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토론' 오승연 교수, 女아나-女대통령-女가수에 대하여 (인터뷰)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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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10.29 10:03 / 수정: 2012.10.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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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연 교수가 <더팩트>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임영무 기자
[박소영 기자] "여자들이 말 많다고 고개 돌릴 사람도 있지만 여자들이 말 많아져야 해요!"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방송되는 MBC '여성 토론 위드'는 국내 유일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토론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끄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SBS 아나운서 출신인 오승연 고려대학교 주임교수다. 미모와 지성을 갖췄다는 수식어가 안성맞춤인 주인공이다.
지난 22일 생방송을 마치고 나온 그를 여의도 MBC에서 만났다. 눈치 없는 가을비가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그날, 오 교수는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맑은 날씨였다면 야외 벤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을 텐데 비가 온 까닭에 실내 테이블에서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마치 여성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오 교수가 이 땅의 남성들에게 외치고 싶은 여성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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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MBC '여성 토론 위드'를 맡고 있는 오승연 교수. /임영무 기자
◆오승연 교수가 말하는 '여성들의 토론'
'여성 토론 위드'는 여성 패널과 전문가들로 이뤄진 토론단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양쪽으로 나눠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공유하는 형식이다. 여느 토론 프로그램과 비슷하지만 철저히 여성을 위한 주제를 들고 여성들의 시선에서 여러 의견이 오간다. 방송 시간대도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운 한적한 오전 11시다. 아이러니하게 커리어우먼들은 시청하기 힘들긴 하지만 우선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점만으로도 오 교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프로그램 자랑 좀 해주세요.
"시사토론을 남성의 전유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여성들의 시각으로 보거나 여성들이 소리 낼 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죠. 그런 차원에서 많은 여성이 참여하고 권익 신장을 높인다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주부들이 한가한 시간에 하니 커리어우먼들이 못 본다는 게 아쉽긴 하죠. 주제가 그들에게 딱 맞으니까요. 그래도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해요. 타 방송이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프로그램이죠. 예전부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을 정도로 반갑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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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교수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매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어떤 주제를 다루나요?
"성폭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잖아요 요즘. 전자발찌나 CCTV 등 정책과 연결된 문제나 조기영어교육 등의 문제를 다뤘어요. 대형마트냐 재래시장이냐 이런 이슈들, 혹은 걸그룹 선정선 논란도 재미있었죠. 최근에는 '아동 성폭행 대책은 없는가' 주제를 다뤘는데 '나영이 아버님'이 방송 최초로 나와주셨어요. 사형 논란이나 범죄자에 대한 처벌 등의 문제로 생방송 중 문자투표도 받았고요. 한 시간 동안 최대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다해요."
-이 프로그램만의 특별한 게 있다면요?
"저희는 여성들의 시각으로 사회를 보니 주제는 다양하면서 초점은 확실하죠. 그런데 전문가를 섭외하다 보면 정책 결정자들 소위 고위층 혹은 여론을 만들어나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남성이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숨어 있는 여성분들을 찾아 어렵게 모시죠. 공영방송에서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에 민감할 MBC에서 만들어주니 감사해요. 저희가 만든 여론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열심히 할 뿐이에요. 여성들이 왜 이렇게 말이 많냐고 채널 돌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여성들의 말이 많아져야 해요!"
-MC로서 본인의 역할은 뭔가요. '여자 손석희' 어때요.
"예?(웃음) 그냥 저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권익 향상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에요. 우리나라엔 토론 진행자들이 얼마 없으니 뜻깊고 보람차죠. 그렇지만 수능 시험을 한 달에 네 번씩 치르는 기분이에요. 주제에 따른 찬반 의견을 종합해서 공부해야 하고 조정하는 역할이니까요. 생방송 60분은 한 이슈에 관해 토론하기엔 짧은데 진행자로서 요목조목 다 짚어야 하니 늘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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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출신인 그는 '아나운서의 스타화'에 반기를 들고 방송국을 나왔다. /임영무 기자
◆오승연 교수가 말하는 '여 아나운서들의 의상 논란
오 교수는 2000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는 공중파 방송 3사 여아나운서들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있던 오 교수는 그런 세태에 반기를 들었다. 아나운서 시험에 단박에 붙었던 그는 같은 해 과감하게 방송국에서 나왔다. 그리곤 모교인 고려대학교로 돌아가 학업에 열중했다. 그리고 다시 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여성들이 왜 이렇게 아나운서를 꿈꾸는지 이유가 뭘까요?
"아나운서, 분명 매력적인 직업임은 틀림없어요. 외모만 괜찮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교양과 지적 수준 및 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하죠. 요즘은 제 생각을 표현하는 세대들이 많잖아요.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하죠. 아나운서는 그걸 고민하는 사람들이에요.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이슈들을 액기스처럼 한 문장으로 만들게끔 하는 이들이죠. 멋있잖아요."
-그런 멋진 직업을 그만뒀을 때 후회는 없었나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반대해요. 아나운서면 아나운서처럼 나가야죠. 그런데 처음 SBS에 입사했을 때 아나운서들 중 선발해서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내곤 했죠. 저는 그때 반기를 들고 나온 거고요. 그때 동기들이 지금도 방송하고 있으니까 이런 저를 욕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저게 저널리스트의 모습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원하는 방송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면 필요 없다'고 생각해 미련없이 방송국을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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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교수는 언론인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취재진에게 명확히 전했다. /임영무 기자
-아나운서의 스타화를 거부하신 셈이잖아요. 그럼 요즘 후배들의 의상 논란은 어떻게 보시나요?
