들의 땀방울에 비례해 실제로 '스타'가 되는 아이돌은 많지 않다(해당 사진은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영훈 인턴기자, 더팩트DB |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비례해서 실제로 '스타'가 되는 아이돌은 많지 않다. 기획사에 발탁된 멤버들은 어린 나이에 학업을 포기하고 개인 생활을 포기한 채 몇년 동안 연습에 매진하지만, 데뷔도 불확실하고 데뷔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동호 같은 경우는 성공한 사례에 드는 경우다. 최근 인터뷰했던 모 걸그룹 멤버는 "기획사를 전전하며 연습생을 5년 정도 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차가운 자취방에서 혼자 잠이 들며 항상 외롭고 불안했다. 나이를 먹어가는데 데뷔를 못해서 무서웠다"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명에 가깝다. 아이돌 멤버들이 가진 문제가 정말로 개인적인 능력, 혹은 역량에서 시작되는 일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동호의 탈퇴 선언이 유독 매서운 가을 날씨만큼이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지금까지 인터뷰하며 만났던 신인 아이돌 멤버들이 떠올라서 더욱 그랬다. 그들은 항상 짜놓은 듯이 인터뷰 말미에 자신들의 향후 다짐을 외치곤 했었다. "꼭 신인상 받고 싶어요!", "연습생만 5년 했어요. 죽을 각오로 데뷔했어요!", "이번엔 꼭 뜰겁니다!"
누가 아이돌의 삶을 화려하다 했던가.
amysung@tf.co.kr
연예팀 ssent@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