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의 어떤씨네] '뫼비우스', 성(性)과 욕망에 관한 김기덕식 '돌직구' (리뷰)
-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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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9.05 10:40 / 수정: 2013.09.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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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를 구상하면서 김기덕 감독이 직접 그린 그림(왼쪽)에는 감독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국내용 포스터에는 영화의 관계도가 잘 표현됐다./영화 포스터
[김가연 기자]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기덕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논란이 된다. 상영 등급부터 삐거덕거린 '뫼비우스'는 국내·외에서 나란히 공개되며 영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 영화는 누가 뭐래도 김기덕의 영화다.
'뫼비우스'는 남편의 외도에 증오심을 불태우는 한 여자의 싸늘한 시선에서 시작된다. 여자는 남편의 외도를 바라만 보다 남편에 대한 복수로 그의 성기를 자르려 한다. 실패한 여자는 아들의 성기를 자르고 도망치듯 맨발로 뛰쳐나가 거리로 사라진다. 그 사이 남자는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고 성기가 없어진 아들은 학급 친구들 혹은 사회적 시선에 견디지 못하면서 점점 비뚤어진다.
남자는 불행의 원인이 된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지만, 아들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두 사람은 같은 아픔을 나누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그 무렵, 어느 날 집을 나갔던 여자가 돌아오면서 이 가족은 파멸의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김기덕의 영화다. 성(性)과 가정, 가족의 의미에 대해 남다른 시각을 보였던 김 감독은 '뫼비우스'에서 그 모든 것을 폭발시킨 듯하다. 가족과 욕망, 성기로 이어지는 카테고리는 끊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인다.
이를 표현하는 김기덕식 언어는 매우 거칠다. 성적이고 폭력적이며 신체적 정신적 폭력도 난무한다. 성기 절단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며 직계가족 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장면이 꿈처럼 몽롱하게 그려진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두 번이나 제한상영가(제한상영가 전용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국내에는 제한상영가 전용극장이 없어 사실상 국내 개봉이 불투명하다고 여겨짐)를 받을 만큼 영화의 선은 짙고도 짙다. 김 감독은 영등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2분 30초가량을 과감하게 쳐냈지만, 영화를 보면서 김 감독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칭한 삭제된 장면을 예상하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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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국내·외 팬들의 시선을 끈 조재현 이은우 서영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영화 스틸컷
표현방식은 거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 감독은 앞서 여러 편의 영화에서도 성과 가족의 의미를 넣어 인간이 가진 밑바닥의 감정을 건드렸다. 김 감독이 영화에서 늘 이야기하고자 했던 인간의 본성, 그리고 죄를 짓는 방식과 구원의 표출이다. 전작인 '피에타'(2012년)에서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 갇혀서 사는 남자의 입을 빌려 죄와 구원에 관해 이야기했다.
인간이 폭력적인 본성을 드러내고 죄를 짓게 되는 이유로 자본을 택했던 '피에타'와 달리 김 감독은 '뫼비우스'에서 성욕을 가져왔다. 아내에게 거세당한 아들을 위해 남편은 자신의 욕구 표출의 통로인 성기를 자르면서 속죄하려고 한다. 아들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원하는 구원자로서 역할도 한다.
김 감독은 '뫼비우스'에서 욕망을 거세당한 이후의 모습도 그린다. 성기 즉, 욕망을 거세당한 남자에게 욕망은 없을까. 그에 따르면 욕망은 다른 방법으로 표출된다. 스킨 마스터베이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보여줌으로써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은 '뫼비우스'를 통해 거세당할 수 없는 욕망, 그 욕망에서 비롯된 죄와 구원을 '뫼비우스의 띠'로 표현했다.
그의 방법은 누가 뭐래도 노골적이고 아프다. 전작 '피에타'에서 조금은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면서 김기덕 영화를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평도 들었지만, 김기덕은 '뫼비우스'로 김기덕 영화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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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뫼비우스'. 현지에서 상영돼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베니스의 화제작이 됐다./호호호비치 제공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뛰어나다. 배우를 고르는 안목이 탁월한 김 감독답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들 세 배우를 적절하게 캐스팅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11년 만에 김기덕 감독과 재회한 조재현은 남자를, 신예 이은우는 여자를 연기했다. 첫 주연작 '범죄소년'(2012년)으로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서영주의 연기는 날카롭다. 대사 한마디도 없는 저들의 연기를 누가 대신할 수 있었을까.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조재현은 영화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보기 힘들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시고 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을까. 왜 이 영화를 하고자 했을까. 그럼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조재현이 말한 것이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로 보인다.
영화는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장면이 곳곳에 눈에 띌 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국내에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전 세계에서도 국내 개봉본으로 볼 수 있다. 단,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만큼 베니스에서만 2분 30초를 살린 무삭제판을 상영했다. 개봉은 5일.
한 줄 평: '뫼비우스', 김기덕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보는 것은 김기덕 ★★★
 cream0901@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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