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人터뷰後] 문소리, 누가 심각한 여배우래?!
  • 이다원 기자
  • 입력: 2013.09.18 08:00 / 수정: 2013.09.18 08:00
문소리가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최진석 기자
문소리가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최진석 기자

[ 이다원 기자] 영화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을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문소리' 석 자를 떠올리며 '아~묵직한 여배우!'라고 평가한다. 그런 까닭에 배우 문소리(39)의 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은 관객을 갸웃거리게 했다. 대체 이 심각한 여배우에게 누가 웃음을 맡긴단 말인가.

그러나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문소리는 사람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여실히 보여줬다. 뇌성마비 장애인이나 촌스러운 80년대 '첫사랑녀'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이 하늘거리는 연갈색 블라우스와 각선미가 도드라지는 펜슬스커트로 멋을 낸 게 영락없이 도도한 여배우였다. '문소리가 이렇게 섹시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또 한 번의 반전은 그의 입술이 열리자마자 찾아왔다. 유창한 언변과 호탕한 웃음소리, 일상에서 차용한 코믹 에피소드들을 연신 폭포수처럼 쏟아내는데 1시간이 모자를 정도였다. 마침 창밖으로 가을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붓는 것이 이불 속에서 옆집 언니와 수다 떠는 장면마저 오버랩됐다.

문소리가 영화 스파이에서 현란한 몸개그를 펼치며 숨겨뒀던 개그 감각을 펼치고 있다./영화 스파이 공식 포스터
문소리가 영화 '스파이'에서 현란한 몸개그를 펼치며 숨겨뒀던 개그 감각을 펼치고 있다./영화 '스파이' 공식 포스터

"제가 망가졌다고요? 몸 쓰는 게 생활화된 것 같아요. 그냥 말할 때도 손을 쓰거나 눈썹을 찡그리고 표정이 자주 변해서 드라마 촬영할 때 혼날 정도였다니까요."

한 문장을 말할 때에도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중국 가면극 '변검'에 비유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그런 점이 '심각한' 문소리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 묵직한 여배우의 개그 연기에 대한 기대가 점점 고조됐다. 개그 감각이 선천적인 것 같다고 하니 손사래를 쳤다.

"에이, 아녜요. 전 TV도 전혀 안 보는 걸요. 그 유명한 KBS2 '개그콘서트' 유행어도 다니엘 헤니가 제게 가르쳐준다니까요. 어느 날 와서 저한테 '느낌 아니까~' 막 이러길래 '그게 뭐냐'고 하니까 요즘 유행하는 대사라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헤니한테 제가 배워요. 호호."

단순한 에피소드도 그 입술을 통해 흘러나오니 웃음기가 묻어났다. 빗소리 속에서 수다를 떨다가 문득 막걸리가 당기는 걸 보니 '이 배우, 진국이긴 진국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장준환 감독과 예쁜 딸 아이로 화제가 집중됐을 때에는 여배우가 아닌 행복한 여자로서 느낌이 풍겨 나왔다. 1시간 동안 다양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같이 연기한 다니엘 헤니나 설경구 씨보다 저희 남편이 더 설레요. 왜냐하면 일주일에 몇 번 못 보니까. 호호. 사실 결혼이 여배우에게 덫이 될 수도 있지만 전 그만큼 얻는 것도 이해하게 되는 것도 많아진다고 봐요. 만약 혼자 살았다면 온종일 무심한 표정이나 피식 웃는 표정 정도 짓고 살았겠죠. 근데 제가 결혼하고 애도 낳아보니까 집에 들어가면 '연두야(딸 이름)'하고 입꼬리부터 달라져요. 물론 애 키우는 게 힘들지만 이게 행복이지 않을까요?"

조리 있게 말하는 그를 두고 이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문소리, 누가 심각한 여배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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