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보도-벗으라면 벗겠어요①] 섹시화보는 '신인등용문'?…스마트폰시대 자화상
  • 이다원 기자
  • 입력: 2013.05.25 09:19 / 수정: 2013.05.28 11:03

섹시 화보가 허윤미(왼쪽), 한규리 등의 신예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신인등용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터치걸, 핫이슈컴퍼니 제공
섹시 화보가 허윤미(왼쪽), 한규리 등의 신예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신인등용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터치걸, 핫이슈컴퍼니 제공

[ 이다원 기자] '섹시 화보' 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겉으로는 연예계의 '신인등용문'으로 떠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영 딴판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일상화되면서 연예가 핫 아이템으로 다시 떠오르던 '19금 섹시화보 시장'이 변화의 거센 물결에 휘말려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신인등용문'은 아이러니하게도 A급 스타들을 쓸 수 없는 화보 시장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기획사들은 퇴조하는 화보 시장에서 무명의 신인 모델들을 찾아 새로운 마케팅 창구를 개척하며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외화내빈'의 진통을 겪고 있는 '섹시 화보 시장'을 집중 조명했다.

2013년 5월 현재 섹시 화보 업계의 수익률은 제로에 가깝다. 이를 두고 모바일 화보 시대의 부흥을 이끌었던 한 관계자는 24일 <더팩트>과 전화통화에서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화보 업계가 사양 산업이 됐다. 지금은 사업을 접을 수 없어 겨우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인 지난 2006년 이동통신사들은 저마다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코리아 그라비아 화보나, 스타화보, 누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 연 6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구축했다. 콘텐츠를 유료로 결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됐기에 대규모 매출도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시장 판도는 급변했다. 섹시 화보 감상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설치가 번거롭게 느껴지고 무료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건당 유료 결제가 아닌 광고 유치로 수익 모델이 바뀐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는 이런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했지만 스마트폰 유저들이 광고를 더 이상 터치하지 않게 되자 이마저도 유지가 어렵게 됐다.

한때 600억 원 규모의 모바일 화보를 점령했던 스타화보와 코리아 그라비아 화보./스타화보, 코리아 그라비아 제공
한때 600억 원 규모의 모바일 화보를 점령했던 스타화보와 코리아 그라비아 화보./스타화보, 코리아 그라비아 제공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예전 섹시 화보가 앨범 패키지당 무조건 2000원이 결제가 됐다면 지금은 화보 한 장당 30~70원 정도 과금된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금액"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화보를 제작하는 건 무리다. 그래서 기존 업체들이 예전 촬영했던 사진들을 무료 콘텐츠로 재사용했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스토어에서는 성인 콘텐츠의 규제도 무척 심하다. 그런 어플리케이션을 올려도 다 잘린다. 성인인증을 해도 볼 수 없다"며 "어느 스토어는 '비키니 화보의 배경은 수영장이 아니면 다 규제한다'는 방침이 있을 정도다. 예전엔 펜션 화보도 가능했는데 이젠 제작업체가 비키니 화보를 찍으려면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야하는 것이다. 그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누가 새로운 화보를 찍겠느냐"고 답답해했다.

또 통신기술과 SNS의 발달로 쉽게 성인콘텐츠를 구하고 공유하게 되면서 성인 화보 유료 콘텐츠의 경쟁력이 떨어진 점도 시장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클릭 몇 번이면 성인 콘텐츠를 열어 볼 수 있고, 국내 콘텐츠뿐만 아니라 외국의 모든 콘텐츠를 거의 무료로 볼 수 있는 환경에서 모델을 섭외하고 장소를 빌려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료 콘텐츠 시장은 비용구조를 맞추지 못해 설 땅을 잃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0여 곳에 달하던 제작업체들은 대부분 도산을 하거나 조용히 사라졌고 현재 업계 종사자로 꼽을 수 있는 업체는 10여개 안팎에 불과하다. 이런 형국에서 모델들의 몸값이 예전만큼 높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섹시 화보 모델들은 여자 톱스타에서 점점 내려가 이제 신예 스타나 연예 지망생 위주로 저렴하게 섭외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딛고 섹시 화보를 거쳐 스타로 거듭나는 것은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나는' 격이다. '신예등용문'이란 표현 또한 거의 환상에 가까운 셈이다.

화보 시장 관계자들은 '섹시 화보 시장 규모'를 활성화하기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섹시 화보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남성잡지 '맥심'처럼 콘셉트와 작품성이 뚜렷하게 화보를 만들어야 한다"며 "화보의 질을 높여야 유료 결제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원론적 주장을 폈다.

한때 이통사의 큰 수입원이기도 했던 '섹시화보'가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역으로 신인여자연예인들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것도 아이러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웬만한 스타급 연예인들이 수익을 올리는 화보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비용구조를 맞추지 못하다 보니 무명의 신인들로 '모델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신인 모델 또한 설자리를 잃을 게 뻔하다. 섹시 화보 시장 역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edaone@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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