"'하의실종, 착시의상 패션, 다들 그러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생각에 물론 반대하죠. 이슈가 되고 기사화되는 걸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의 일이겠지만 전 좀 안 좋게 보이네요. 일반화해선 안 되겠지만 별로예요."
-토론 주제로 나오긴 했는데 걸그룹의 '쩍벌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사회자니까 중립적일 수밖에 없어요. 아주 조심스럽네요. 2007년 국감자료를 보면 조두순 사건 등 어린아이가 희생되는 범죄는 매체와 상관관계가 있대요. 미성년자 가수들이 옷 벗고 쩍벌춤 추는 게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시기인데 고귀하고 성스러운 성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고 판단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그런 옷과 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대 측에선 그런 노출에 대한 규제가 한류 열풍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섹시만을 강조하는 게 오히려 한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봐요. 보여줄 다른 콘텐츠가 없다는 걸 방증해주는 것이죠. 섹시도 좋지만 너무 휩쓸려서 그러는 걸 별로라고 생각해요."
-민감한 질문이지만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나올까요?
"정말 민감한 질문이네요. 당장은 아닐 수 있겠죠. '나온다, 아니다'를 떠나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10 중 3까지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1도 안 되는 것 같거든요. 물론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의 눈초리도 있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 거기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더하고 제가 그런 역할을 한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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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함께 스마트TV 광고에도 출연한 오 교수. /임영무 기자
◆오승연 교수가 말하는 '여성들의 결혼과 육아'
-본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결혼은 언제 했고 아이는 언제 낳았나요?
"2003년 결혼했고 2007년 아들을 낳았어요. 이름은 다윗이에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면서 아기를 갖고 싶었는데 은근히 스트레스가 있었나 봐요. 아기가 잘 안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2006년)8월에 학위를 마치니 바로 9월에 아들이 생겼어요. 이듬해 아들을 낳고 '대충 모유 수유'가 아닌 '완전 모유 수유'를 했어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그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라디오를 시작으로 점점 방송 일을 시작했고요. 얼마 전엔 아들이랑 같이 스마트TV 광고도 같이 찍었답니다(웃음)."
-지난해 MBC 에브리원 '부엉이2'에 출연해 가정생활을 공개했던데.
"남편이 안 찍겠다고 하는 걸 제가 졸랐어요. 대신 제작진에게 '시시콜콜하게 이상한 것 다 찍진 말아달라'고 사전에 이야기했죠. 내 아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집에서 어떤 인성발달을 시키는지 그런 것만 하겠다고 했어요. '나는 일하면서 아이와 이렇게 지내고 교육합니다'라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출연했거든요."
-남편에게 외박을 권장한다는 내용은 뭔가요?
"남편이 일 때문에 밖에서 늦는다고 하면 힘들게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밖에서 자고 와도 된다는 거죠. 서로 믿으니까 '편할 대로 하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할 수 있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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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교수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독자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임영무 기자
-14살 차이 나는 남편, 자랑 좀 해주세요.
"제가 어려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잖아요. 남편이 언론대학원 교수로 있으니 많은 도움을 주죠. 모니터도 진짜 꼼꼼하게 해주고요. 방송이 끝나면 지인들은 다 칭찬만 해주는데 남편은 지적도 해주니 기분은 나쁘지만(웃음). 늘 용기를 북돋아 주고 같이 토론도 할 수 있으니 든든해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제 개인적인 얘기부터 할게요. 전 남편과 결혼할 때 정말 남편 한 사람만 봤어요. 나이부터 여러 가지 차이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셨거든요. 시댁하고 사는 것도 아니니 내 남편만 봤어요. 저와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그래서 결혼했죠. 서로 다른 가족이 하나가 된다는 게 힘든 일이지만 집안끼리의 결혼이 아닌 당사자들의 결혼이니까 남편만 바라봤죠. 부부는 좋은 기를 나눠서 동행하라고 맺어진 거래요. 남편이 힘들면 제 좋은 기운을 주고 그렇게 남편이 힘을 내면 또 저를 토닥거려주고,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죠.
요즘 문제가 되는 건 무언가 다운됐을 때 '나 너라 못살아' 하는 거예요. 한쪽이 다운됐을 때 더 힘내라고 토닥거려주는 게 부부인데 말이죠. 서로 손해를 떠나서 가족이니까 진심으로 아끼고 도와주면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서로에게 기대하고 따지는 건 영악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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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교수가 이땅의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임영무 기자
-이 땅의 여성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요?
"여성의 권익 신장과 사회참여를 돕는 '여성 토론 위드'를 봐주시길 바라요. 확실히 배우고 얻는 게 있을 테니까요. 자기계발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내가 알지 못했던 꿈이 생길 수도 있고 이게 또 사회진출로 이어질 수 있어요. '내가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뭘 하겠어' 이런 생각보다는 좀 더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셨으면 해요. 시사가 어렵다고 하지 말고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되거든요. 유일무이한 여성 토론 프로그램이니까 자부심이 크지만 다른 매체에도 많이 생겨서 여성의 소리를 많이 들어줬으면 합니다."
-이 땅의 남성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요?
"부인에게 저희 프로그램을 보라고 해주셨으면 하네요(웃음). 우선 여성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우리 여성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거든요. 여성을 잘 알아야 우리 사회가 공평하게 움직이는 거니까 아줌마들이 떠든다고 하지 말고 좋은 시선으로 여성 토론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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