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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과 달라진 공포와 자극으로 공포영화 시리즈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서운 이야기2'./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 |
[김가연 기자] 매년 꾸준히 공포영화가 스크린에 오르지만 흥행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해마다 6~7월이면 극장가를 공략하던 공포영화가 이제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금지'와 '두 개의 달'이 전부였으며 올해도 '무서운 이야기2'와 '더 웹툰: 예고살인'뿐이다. 무엇보다 '여고괴담' 시리즈와 '고사' 시리즈로 이어지던 공포 영화의 시리즈물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아쉽다. 하지만 5일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2'가 공포영화 시리즈의 명맥을 어느 정도 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서운 이야기2'는 세 편의 짧은 이야기를 갖고 전체를 아우르는 '브릿지 스토리' 안에 담았다. 4편의 영화가 한데 묶어져 있는 셈이다. 보험회사 부장(박성웅)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직원(이세영)이 '절벽' '사고' '탈출'이라는 미해결 사건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민규동 감독과 김성호 김휘 정범식 감독이 한 편씩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사후세계 모습을 담아낸 '무서운 이야기2'에서 '절벽'은 절벽 자체가 죽은 자들의 공간으로 그려지며 '사고'편에서는 '귀천신당'이라는 동양적인 사후 세계가 등장한다. '탈출'에서 사후세계는 현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기이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관객은 세 편의 짤막한 일화를 통해 상상 속에서만 있던 사후 세계를 이미지화 해볼 수 있다.
'무서운 이야기2'는 '무서운 이야기' 후속편으로 나왔지만, 전편과 상당히 다르다. 1편보다 공포감의 강도는 훨씬 줄었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눈에 띈다. 특히 마지막 편인 '탈출'은 피가 철철 흐르고 귀신이 나오는 기존 공포영화의 틀을 따라가지만,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은 위트가 넘쳐 흐른다. '무서운 이야기1'이 단순히 사람의 감정을 극한의 공포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무서운 이야기2'는 한 단계 나아가 공포와 유머를 잡았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전편인 '무서운 이야기'와 상당히 다른 구조다. 공포 영화를 소비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연출됐다. 1편이 무섭고 또 무서운 데 집중했다면 2편은 무서운 것만 집중하지 않고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더욱 살렸다. 한국 공포 영화의 시리즈가 재탄생 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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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공포영화 시리즈물의 대표적인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영화 포스터 |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 중 대표적인 것은 '여고괴담'이다. 지난 1998년 1편을 상영한 '여고괴담'은 2009년까지 5편의 시리즈물을 내면서 한국 공포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여고괴담'이 배출한 스타도 여럿 있다. 최강희 김규리 박예진 김옥빈 송지효 박한별 오연서 등은 '여고괴담'에서 주연을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활동 영역을 넓혀 지금까지 배우로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여고괴담'은 2009년 이후 찾아볼 수 없게 됐는데 가장 큰 이유는 소재고갈이다. 여고생 혹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괴담만을 다루는 형식으로 가다 보니 5편 이후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후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2010) 등 '고사' 시리즈가 공포 영화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이 역시 흔한 학원물이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교 괴담은 공포 영화의 잦은 소재로 사용됐다. 공포 영화의 관객층이 10대다 보니 소비에 맞는 공급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치마를 입은 얼굴 없는 귀신이 학교를 떠돌아 다니고, 발목 없는 귀신이 통통거리면서 뛰어다니는 공포에 누가 관심을 두겠는가. 소재고갈이 영화의 한계를 만든 것"이라고 쇠퇴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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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영화 '링'(위)와 외화 '엑소시스트'./영화 스틸컷 및 포스터 |
소재고갈도 문제지만, 시리즈 물은 전편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관객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TV 속에서 귀신이 스멀스멀 나오는 장면으로 유명한 일본 대표 공포영화 '링'(1998)은 '링2'(2000) '링-라센'(2000) '링0-버스데이'(2003)까지 4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첫 번째 작품인 '링'은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인 공포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점점 진부해지는 이야기 구조와 뻔한 공포, 자극으로 관객들에게 '허무하다,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링'(2002)' '링2'(2005)'에 이어 3D 기법을 사용한 '링 3D'(2011)까지 이어갔지만, 흥행에선 쓴맛을 봤다.
공포영화 시리즈물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엑소시스트'(1973)가 손꼽힌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품격있는 전설의 호러물'로 불리는 '엑소시스트'는 '엑소시스트2'(1979) '엑소시스트3'(1991) '엑소시스트4-비기닝'(2003) '엑소시스트5-오리지널 프리퀼'(2005)까지 30여 년동안 5편의 시리즈를 만들었다. 특히 '엑소시스트 저주'라고 해서 이 작품을 촬영했던 많은 관계자가 불운이 닥쳐왔다는 일화가 더해지면서 영화의 공포감은 극대화됐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영화 관계자는 "공포영화 시리즈물은 다른 시리즈물과 차이가 있다. 극한의 공포를 이끌어내면서 시리즈 영화라는 색깔을 잃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액션 영화가 기술의 진보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다르다. '링 3D'가 외면받은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이 어떤 부분에서 공포심을 느끼는지를 잘 파악해서 영화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무서운 이야기2'는 전편과 다른 길을 걸으려 했고 한층 새로운 공포 자극을 주려고 노력했다는 이유에서 시리즈물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영화 간담회 자리에서 민규동 감독은 '무서운 이야기3'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서운 이야기'가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길을 마련할 수 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볼 부분이다.
한줄평: 달콤살벌 쌉쌀한 오만가지 맛, 시리즈물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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