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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담여울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수지가 25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더팩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
[ 이다원 기자] '국민 첫사랑'의 이미지가 채 지워지기도 전에 '국민 꽃도령'으로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상큼하고 때론 말괄량이 같은 매력을 선물한 여배우. 이제야 갓 20대에 접어든 재기발랄한 그에게 대한민국은 '로망'을 읽어내고 있다.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이자 연기자로 거듭난 수지(19·본명 배수지)는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다가와 습자지처럼 안방극장을 흡수해버렸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에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종영 인터뷰차 만난 수지는 예전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고운 자태는 물론 말투와 생각까지 10대의 껍질을 깨고 좀 더 어른스러워진 그는 <더팩트>과 인터뷰 내내 순수와 열정을 오가며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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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오른쪽)가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함께 나온 이승기와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
수지를 만나기 전 그에 대한 선입견은 그저 그림 같은 아이였다. '청순미의 대명사' 혹은 '국민 첫사랑'이 여기자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듯 그냥 스쳐 지나가는 그림처럼 '예쁜 여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말문을 여니 10초도 지나지 않아 블랙홀 같은 흡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인의 로망'다운 매력이었다. 연기자로서 받는 질문에도 그는 굉장히 솔직했다.
"'수지의 재발견'이라고요? 헤헤. 아직 많이 부족한데 시청자분들이 담여울의 시각에서 봐주셔서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나름 뿌듯한 부분도 많고요. 열심히 했는데 그걸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기뻤고, 제가 노력한 만큼 칭찬도 해주셔서 기분이 좋네요."
다음 작품에 대한 욕심도 그는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전 아직 제가 잘할 수 있는 역을 하고 싶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하고 싶은 역이 분명히 있긴 해요. 팜므파탈! 호호.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치명적인 멜로물에서 거부할 수 없는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도둑들'에서 전지현 씨가 맡았던 '예니콜'같은 역이요. 저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액션도 욕심나네요. '아이리스'같은 액션물도 탐나고요. 아니면 단검이나 장총을 들고 하는 액션신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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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있다. |
이제 우리 나이로 20살이 된 여배우치고 참 맹랑한 대답이다. 팬들에게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을 나이일 텐데도 그것보다는 호기심과 열정이 그를 가득채운 것 같았다. 순간 '구가의 서'의 '담여울'과 오버랩됐다.
"음, 담여울의 드라마 속 사랑 방식이 저와 비슷해요. 그래서 더욱 공감 가는 대사도 많았고요. 이성 관계를 떠나서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마음을 표현하고 싶고 뭔가 계속해주고 싶은 그런 점이 저랑 담여울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그 상대가 원치 않아도 계속 사랑하는 그런 마음에 저도 모르게 공감을 많이 했죠. 근데 다른 점도 있어요. 전 담여울처럼 아빠한테 애교를 많이 부리지 못해요. 엄청 무뚝뚝한 편이죠. 한데 요즘은 방송을 하다보니까 '오글'거려도 애교를 부려야 하기에 할 것 다하고 있는데! 헤헤. 사실 전 좀 심심한 스타일이에요."
인터뷰 내내 입을 벌리며 까르르 웃는 그에게서 순수한 면모가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짓궂은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상대역 이승기와 농도 짙은 키스신, 그래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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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가 이승기와 진한 키스신을 펼치고 있다./MBC '구가의 서' 방송 캡처 |
"아~그땐 솔직히 민망했어요. 키스신이라는 게 '자, 이제 찍읍시다'하고 찍을 수 있는 장면이 아니잖아요. 진짜 서로 부끄럽거든요. 근데 제작진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그저 단순한 촬영이라 그런지 감독님이 '너희 입 좀 대봐, 자세 좀 잡아봐'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는데 처음엔 정말 당황했죠. 진짜 웃겼거든요. 무슨 자세를 어떻게 잡으라는 건지! 근데 현장이 계속 그렇게 돌아가니까 부끄러워할 시간도 없더라고요. 나중엔 익숙해져서 여러 각도로 오래 찍었죠."
수지다운 명쾌한 대답이었다. 한밤에 놀러 온 옆집 동생처럼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사실 '구가의 서'가 첫 사극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다행히 괜찮았어요. 왜냐하면 전 어딜 가나 막내라서 아무도 큰 강요를 하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촬영장에만 가면 더 밝아지고 인사도 더 크게 하게 되고 정말 즐거웠던 것 같아요. 첫 사극 어떻게 준비했냐고요? 대본을 정말 많이 보면서 '담여울'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걸 뭐라 그러죠? '빙의'라고 하나요? 하하하."
이렇게나 밝은 아이가 지난달 20일 열린 '구가의 서' 기자간담회에서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무도 이유를 몰랐기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됐던 차였다.
"글쎄요. 진짜 그때 내가 왜 울었을까.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복합적인 이유였던 것 같아요. 뭐 딱히 울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가끔 내 상황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어버릴 때가 많을 만큼 진짜 바쁘고 잠도 못 자서 그런 것 같아요. 게다가 옆에서 이승기 씨가 위로까지 해주셔서 북받쳤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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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가 특유의 청순미를 뽐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그때를 회상하니 다시 마음이 먹먹해지는 듯했다. 그만큼 힘들었고 정들었던 '구가의 서'를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심정이 궁금했다.
"시원섭섭하긴 한데요. 사실 시원한 게 비중이 더 커요. 호호. 스태프랑 배우들 모두 고생 많았는데 마무리가 잘 되고 결과까지 좋아서 정말 기분 좋고요. 아쉬운 부분도 많고 연기를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미련도 남네요. 좋은 경험이었고 '구가의 서' 팀과 정도 많이 들었는데…. 이젠 휴식도 취하면서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요. 그리고 못 만나던 친구랑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려고요. 아, 맞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강아지를 본가에 맡겼는데 이제 다시 데려와야겠어요. 설레네요."
'대체 불가능한 20대 여배우'란 수식어보다 '국민 로망', '국민 매력녀'라는 수식어가 더욱 잘 어울릴 것 같은 연기자. 여기자도 홀리게 할 만큼 흡인력 강한 그에게서 앞으로 더욱 비상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제부터는 '수지'라 쓰고 '로망'이라 읽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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